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미안해 고마웠어'…반려동물 위한 마지막 선물

[지디가간다] 반려동물 장례 관련 플랫폼 '21그램'

인터넷입력 :2019/02/01 14:12    수정: 2019/02/11 09:40

손예술, 백봉삼 기자

제가 키우는 강아지는 올해로 16살이 됐습니다. 사람 나이로 치면 90살이 훌쩍 넘은 나이지요. 작은 발자국 소리에도 귀를 세우며 부산스럽게 움직이던 이 강아지는 오랜만에 가도 잠만 잡니다. 그저 볕이 따뜻하게 드는 낮, 햇빛 한조각을 쐬는 것이 그의 유일한 낙이지요. 그런 강아지를 볼 때면 마음은 늘 아려옵니다. 건강할 때 더 많은 곳에, 더 좋은 것을 경험하게 해줄 걸. 생명체가 자라고 늙고 결국 죽음에 가까워지는 모습을 지켜본다는 것은 너무나도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은 늘 생각하죠 '미안하고, 고마워'라고.

반려동물 1천만 시대, 그렇지만 합법적인 장례 절차를 거쳐 이 세상을 떠나는 반려동물의 비중은 고작 18%. 불법인지 알면서도 야산에 그냥 묻어버리거나 쓰레기 봉투에 넣어 버리거나, 아니면 허가받지 않은 화장터에서 십수년을 같이한 가족과도 같은 존재를 떠나 보낸다고 합니다. 백봉삼·손예술·안희정·김민선 기자로 이뤄진 '지디가 간다'는 죽음이야 말로 반려동물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는 반려동물 장례 관련 플랫폼 '21그램'의 권신구 대표를 경기도 양주 반려동물 장례식장에서 만났습니다.

■ "18%만이 합법적인 곳에서 떠난다"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반려동물 장례식장.

21그램은 반려동물의 죽음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리집으로부터 가까운 동물 장례식장이 어디인지, 얼마의 비용이 드는지는 물론이고 장례 절차와 죽음 시 대처 요령, 그리고 죽음으로 힘든 이들을 위로하는 힐링 프로그램까지말입니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을 대비해 24시간 연중무휴로 카카오톡을 통해 상담해주기도 합니다.

권신구 대표는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설계한 일이 있다. 설계에 참여하면서 반려동물 장례식장이 전국에 그리 많지 않다는 점과 합법적인 곳이 적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저 세상으로 가는 반려동물의 18%만이 합법적인 곳에서 생을 이별한다"고 사업 시작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또 그는 "합리적인 장례 구조 등을 체계화하겠다는 목표도 있었다"며 "일부 동물병원은 허가받지 않은 화장터에서 뒷돈을 받는다. 견주나 묘주는 이 사실을 잘 알지 못하고 별 생각없이 반려동물을 화장시키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합법적인' 화장터나 장례식장은 무엇일까요. 권신구 대표는 "장례법에 따라 모든 생명의 죽음은 사람에 준해야 한다. 장례식장도 추모실이나 영안실, 화장터, 납골당 등을 갖춰야 하며 허가를 받은 곳이어야 합법적인 장소"라면서 "2017년 8만건 정도가 허가받은 장례식장에서 장례가 이뤄졌는데 2018년은 10만건 수준이다. 점차 늘어가고 있긴 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인터뷰가 진행된 경기도 양주의 장례식장도 허가받은 곳이었습니다. 장례식장은 화장시설과 추모를 위한 본 건물, 납골당으로 이뤄져있습니다. 인테리어는 마치 미술 갤러리 같았습니다. 권신구 대표는 "이 장례식장을 설계한 것은 아니지만, 과거 설계했던 건물과 비슷하다"며 "갤러리처럼 한 것은 장례식장이 워낙 무거운 분위기다 보니 여성이나 아이들이 들어가기 어렵지 않나.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설계하는 데 주안점을 뒀었다"고 설명했습니다.

■ 장례 관련 경험 공유…누군가를 위한 배려

권신구 대표는 반려동물의 의식주와 관련된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다른 서비스의 성장 속도는 빠르진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권 대표는 "작년 6월 4억원 가량 투자를 받았으며 지금도 투자유치를 지속하고 있다"며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잠재력은 있는데 많은 동물 장례에 대해서는 관망하는 분위기다. 잠재력은 있지만 지켜보는 것 같다"며 시장 분위기를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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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신구 21그램 대표.

죽음이라는 썩 유쾌하지 않은 일과 관련된 사업이긴 합니다. 그래도 권 대표는 "장례식장이 과연 비교할 대상인가란 생각을 했다"면서 "그렇지만 장례식장에 대한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올리는 것이 '이런 곳에서 내가 아이를 보내고 위로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장례식을 찾는 정보탐색 과정부터 반려동물 주인들의 마음을 보다듬고 싶었다고도 했습니다.

이어 그는 "21그램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배려'"라며 "장례라는 속성 자체가 즐겁고 그런 건 아니지만 관련 내용을 공유함으로 다른 사람들이 잘 받을 수 있게 하는 배려라고 본다. 그런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데 일조하겠다"고 포부를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