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4Q 영업익 7.8兆…5분기만에 10兆 벽 무너져

전년比 매출 19%·영업익 29% 하락…'메모리 고점' 현실로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9/01/31 10:08    수정: 2019/01/31 13:16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가 메모리반도체 부진에 고개를 떨궜다.

전분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영업이익은 한 분기만에 무려 5조8천억원 가량이 깎였다. 상반기까지 이어진 호황으로 연간으로는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4분기 실적은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어닝쇼크'로 기록됐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추이. (자료=지디넷코리아)

1분기만에 영업익 5.8兆 증발…영업이익률도 7분기만에 50% 밑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는 작년 3분기 13조6천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4분기 들어 메모리반도체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으로 실적이 급감했다.

31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반도체 사업부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8조7천500억원, 7조7천7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8.75%, 전분기 대비 24.3% 감소한 것이고,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8.72%, 전분기와 비교하면 43.08%나 하락했다. 증권가 전망치(9조5천억원)도 크게 하회했다.

반도체 사업부의 영업이익 10조원 벽이 무너진 건 지난 2017년 3분기(9조9천600억원) 이후 5분기 만이다. 4분기 반도체 사업부 영업이익률도 41.4%로, 7분기만에 50% 이하로 감소한 최저치다.

지난 1년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매출과 영업이익 추이. (자료=지디넷코리아)

현실이 된 메모리 고점론…1분기 전망도 '먹구름'

삼성전자는 실적 하락 요인에 대해 메모리 시장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을 이유로 들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부는 데이터센터와 스마트폰 관련 주요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 영향으로 메모리 수요가 감소해 실적이 하락했다"며 "반도체 시장의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메모리 수요 감소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데이터센터와 스마트폰 관련 주요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으로 메모리 수요가 크게 감소해 전분기 대비 출하량이 줄었고, 업계의 낸드 공급 확대에 따른 가격하락 영향도 있었다"면서 "스마트폰 등 주요 제품의 계절적 비수기에 따른 이미지센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수요 둔화로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실적도 하락했다"고 덧붙였다.

업계와 삼성전자는 올 초까지 메모리 수요 약세가 점쳐지면서, 1분기 전망도 부정적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하반기부터 시장 수요가 회복돼 메모리 시황 악화가 단기성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요 둔화와 반도체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 업황은 더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특히 칩 업체들의 재고조정을 앞두고 있어 상반기에 가격 하락 압박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일시적인 서버 수요 공백에 따른 반도체 주문량 감소로 1분기까지는 실적 둔화가 예상된다"면서 "2분기부터는 D램 재고가 감소하고, 가격 하락폭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외경(자료=삼성전자)

"미세공정·고부가제품으로 대응하반기부터 수요 회복"

삼성전자 역시 "1분기는 주요 고객사의 재고 조정이 계속되는 가운데, 비수기 영향 등에 따라 전반적으로 수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연간으로는 성수기 진입 효과와 주요 제품들의 고용량 메모리 채용이 지속 확대되면서 시장 수요가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D램 미세공정화와 고부가 제품 판매를 확대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1분기 중에 1y나노(10나노 중반, 1나노=10억분의 1m) D램 공정으로 전환하고, 대용량 올플래시 어레이(All-Flash Array)와 범용플래시스토리지(UFS) 중심으로 낸드플래시 하락세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플래그십 스마트폰용 AP와 이미지센서 판매도 확대할 것이라고 삼성전자는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낸드는 가격 안정화에 따른 전 응용처의 고용량화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D램도 하반기 신규 중앙처리장치(CPU)와 스마트폰 출시 영향 등으로 수요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며 "1y D램 나노 공정의 안정적인 생산량 확대와 1z나노(10나노대 초반) D램 공정 개발 등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고, 5세대 3차원(3D) V낸드 공급을 확대해 원가 경쟁력을 제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시스템LSI는 5세대 이동통신(5G) 모뎀을 상용화하고, 고화소·멀티플 카메라 채용 확산에 따른 이미지센서 라인업도 확대해 시장 공급을 늘릴 계획"이라며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적용한 7나노 공정 양산, 고객 수 40% 이상 추가 확보를 통해 안정적 사업 기반 마련에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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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부가 연간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반도체 사업부 연매출은 86조2천900억원, 연간 영업이익은 44조5천700억원으로 나타났다. 최고 기록이었던 전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16.2% 영업이익은 26.62%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까지 메모리 시장이 호황기를 누린 덕분으로 풀이된다. 3분기 실적발표 당시만 해도 이 사업부의 지난해 누적 영업이익(36조7천500억원)은 전년도 연간 영업이익(35조원)을 추월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의 3년간 연매출 및 연영업이익 추이. (자료=지디넷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