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초연결 뚫리면 끝장...철통 자물쇠 찾아라

[超시대가 왔다]③超보안...양자암호통신, 하이퍼시큐리티 '완벽' 꿈꾼다

방송/통신입력 :2019/05/24 15:28    수정: 2019/05/24 17:51

모든 것이 연결되는 시대다. 초시대(超時代)에서 초연결(超連結)이 기본이자 핵심인 이유다.

초시대는 끊임없는 연결에서 얻어지는 데이터를 지능적으로 분석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게 새로운 경쟁력의 관건이 됐다. 이를 위해 더욱 빠르고 많은 양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5세대(G) 이동통신이 국내에서 상용화 문을 열었고, 모든 것을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 네트워크는 더욱 촘촘해지고 있다.

연결이 복잡해질수록 통신의 안전성도 강화돼야 한다. 특히 5G가 4차 산업혁명 필수 인프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보안과 안정성이 필수적으로 꼽히는 요소다. 초고속, 초저지연, 초광대역과 같은 기술적인 기반 요소 외에도 데이터를 안전하게 전달하고, 끊임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해킹 우려는 최소로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초시대에는 창과 방패의 대결은 더욱 가파르고 치열하다. 은밀하면서도 격렬하다. 다만, 완전한 보안은 없다. 보안 기술이 발전할수록 보안을 위협하는 기술도 함께 발전하기 마련이다. 뚫리지 않는 방패를 구축하면 새롭게 뚫는 창이 개발되는 순환이 끊임없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창과 방패의 끝없는 싸움에서 글로벌 정보통신(ICT) 선두주자들은 양자암호통신을 주목하고 있다. 현존 해킹 기술로는 전송 구간에 적용된 양자암호를 절대 뚫을 수 없다는 양자의 물리적 특성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는 상황이다.

사진 = 이미지투데이

■ 보안의 미래 ‘양자암호통신’이 뭐길래

양자암호통신은 말 그래도 양자(Quantum)적 특성을 활용한 통신 보안 기술이다. 양자를 활용한 ICT 산업은 크게 양자암호통신, 양자센서, 양자컴퓨팅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양자암호통신은 양자의 특성을 이용해 송신자와 수신자 간에 암호키를 안전하게 생성하고, 양자암호키를 이용해 데이터를 암호화하는 기술이다.

양자적 특성을 활용한 암호기술은 기존 암호기술과 큰 차이를 보인다.

기존 통신이나 금융 등 보안이 생명인 분야에서 폭넓게 쓰이는 암호기술은 소인수 분해를 바탕으로 한 RSA(Rivest Shamir Adleman) 알고리즘이다. 수학적인 알고리즘을 이용하는 암호기술은 무작위로 선택된 난수(Random number)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RSA 암호와 같은 현대 공개키 암호 체계는 패턴으로 이뤄진 난수다.

수학적 알고리즘 기반의 패턴으로 이뤄져있기 때문에 컴퓨팅 연산으로 암호 체계를 풀어낼 수 있다. 컴퓨팅 기술의 발전에 따라 암호화 체계가 무력화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반면, 양자 난수 기반의 양자암호통신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양자 난수로 만들어진 암호는 복제가 불가능하고, 중첩이라는 독특한 성질 때문에 현재 컴퓨팅 연산으로 풀어낼 수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자의 중첩은 현재 컴퓨팅의 디지털 신호 처리 방식인 0과 1의 조합이 아니기 때문이다. 0과 1 등 두가지 개별 상태 외에도 양쪽의 특성을 갖는 상태도 존재한다. 경우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뿐 아니라, 패턴 분석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아울러 한번 측정되면 0 또는 1로 확정돼 이전 상태를 복제할 수 없는 비가역성, 0과 1 모두를 동시에 측정할 수 없는 불확정성, 거리에 상관 없이 두 양자 간 상관관계가 존재하는 얽힘 등의 특징에 따라 데이터의 송수신 과정에서 정보 탈취는 매우 어려워진다.

■ 미래 시대의 핵무기, 글로벌 기술 확보 경쟁

기존 암호화 체계의 붕괴가 양자컴퓨터의 상용화 시점에 달렸다. 예컨대 129자리의 자연수를 소인수분해하는 경우를 고려할 때, 현재 일반 고성능 컴퓨터를 1천600대가 병렬 연산으로 할 경우 8개월이 소요된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수시간 내 가능해진다.

양자컴퓨터와 양자암호통신이 쫓고 쫓기는 싸움이 글로벌 ICT 첨단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유다.

세계 각국의 양자 경쟁은 20세기에 벌어진 핵무기 개발에 비교되기도 한다. 양자 컴퓨팅 개념은 1980년대 초에 등장했지만 양자역학의 ICT 접목에 대한 청사진이 구체화되면서 각국 정부의 패권 장악 경쟁이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국가적 보안 문제 외에 경제적 파급효과도 막대하기 때문이다.

양자암호 기술 확보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이 양자암호에 쏟아부은 돈은 중국을 제외한 모든 지구상의 국가가 들인 투자보다 크다는 이야기가 양자 관련 전문가 사이 중론이다.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사건 이후 국가적인 투자가 집중됐다.

중국이 위성으로 양자암호통신에 성공한 2016년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양자기술 진흥계획을 세웠다. 10년간 10억 유로 투자를 통해 차세대 산업이 될 양자를 선도하자는 목표다.

민간에선 활발한 양자 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국가적 단위의 움직임은 크게 없던 미국이 가세했다. 양자 기술 개발을 위한 법안(NQI)을 만들어 5년간 13억 달러 가량을 투자키로 했다.

2천년대 초반 세계 각국의 양자정보통신기술 투자에 관심이 시작됐다면 최근 들어서는 과거 핵무기 보유 경쟁에 견줄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국가 단위의 연구개발 투자 실행은 뒤지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많지만 정책적인 관심은 높아진 상황이다.

사진 = 미국 지디넷닷컴

■ 5G 상용망에 도입, 양자암호통신 개발 박차

양자암호통신 개발을 두고 글로벌 패권 경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비교적 이른 시기에 뛰어들었다. KT와 LG유플러스도 양자암호통신 기술 확보에 가세하면서 통신사 위주의 기술개발이 한창이다. 5G 시대 네트워크 보안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고 있는 방증이다.

5G 네트워크에 양자암호통신을 적용한 SK텔레콤의 행보가 단연 돋보인다.

SK텔레콤은 지난 3월부터 5G 가입자 인증 서버에 IDQ의 양자난수생성기(QRNG)를 적용했다. 5G 망에 이어 전국 데이터 트래픽의 핵심 전송 구간인 서울과 대전 구간에 IDQ의 양자키분배(QKD) 기술을 적용했다. IDQ는 글로벌 양자암호통신 1위 기업이다.

SK텔레콤의 목표는 명확하다. 도청이 원천 불가능한 이 기술을 5G 네트워크에 적용해 ‘가장 안전한 5G’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초연결시대에서 통신망 운용의 핵심 경쟁력으로 ‘안전’을 꼽은 것이다.

점진적으로 초연결 네트워크에 양자암호기술을 확대 적용, 다가오는 초시대의 가장 안전한 통신 기술을 갖추겠다는 뜻이다. 지난 2005년 양자암호통신 기술에 처음 관심을 가진 이후 2011년부터 본격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을 이어온 결과다.

아예 세계 1위 양자암호통신 기업인 스위스의 IDQ를 700억원을 들여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사업화 단계에 들어갔다.

박정호 사장은 “오프라인 사물들이 무선화 되는 5G 시대에는 안전이 통신의 새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며, “SK텔레콤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5G 통신망을 제공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정부에서도 민간과 함께 동시 연구개발에 나섰다. 지난해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전국 초연결 지능형 네트워크 보안에 양자암호통신을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부터 양자정보통신 진흥 종합계획 수립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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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를 활용한 ICT 산업의 변화와 새로운 시대의 개화에 대한 관심이 쏠리는 시점이다.

IDQ를 창업한 니콜라스 지생 박사는 저서 ‘양자우연성’에서 “맥스웰이 19세기에 발견한 전자기법칙은 20세기 전자공학의 발전을 이끌었다”며 “20세기에 발견된 양자역학이 21세기의 기술발전을 주도할 것이라 예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