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나도 식당 차려볼까..."아니, 위쿡해봐"

[지다가 간다] 창업 전 소량 음식 조리에 유용

중기/벤처입력 :2019/02/20 18:04    수정: 2019/02/21 08:09

김민선, 백봉삼 기자

어렸을 적부터 할머니가 되면 아담하고 따뜻한 느낌의 빵집을 운영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젊어서 치열하게 일 하고 이때 얻은 경험과 연륜을 버터처럼 반죽에 녹여 빵을 만들면, 먹는 사람은 몰라도 그걸 파는 제가 아주 뿌듯할 것 같았습니다. 빵을 사가는 사람들을 보고 ‘젊은이들이 참 열심히 사네’라고 생각하며 홍차 한 잔 마시는 상상을 하던 그때, 옆에 있던 기자가 “하려면 지금 해야지. 늙으면 감 떨어져”라고 말해 정신이 번뜩 들었습니다.

저처럼 매일 꿈만 꾸다 세월 보내는, 혹은 용기는 있지만 자금이 부족해 창업을 망설이는 사람들을 위해 스타트업 심플프로젝트컴퍼니가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 공유주방 ‘위쿡’을 개소했습니다. 공덕동 서울창업허브에도 위쿡 1호점이 있습니다. 가게를 차려야 하는 부담 없이 소량으로 음식을 만들어 판매해볼 수 있는 실험의 공간이자 소규모 창업에 제격인 곳입니다.

‘지디가 간다’의 백봉삼, 안희정, 김민선 기자가 위쿡 사직지점을 방문했습니다. 지금이 기회인 걸까요.

경복궁 돌담 옆에 위치한 위쿡 사직지점은 1979년 국내 최초 실내 면세점인 동화면세점으로 사용되던 건물을 개조해 만든 곳입니다. 붉은 벽돌로 지어져 외관은 오래돼 보이지만 실내 인테리어는 모던한 느낌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1층 전체가 카페인데, 위쿡 ‘메이커’들이 만든 수제 음식들도 함께 판매합니다.

위쿡은 이전까지 공유주방이라고 익히 알려진 곳들과는 목적이 아예 다른 곳이었습니다. 기존 공유주방들은 주문 전화를 받고 즉시 음식을 만들어 배달 보내는 ‘화력 넘치는’ 음식점들이 줄지어 들어선 푸드코트 같은 느낌이었다면, 위쿡에서는 주로 잼이나 소스, 디저트, 절임류 같이 미리 주문을 받은 뒤 음식을 만드는 ‘인디푸드 생산자’들에게 적합해 보였습니다.

2층 전체는 오픈키친(공유주방)으로 쓰입니다. 오픈키친 한쪽은 전면이 유리로 돼 있어 밖에서도 훤히 보입니다. 위쿡 메이커가 만든 음식이 어떤 조리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고, 위생 상태를 확인해보고 싶다면 얼마든지 이곳에서 구경할 수 있습니다. 타일 바닥과 스테인리스강 소재로 된 작업대, 조리시설을 들여놔 위생적으로 보입니다. 작업대는 16개로, 한 작업대에서 2명까지 일할 수 있습니다. 오븐도 공용이어서 차례로 이용해야 합니다. 투어 매니저 말에 따르면 미국 내 공유주방 업체들도 사람들끼리 배려해가면서 사용하도록 한다고 합니다.

위쿡 오픈키친

후라이팬, 칼 등 기물들도 크기 별로 준비돼있으며, 기물을 따로 모아놓은 방에서 가져와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개인 창고도 따로 있습니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오픈키친 이용 시간이 다돼 미처 음식 포장을 못했다면? 따로 비용을 받지 않는 패키징 룸에서 포장하면 됩니다.

오픈키친을 포함한 위쿡 시설들은 24시간 내내 돌아가, 창조적인 기질이 발휘되는 밤 시간대에 나와 활동할 수도 있습니다. 오픈키친의 경우 가입비와 보증금을 내야하는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고도 이용할 수 있으며, 이용료 또한 저렴한 편입니다. 멤버십 미가입자인 경우 1시간 이용료는 작업대 1개당 2만원, 멤버십 회원은 1만원 대입니다. 퇴근 후 공유주방 몇 시간만 딱 예약해 요리 실험해보기 좋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낮엔 직장에 다니면서 밤이나 주말에 이곳을 찾아 음식을 개발하고, SNS로 홍보해 제품을 파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미국 유학 시절 먹었던 쌀푸딩 맛을 잊지 못해 직접 만들어 먹다 판매까지 결심한 메이커에서부터 바질페스토, 드라이토마토처럼 고급스러운 맛이 나는 음식을 만드는 메이커도 있다고 합니다.

위쿡 메이커가 만든 제품들. 위쿡 그로서리에서 판매한다.

3층은 개별주방 층입니다. 보다 집중적인 생산 환경이 필요한 이들은 월 임차료를 지불하고 5~10평 규모의 독점 공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주문량이 확보된 소규모 창업자, 요식업 프랜차이즈 기업 내 메뉴 개발자라면 이곳을 이용하는 것이 더 경제적일 수 있습니다. 최소 계약기간은 3개월입니다.

음식을 연구할 수 있는 공유형 사무 공간도 따로 마련돼 있어 예비 요식업 창업자들이 온종일 이곳에서 요리 생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돼있습니다. 식품 판매업의 경우 음식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디자인, 브랜딩, 마케팅, SNS 운영, 투자유치, 경영, 거래처와의 미팅까지 할 일이 많습니다. 4층 오피스 공간은 일반적인 공유 오피스 업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입니다. 혼자 사용하는 오픈데스크 석과, 3~5인이 함께 사용하는 개인 사무실이 있습니다.

5층엔 인테리어 잡지에서나 보던 부엌형 스튜디오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자신이 만든 음식을 가지고 올라와 예쁜 접시에 스타일링 해 사진을 찍기 좋습니다. 요리 과정부터 유튜브로 담을 수도 있습니다. 쿠킹 클래스, 전시, 강의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위쿡 스튜디오

지하 1층은 메이커의 제품을 판매하는 그로서리(Grocery)와 회의 공간이나 벼룩시장 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라운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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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창업가들은 블로그, SNS 등에서 자신의 제품을 홍보하고, 따로 홈페이지를 만들거나 온라인 유통 플랫폼에 판매 페이지를 열어 판매하면 됩니다. 위쿡의 온라인 샵 위쿡마켓에 입점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위쿡 전문 심사단이 제품의 질 등을 평가해 입점 가능 여부를 판단합니다.

위쿡 탐방을 마치고 나니 이제 선택만 남은 것 같습니다. 지금 도전하느냐 마느냐. 위쿡은 21, 22일 사직지점에서 예비 음식 창업자와 기존 사업자를 대상으로 사업 설명회를 연다고 합니다. 공유주방을 활용해 어떤 사업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노하우를 얻고자 한다면 방문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