삼성이 무조건 폴더블폰을 해야 하는 이유

"기술 초격차 발판 삼아 브랜드 우위 굳혀야"

홈&모바일입력 :2018/11/13 11:20    수정: 2019/01/18 11:22

삼성전자가 내년 상반기에 첫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한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정체와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폴더블 스마트폰의 성공은 중국과의 격차를 벌리기 위한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에게는 폴더블폰이 마이너스 성장 중인 스마트폰 사업을 일으킬 불씨나 다름없다. 삼성전자 IM(IT모바일) 사업부는 2011년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였던 애플을 제치고 왕좌로 올라선 뒤 2013년 분기 영업이익 6조원대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이후 4년 간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폴더블 스마트폰은 대화면 스마트폰에 대한 반작용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동영상 시청 등 대화면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지만 휴대성이 떨어져 폴더블이 그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각 화면에 켜 놓고 사용할 수 있어 멀티태스킹에도 유리하다.

제조사들은 스마트폰 하드웨어 혁신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평 속에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폴더블 폼팩터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초기에는 폴더블 스마트폰 생태계를 구축하며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만큼 단기적으로 큰 성과를 거두는 것은 쉽지 않지만, 기술 경쟁력을 발판 삼아 장기적으로 프리미엄 시장 지위를 이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특히 폴더블 스마트폰은 중국 제조사들을 떨쳐낼 수 있는 회심의 카드가 될 수 있다. 가격대가 높아 수익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경쟁력 있는 중저가 스마트폰은 인도 등 신흥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가격 경쟁이 치열해진 탓에 수익성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저스틴 데니슨 삼성전자 북미법인 상무가 주머니에서 꺼낸 폴더블 폰의 모습 (사진=씨넷)

또 폴더블 스마트폰 상용화를 위한 기술 장벽이 높아 쉽게 진입할 수 없는 만큼 브랜드력을 강화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유일하게 폴더블 스마트폰 주요 부품의 공급망을 내재화하고 있는 업체이기도 하다. 핵심 부품인 폴더블 디스플레이도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한다.

삼성전자에 앞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로욜이 폴더블 스마트폰 ‘플렉스파이’를 선보였지만,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제품 완성도가 뒤처진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예컨대 플렉스파이의 7.8인치 화면 해상도(1920x1440, 308dpi)는 삼성전자가 선보인 7.3인치 폴더블 디스플레이 1536x2152, 420dpi)와 비교해 낮은데, 이는 대량 생산을 위한 기술 역량이 부족한 게 큰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중국 디스플레이 제조사의 경우 디스플레이 생산 수율이 해상도에 따라서 2~3배 이상 차이 나기도 한다”며 “로욜이 폴더블 스마트폰을 양산할 의지가 있기 때문에 실제 제조 역량 수준에 맞춰 디스플레이 해상도를 낮춘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폴더블 스마트폰의 가격에도 관심이 쏠려 있다. 폴더블 스마트폰의 가격은 100만원대 중후반에서 200만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높은 가격대가 소비자들의 구매 의지를 저하시킬 수 있지만, 비싸더라도 사용 가치가 높다면 결국 구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고가 전략을 밀고 있는 애플이 대표적이다. 비싼 가격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매출을 훌쩍 끌어올린 주역은 아이폰X이었다. 사용 가치는 ‘브랜드 충성도’가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혁신 기술을 적절한 가격으로 구매할 소비자는 언제나 존재한다고 믿는다”며 “애플은 수익을 높이기에 충분한 고객 기반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폴더블 스마트폰이 200만원을 호가하는 아이폰 신제품과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UX)과 편의성을 제공한다면, 마찬가지로 가격에 대한 심리적 저항선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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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출하량을 커버할 수 있겠지만 최근 사업이 어려운 것도 고가폰 부진의 영향이 큰 것”이라며 “이제 폴더블 스마트폰을 할지 말지 여부를 떠나서 무조건 밀어붙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스마트폰 품질은 국내 제품보다 낮고 싼데 그걸 더 싸게 팔아서 이익을 보고 있는 만큼 중국과 동일한 전략으로 경쟁하면 안 된다”며 “고가로 책정되더라도 높은 완성도를 기반으로 폴더블 스마트폰 자체가 브랜드 가치로 작용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