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조’ 투자...이재용 부회장, 시스템 반도체 승부 나섰다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 담은 ‘반도체 비전 2030’ 발표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9/04/24 17:33    수정: 2019/04/25 11:06

삼성전자가 메모리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도 세계 1위에 도전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일군 메모리 반도체 신화를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시스템 반도체로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24일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및 파운드리 세계 1위를 목표로 한 ‘반도체 비전 2030’ 전략을 발표하고,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LSI 사업 및 파운드리 분야의 연구개발과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시스템 반도체는 데이터를 저장(메모리)하는 메모리 반도체(D램, 낸드플래시 등)와 달리 데이터를 분석·처리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를 뜻한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이미지센서(CIS), 통신모뎀 등이 대표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정보통신기술(ICT)을 중심으로 여러 산업이 융·복합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향후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세계 반도체 시장의 호황 배경 및 시사점’에 따르면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2017년 기준)은 이미 메모리 반도체(1천240억 달러)를 넘어 전체의 약 70%(2천882억달러)를 점유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비전 2030은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에서 세계 1위로 도약하겠다는 커다란 목표를 담고 있다”며 “앞으로 시장상황을 고려해 체계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 “진짜 실력은 이제부터” 이재용 부회장의 이유 있는 자신감

이건희 회장은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언하고, 사업 전반의 체질개선을 통해 삼성전자가 오늘날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기업으로 도약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1993년 D램으로부터 시작해 2002년 낸드플래시, 2005년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 전반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구축한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초호황에 힘입어 연간 영업이익 58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는 성과도 남겼다.

하지만, 올해 들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상황이 달라졌다.

삼성전자 화성 EUV 생산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진입 ▲메모리 반도체 가격하락 및 수요둔화 등의 요인으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6조2천억원을 기록한 것이다.

이에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반도체 사업의 비전으로 제시한 시스템 반도체 육성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육성) 의지를 갖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 만큼 향후 성과가 기대된다”며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는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 역시 시스템 반도체 육성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쳐왔다.

그는 공식석상에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정체를 극복할 수 있는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함께 차량용 반도체, 센서,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해야한다”며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을 다시 가다금고 도전하면 5G(5세대 이동통신)나 시스템 반도체 등 미래 성장 산업에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경기가 좋지 않지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올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의 이 같은 자신감은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시스템 반도체(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이미지센서, 통신모뎀) 부문에서 메모리 반도체만큼 세계 최고의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에 기인한다.

실제 삼성전자는 현재 파운드리에서 글로벌 시장의 19.1%를 점유해 시장 2위(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기준)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에서 글로벌 시장의 11%의 점유율로 세계 4위(시장조사업 IBS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 삼성,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133조원 투자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생태계 조성에 나서기로 했다. 2030년까지 국내 연구개발 분야에 73조원(시스템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 양성), 최첨단 생산인프라에 60조원(생산시설 확충)을 투자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1만5천명(파운드리 1만3천명, 시스템LSI 2천명)에 달하는 시스템 반도체 전문인력을 채용하고, 국내 팹리스 업체들에게 ▲인터페이스 설계자산(IP) ▲아날로그 IP ▲보안 IP 등의 IP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경쟁사 대비 앞선 극자외선(EUV) 기반의 미세공정 기술력을 이용한 고객사 확보와 함께 신규 라인 투자도 지속 이어갈 계획이다.

(사진=ZDNet)

나아가 반도체 위탁생산 물량 기준을 완화해 국내 중소 팹리스 업체의 소량 제품 생산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이는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인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다품종 소량생산이 특징인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국내 중소 팹리스 업체는 지금까지 수준 높은 파운드리 서비스를 활용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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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삼성전자는 국내 중소 팹리스 업체의 개발활동에 필수적인 멀티 프로젝트 웨이퍼(MPW·Multi-Project Wafer) 프로그램도 공정당 년 2~3회로 확대 운영하고, 국내 디자인하우스 업체와의 외주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국내 팹리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이번에 내놓은 전략은 국내 팹리스 업계의 애로사항을 반영한 적절한 방향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나선 만큼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인 전문인력 양성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