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환의 EV세상] 전기차 충전소 공약(空約) 남발

데스크 칼럼입력 :2019/02/07 15:43    수정: 2019/02/07 16:23

정부와 공공기관이 전기차 확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충전소 확산 정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대부분 공약(空約)이 되고 말아 홍보에 신중을 기해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 발표만 믿고 허탕 치는 전기차 오너들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17년 2월 9일 용산역 아이파크몰 전기차 집중형 충전소 개소식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해당 충전소 설치된 충전기 개수가 21기에 이르기 때문에, 충전과 여가생활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2017년 3월 5일 당시 용산역 몰링형 전기차 충전소 모습. 내연기관 차량이 세워진 모습이 보인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하지만 용산역 아이파크몰 전기차 충전소는 개소식 당일까지 제대로 준비가 안 됐다. 당시 용산역 아이파크몰 일부는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됐고, 이로 인해 전기차 충전기에 공급될 전력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결국 용산역 아이파크몰 전기차 충전소는 개소식 이후 한 달만에 정상 서비스가 이뤄졌다.

한국전력은 지난 2017년 10월 13일 서울 중구 다동 한외빌딩 앞 공영주차장에 ‘신개념 도심형 전기차 충전소’를 개소식을 개최했다. 충전 케이블을 이동하기 위한 6m 철제 라인이 주차선에 따라 마련된 것이 특징이다. 일반 차량이 충전기 앞에 주차해도, 철제 라인을 활용하면 이중주차한 전기차도 쉽게 충전할 수 있다는 것이 한국전력의 설명이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철제 라인의 안전성 연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개소식 이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철제라인 일부가 파손되는 현상이 발생됐다. 자동차의 무게를 제대로 견디지 못한 채 설계된 탓이다. 또 충전기 전원이 제대로 들어오지도 못했다.

충분한 시범 운영 기간을 거치지 않은 것이 문제다. 결국 이 충전소는 전기차 오너들이 기피하는 충전소 중 한 곳으로 뽑히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지난 2017년 10월 오픈 이후 운영 등의 문제가 쌓였던 서울 한외빌딩 앞 도심형 전기차 충전소 모습. 철제 케이블 라인 보강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현장이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올해 1월 찾아간 서울시 한외빌딩 앞 신개념 전기차 충전소. 여전히 일반 내연기관 차량 주차로 가득하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환경부 대기환경과는 지난달 31일 언론 대상으로 전기차 보급 현황을 나타내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여기서 환경부는 보다 많은 국민들이 전기차를 구매하도록 고속도로 휴게소에 2기 이상씩 급속충전기를 설치하는 등 최고 수준의 충전여건을 구축했고, 보조금 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했다“고 자신했다. 이같은 내용이 담겨진 보도자료는 환경부 홈페이지에 업로드돼 일반인도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취재 결과, 환경부의 이 홍보 문구는 거짓이었다. 아직 충전기가 단 한 대만 설치된 민자고속도로 휴게소가 많고, 충전기가 추가됐으나 전원이 꺼진 곳도 많았다. 일부 휴게소는 3기 이상이 설치돼 정상운영중이다. 환경부는 이같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우리나라가 ‘최고 수준의 충전여건’을 갖췄다고 홍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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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횡성휴게소 강릉방향에는 신형 급속충전기가 설치됐으나, 아직 가동이 되지 않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환경부는 보다 많은 국민들이 전기차를 이용하도록 하기 위해 이를 알렸다고 한다. 하지만 전기차 충전소가 제대로 작동 한 뒤 홍보해도 늦지 않다. 전기차 오너들이나 전기차 예비구매자들은 정부나 또는 민간업체로부터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고 싶어한다.

아직 충전소가 절대 부족하기 때문에 전기차 오너들한테는 이게 매우 중요한 정보다. 하지만 이 정보만 믿고 갔다가 허탕치는 일이 반복되면서 짜증이 늘게 되는 상황이다. 과잉 홍보를 자제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먼저다. 또 정책적으로 발표만 할 게 아니라 제대로 운영되고 관리되는 지도 세심하게 들여다봐야 할 시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