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분식 이슈로 울고 웃었던 바이오 산업

[이슈진단+] 2018년 결산...바이오

디지털경제입력 :2018/12/18 08:32    수정: 2018/12/20 17:29

국내 바이오업계는 올해 기술이나 성과보다 회계 이슈가 주도했다. 바이오주 대장주로 꼽히는 삼상바이오로직스가 금융당국과 한 해 동안 분식회계를 두고 대립하다 결국 분식회계 결론이 났다. 다만,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올랐지만 상폐 위기는 모면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국내 일부 바이오기업들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문제를 들여다보기 위해 4월부터 일부 기업 대상 테마감리를 진행, 11월 중징계 없이 시정 요구 등을 내렸다. 9월엔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감독지침을 발표했다. 업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이슈로 시장이 위축됐지만 업계 특수성을 고려한 테마감리 결과와 감독지침 발표로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완화됐다는 반응이다.

바이오업계의 황금알로 꼽히는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는 세계 최대 의약품시장 미국이 열리는 호재가 발생했다. 그간 미국은 바이오시밀러보다 비싼 오리지널의약품이 강세를 보였지만 미국 정부는 의료비 절감을 위해 지난 7월 바이오시밀러 친화정책을 발표했다. 업계에선 바이오시밀러 성장성이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겸 증선위원장이 14일 오후 5시 금감원이 제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재감리 제재 조치안 최종심의 후 기자회견장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 업계 뒤흔든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논란

올해 국내 바이오업계를 강타한 가장 강력한 화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다. 금융위원회(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지난달 14일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제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재감리 제재 조치안에 대해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과 합작 투자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2012~2014년 연결 종속회사(자회사)로 분류한 회계처리는 중과실 ▲2015년 자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회계처리는 고의적 분식으로 판단했다.

증선위와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 간 합작계약을 살펴본 결과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공유하고 있으므로 2012년부터 관계회사로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이 지난해 3월말 삼성바이오로직스 특별감리에 착수한 후 19개월 만에 나온 결론이다. 사안이 중대했던 만큼 최종 판단이 나오기까지 증선위 자문기구 감리위원회가 지난 5월부터 3차례 심의 후 증선위가 5차례 심의(금감원 첫 조치안), 2차례 심의(재감리 조치안)를 진행했다. 증선위는 첫 조치안 심의 후 금감원에 이례적으로 재감리를 요청하기도 했다.

증선위는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과 합작 투자계약을 맺으면서 바이오젠에 제공한 콜옵션(주식 등 특정 자산을 만기일 또는 전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2014년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서 첫 공시한 점을 두고 2012~2013년에는 고의 누락했다고 판단되지만 분식회계 부분은 재감리가 필요하다고 정리했다.

금감원이 재감리하는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 문건이 나오면서 국내 바이오업계 이목은 다시 집중됐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내부 문서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체 자사 평가액 3조원과 안전회계법인이 책정한 시장평가액 8조원 이상의 괴리로 발생할 수 있는 합병비율의 적정성, 주가하락 등 예방을 위해 안전회계법인과 인터뷰 진행(2015년 8월 5일 부분 발췌)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를 연기하면서 1조8천억원을 부채 반영해야 하지만 자본잠식이 예상(2015년 11월 18일) ▲이같은 내용을 미래전략실에 공유한 것(2015년 11월 10일) 등이 포함돼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선위 결론에 정면 반박하고 있다. 2015년 회계연도 전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로 둔 것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 지분율이 각각 85%와 15%, 이사회 구성도 4명(대표이사 지명권 포함)과 1명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가졌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바이오젠도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때부터 지배력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행사하고 있다고 매년 공시한 바 있다.

2015년 회계연도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변경한 것은 국제회계기준(IFRS)을 따른 것이며 이미 삼정·삼일·안진 회계법인으로부터 ‘적정’ 판단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2015년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제품들 성과가 나오면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 IFRS에 맞춰 회계 처리했다는 것이다.

2016년 코스피 상장 때도 증선위가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위탁해 감리 실시 후 ‘중요성 관점에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맞받아쳤다. 같은해 말 금감원 역시 IFRS 질의회신 연석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문제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내부 문건도 분식회계 정황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회사가 검토 중인 중요 내용을 당시 운영 중인 미래전략실에 공유하는 문서라고 해명했다. 결정된 내용을 보고하는 것이 아닌 검토 진행 중인 내용을 다루는 문서라는 것이다.

증선위 판단에 불복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행정소송 제기로 회계 논란 여파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28일 증선위 의결에 대한 행정소송과 집행정지신청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단 한국거래소(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가 지난 10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유지를 최종 결정하면서 상장 폐지 불확실성은 해소됐다. 기심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매출·수익성 개선이 확인되며 사업전망, 수주잔고, 수주계획 등 고려할 때 기업 계속성에 심각한 우려 없음 ▲재무 안전성 부문에서 2016년 11월 공모증자 및 올 11월 바이오젠 콜옵션 행사 등으로 상당기간 내 채무불이행 등이 현실화될 우려 크지 않음 ▲경영 투명성 측면에서 법상 지배구조 및 내부통제제도를 갖췄지만 증선위가 분식회계로 조치하는 등 일부 미흡 등으로 판단했다.

■ 업계 특성 반영한 회계처리 지침 나와

국내 바이오업계는 금융당국의 연구개발비에 대한 회계 감리로도 골머리를 앓았다.

금감원은 지난 4월부터 다른 산업 분야 대비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잡는 비중이 높은 제약바이오업체 10곳에 대한 테마감리에 들어갔다. 2016년 말 기준 152개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중 83개(55%)가 연구개발비 대부분을 비용이 아닌 무형자산으로 처리해 투자자 판단을 왜곡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연구개발비는 회계 장부에 기록할 때 무형자산이나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는데 무형자산으로 처리하는 비율을 높으면 회사 영업이익이 커져 재무구조가 개선된다.

금감원의 테마감리가 시작되면서 지난해 말부터 급등하던 제약·바이오주는 하강곡선을 그렸다. 당시 바이오업계는 무형자산으로 인식한 연구개발비는 향후 제품이 출시되면 감가상각비용으로 처리되므로 문제없다며 반발했다.

신생 바이오기업은 자본이 많지 않아 연구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하면 적자가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상장 바이오기업 중에도 지속 적자로 관리종목에 포함될 수 있다는 불안도 따랐다.

이같은 우려와 불확실성은 금융당국이 업계 특성을 반영한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관련 감독지침’을 발표하고 테마감리 대상 기업들에 중징계를 내리지 않으면서 해소됐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지난 9월 제약·바이오업계 대상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관련 감독지침을 발표했다. 해당 지침에 따르면 시약은 임상 3상부터 자산화가 가능하다. 바이오시밀러는 이보다 완화돼 임상 1상부터 자산화할 수 있다. 업계는 이번 지침으로 연구개발비 자산화 관련 최소한 기준이 마련돼 회계 관련 혼란이 줄어들 것으로 봤다.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올 3분기부터 해당 지침을 따르고 있다.

증선위는 지난달 말 테마감리 결과도 공개했다. 심의 대상 기업들은 과징금 부과 등 중징계 없이 경고와 시정요구 등 계도조치만 받게 됐다. 감리대상에 들어가지 않은 기업도 연구개발비의 자산화 시점 오류를 수정해 재무제표에 반영하면 별도 조치는 없다.

금융당국 결정에 바이오업계와 시장은 업계 특성을 고려한 판단이라며 환영했다. 연구개발비 회계 처리 이슈도 일단락됐으며 앞으로 기업들도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7월 오리지널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 간 경쟁을 촉발시키는 ‘바이오시밀러 액션 플랜(BAP)’을 발표했다.(사진=픽사베이)

■ 美 FDA, 바이오시밀러 활성화 의지

올해 회계 논란으로 업계가 시끌벅적했던 사이 좋은 소식도 등장했다. 세계 최대 의약품시장 미국이 의료비 절감 대책으로 바이오시밀러 활성화에 눈을 돌렸다.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7월 오리지널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 간 경쟁을 촉발시키는 ‘바이오시밀러 액션 플랜(BAP)’을 발표했다. BAP의 핵심 전략은 ▲바이오시밀러를 포함한 오리지널의약품과 상호호환이 가능한 의약품 개발 강화 ▲바이오시밀러 승인 프로세스 명확화와 개선 ▲과학적인 품질 검증작업 강화 ▲바이오시밀러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환자와 의사, 보험사 간 효율적 의사소통 개발 등이다.

FDA는 미국 내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활성화된다면 지난해 기준 45억 달러(약 5조108억원) 이상이 절감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OECD 국가에서 하나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시장에 진입하면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30% 저렴하며 3~4개 진입하면 35~43% 낮아진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스콧 고틀립(Scott Gottlieb) FDA 국장은 BAP를 발표하며 “이같은 분석 결과엔 올해 승인된 바이오시밀러의 잠재적 절감 효과는 포함되지 않았다”며 “해당 효과까지 포함되면 절감 규모는 45억 달러를 훨씬 초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FDA는 지난 9월 공청회를 열고 오리지널 의약품 판매사와 바이오시밀러기업, 학계, 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자들로부터 BAP에 대한 의견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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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바이오업계는 이같은 FDA 정책 기조에 기대감을 품고 있다. 당장 바이오시밀러시장의 글로벌 플레이어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에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셀트리온은 FDA로부터 지난 14일 허쥬마, 지난달 말엔 트룩시마 판매 허가를 받았다. 2016년엔 램시마가 미국에 진출한 바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지난해 7월부터 렌플렉시스를 미국에서 판매 중이다. 이외 임랄디가 지난 9월부터 판매 허가 심사를 받고 있으며 SB3는 내년부터 심사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