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19] 30년전 한국 게임개발 문화와 초창기 인디게임

"인디게임 불씨 꺼뜨리지 말아야"

디지털경제입력 :2019/04/26 13:50

게임 산업과 인디게임이 태동하던 시절의 한국은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게임 역사 자료 수집가 오영욱 씨는 26일 성남시 판교에서 진행된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발굴되지 않은 한국 게임의 역사' 강연을 진행했다.

2006년부터 게임잡지를 수집하며 한국 게임산업 역사와 관련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는 오영욱 씨는 1987년 이전의 한국 게임개발에 대한 이야기와 90년대 인디게임 문화를 소개했다.

그는 한국 게임산업이 1960~1970년대에 수출 중심의 산업으로 시작됐다고 말하며 오림포스 전자가 퐁의 복제 버전을 해외 시장에 6천대 수출했다는 당시 기록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 게임산업이 PC 중심으로 전환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였다. 1981년부터 국산 PC 개발이 시작되고 1983년에 정보산업의 해를 맞아 체신부와 과학기술처가 정보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며 국내 게임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1985년에 대우에서 가정용 콘솔 재믹스를 출시하고 1987년에 컴퓨터 프로그램 보호법이 발표되며 미리내 등 게임사가 설립되면서 한국 게임산업 발전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게임산업에 대한 기틀이 만들어지자 게임 개발에 관심을 보이는 아마추어 개발자들도 늘어났다.

오영욱 씨는 "1992년 PC 통신 서비스 케텔의 게임 동호회 개오동에 게임 개발 관련 커뮤니티가 개설되고 여기서 개발자들이 소스 제작 기법을 공개하며 본격적인 국내 인디게임 개발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1991년부터 1993년까지 게임잡지가 연이어 창간되고 일본 중심의 개발문화가 국내에 소개됐다. 또한 이 시기에 국내 게임사가 자리를 잡으며 국산 게임 출시가 활발하게 이뤄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게임 잡지에서 C++로 게임 라이브러리와 게임 소스를 만드는 법을 알리기도 하고 각종 PC 통신에 게임제작 동호회가 만들어지는 등 한국 인디게임은 2000년대 초반까지 꾸준하게 성장했다.

1999년에 아마추어 게임제작 공모전이 실시되고 2003년에는 한국게임개발자협회와 한국게임산업협회의 전신인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설립되며 인디게임, 아마추어 개발자의 발전과 더불어 게임산업이 꾸준하게 성장을 거듭했다고 오영욱 씨는 설명했다.

하지만 2005년에 바다이야기 사태가 벌어지며 게임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고, 이듬해에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과 게임물등급위원회가 발족하며 한국 인디게임이 위축됐다. 아마추어 게임도 단속 대상으로 포함되기 시작한 것이 이 시기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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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행스럽게 한국 인디게임 명맥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몇년 사이에는 부산인디게임커넥트, 글로벌 인디게임제작 경진대회, 구글 인디 페스티벌과 각 엔진사의 인디게임 대회도 펼쳐지며 다시금 아마추어 개발이 활기를 띄고 있다"고 말했다.

오영욱 씨는 "한국 게임개발 역사는 흐름이 꾸준히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그 깊이가 생각보다 깊고 전 세대가 다음 세대에도 영향을 주는 식으로 이어졌다"며 "특히 초기 취미 컴퓨터 활동이 게임 개발자를 육성하는데 큰 영향을 끼친 것이 특징이다. 어려움을 겪었지만 아직까지 인디 개발자 문화는 남아있다. 이 불씨를 꺼뜨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