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미국에서 SK이노 제소..."영업비밀 침해"

"2017년부터 핵심인력 등 빼가...다량의 증거 확보"

디지털경제입력 :2019/04/30 10:36    수정: 2019/04/30 10:37

LG화학이 배터리 관련 핵심 기술과 인력을 유출당했다며 미국에서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지난 2017년부터 SK 측이 자사 전지사업본부 핵심인력 70여명을 빼갔고, 이와 관련해 다량의 증거를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LG화학은 29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Trade Secrets) 침해'로 제소했다.

LG화학은 ITC에 SK이노베이션의 셀·팩·샘플 등의 미국 내 수입 전면 금지를 요청하고, SK이노베이션의 전지사업 미국 법인(SK Battery America) 소재지인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영업비밀침해금지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 SK이노베이션 CI. (사진=각 사)

■ LG화학 "핵심기술 유출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 확보"

이 회사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전지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2017년을 기점으로 2차전지 관련 핵심기술이 다량 유출된 구체적인 자료들을 발견했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한 이유에 대해선 "미국 ITC와 연방법원이 소송과정에 강력한 '증거개시(Discovery) 절차'를 둬 증거 은폐가 어렵고, 이를 위반 시 소송결과에도 큰 영향을 주는 제재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이 제기한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에 따른 수입금지요청에 대해 ITC가 5월 중 조사개시 결정을 내리면 내년 상반기에 예비판결, 하반기에 최종판결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LG화학)

■ "2017년부터 전 사업부문에서 76명 인력 유출돼"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2017년부터 자사 전지사업본부의 연구개발(R&D)·생산·품질관리·구매·영업 등 전 분야에서 76명의 핵심인력을 빼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엔 LG화학이 특정 자동차 업체와 진행 중인 '차세대 전기차 프로젝트' 핵심인력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이에 그치지 않고 현재에도 SK이노베이션이 핵심기술 유출 우려가 있는 LG화학의 핵심인력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입사지원 서류에 자사 배터리 영업비밀이 상세하게 담겨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LG화학)

특히 SK이노베이션의 입사지원 서류에는 2차전지 양산 기술 및 핵심 공정기술 등과 관련된 자사 주요 영업비밀이 매우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담겨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이 회사는 설명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입사지원 서류에 LG화학에서 수행한 상세한 업무 내역은 물론 프로젝트 리더, 프로젝트를 함께한 동료 전원의 실명도 기술하도록 돼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에 따르면 한 직원의 입사지원 서류에는 전극 제조 공정 관련 프로젝트 내용이 당시 상황과 배경, 목적에서부터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개선 방안과 성과에 이르기까지 프로젝트 내용이 모두 기재됐다.

이를 위해 입사지원 인원들은 집단적으로 공모해 LG화학의 선행기술, 핵심 공정기술 등을 유출했고, 이직 전 회사 시스템에서 개인당 400여건에서 1천900여 건의 핵심기술 관련 문서를 다운로드 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주장이다.

SK이노베이션 입사 지원자 서류.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한 LG화학 직원의 정보가 기술돼 있다. (사진=LG화학)

■ LG "SK에 경고했지만 영업비밀 유출 계속돼"

LG화학은 이번 법적 대응에 앞서 2017년 10월과 올해 4월 두 차례 SK이노베이션 측에 내용증명 공문을 보냈다. 영업비밀, 기술정보 등의 유출 가능성이 높은 인력에 대한 채용절차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또 영업비밀 침해 사실이 발견되거나 영업비밀 유출 위험이 있는 경우 법적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SK 측에 경고했다고 이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LG화학은 "이 같은 자제요청에도 SK이노베이션이 핵심인력 채용과정에서 유출된 영업비밀 등을 2차전지 개발과 수주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뿐 아니라, 이러한 행위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해 법적 대응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사 핵심 인력을 대거 빼내가기 전인 2016년 말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고는 30GWh에 불과했다"면서 "그러나 올해 1분기 기준으로는 430GWh로 1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강조했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부회장). (사진=LG화학)

■ 대법, 올 초 '전직금지가처분' 소송서 LG화학 손 들어줘

LG화학은 "이번 사안은 개인의 전직의 자유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며 "2차전지 핵심 인력을 대거 채용하고 이들을 통해 조직적으로 영업비밀을 유출해간 심각한 위법 행위"라고 덧붙였다.

LG화학은 올해 초 대법원에서 2017년 당시 SK이노베이션으로 전직한 핵심 직원 5명을 대상으로 제기한 전직금지가처분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바 있다.

재판부는 영업비밀 유출 우려, 양사 간 기술 역량의 격차 등을 모두 인정해 지난해 이례적으로 장기간에 해당하는 '2년 전직금지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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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철 LG화학 최고경영자(CEO) 부회장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인 LG화학의 2차전지 사업은 1990년대 초반부터 30년에 가까운 긴 시간 동안 과감한 투자와 집념으로 이뤄낸 결실"이라며 "이번 소송은 경쟁사의 부당 행위에 엄정하게 대처해 오랜 연구와 막대한 투자로 확보한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이고, 정당한 경쟁을 통한 건전한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현재 관련 사안에 대해서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면서 "곧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