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 없는 화웨이, 버틸수 있을까

[이슈진단+] 美, 中 화웨이 제재 한 달(하)

홈&모바일입력 :2019/06/14 15:13    수정: 2019/06/14 17:23

미국 트럼프 정부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중국 기업 화웨이에 대해 통신장비 판매와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한지 곧 한달을 맞는다. 미국 내 구글 등 주요 IT기업들이 제재에 동참하자 5G 등 차세대 통신산업에서 승승장구하던 화웨이는 전례없던 위기에 직면했다. 유럽 등 세계 기업들도 이같은 제재에 동참하려하자 중국 정부는 이를 자국 산업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강경 대응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장기 국면이 예상되는 미·중 경제무역과 기술 패권 경쟁이 불러올 영향과 우리의 대응책을 핵심 부품,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분야 등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화웨이 제재 행정명령은 지난달 15일이었다. 그러나 제재가 진정한 힘을 받기 시작한 건 4일 뒤인 19일 구글의 안드로이드OS 지원 중단 결정이었다. 구글이 화웨이의 스마트폰에서 안드로이드OS 업데이트와 구글서비스 사용을 차단하겠다고 나서자, IT 주요 업체가 잇달아 제재 흐름에 동참했다.

안드로이드OS를 쓸 수 없게 된 화웨이는 결정타를 맞은 듯 했다. 스마트폰 시장 1위 삼성전자를 넘어서려던 야심도 사실상 수포로 돌아가는 것으로 여겨졌다. 구글의 결정은 화웨이를 구석으로 몰아가는 발화점이었다. IT진영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구글이 미국 행정부 정책에 동조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다른 IT기업과 조직이 순식간에 반(反) 화웨이 흐름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다만, 소프트웨어 문제는 화웨이에게 다른 사안에 비하면 덜 골치 아픈 사안이다. 안드로이드OS 대안이 화웨이 내부에서 오랜 시간 준비돼왔고, 대체재로 쓸 OS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 로고(사진:씨넷)

■ 대안 SW 도입, 기술력보다 의지의 문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차곡차곡 쌓은 경험의 결정체이기 때문에 내재화된 역량이 사용자의 경쟁력을 결정한다. 조건만 보면, 화웨이는 자체적으로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 익숙하다. 기업용 장비 시장에서 이미 오픈소스로 서버 가상화와 클라우드 플랫폼을 구축했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PC, 스마트폰 등 오픈소스에 기반한 개인용 기기 사업을 영위해왔다. 통신 장비도 오픈소스 기반으로 만들어왔다.

화웨이의 대안 모바일 OS는 미국의 직접 제재 이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화웨이는 '홍멍'으로 알려진 이 OS를 올해말부터 중국 내수 제품에 사용하고, 내년부터 수출 제품에 사용할 계획이다.

화웨이는 각국에서 홍멍OS 관련 상표등록을 진행하는 한편, 안드로이드 플레이스토어를 대체할 앱스토어도 준비하고 있다.

최근엔 러시아에서 개발된 OS를 사용할 수 있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아브로라'란 OS는 핀란드 스타트업 욜라에서 개발한 '세일피시'의 파생작이다. 러시아는 탈 구글 인터넷 생태계를 보유한 몇 안되는 국가다. 러시아 인터넷포털 회사 '얀덱스'는 현재 사명과 같은 검색엔진을 비롯해 지도, AI비서, 택시 서비스 등을 보유하고 있다. 각종 소셜미디어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러시아 내부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운영되고 있다.

안드로이드의 오픈소스 버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한 대안이다. 수많은 중국 스마트폰이 안드로이드오픈소스프로젝트(AOSP)를 이용한다. 샤오미의 'MIUI'도 AOSP에 커스텀롬을 씌우고 최적화되며 발전해온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윈도10의 화웨이 협력을 중단하려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PC의 경우 리눅스 PC는 중국 내부에서 이미 활발히 사용되며, 윈도가 오히려 추격자 입장이다.

■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앱 생태계

OS를 쓸 수 없게 된 것보다 풀기 어려운 문제는 앱 생태계다. 플레이스토어를 스마트폰에 넣을 수 없기 때문에 화웨이 기기 사용자는 앱을 우회설치하거나 다른 앱스토어에서 써야 한다.

모바일 기기에서 앱스토어는 단순히 장터의 역할을 하는 것 외에 많은 역할을 한다. 사람의 언어로 작성된 앱의 소스코드를 컴퓨터에서 실행하려면 그에 맞게 변환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컴파일(compile)'이란 단계다.

안드로이드나 iOS 같은 모바일 OS의 경우 컴파일을 앱 실행 전에 미리 해두는 '어헤드오브타임(AOT)' 방식을 취했다. 기계가 알아듣는 언어로 미리 바꿔두므로 실행할 때마다 컴파일하는 것보다 빠르고 전력소모도 줄어들 수 있다.

앱스토어는 기기에 설치되기 전 반기계어로 된 상태로 앱을 보유하고 있다. 사용자가 앱의 다운로드를 요청하면, 사용자의 기기와 사용환경에 맞게 완전히 기계어로 번역된 컴파일을 설치한다.

플레이스토어를 쓰지 못한다고 해서 화웨이 스마트폰이 AOT 컴파일을 할 수 없는 건 아니다. 번역 단계에 어떤 기술을 쓰느냐는 애플리케이션과 독립적이므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구글이 달빅VM에서 ART로 바꾼 것과 같다.

수 많은 플레이스토어의 앱을 대안 앱스토어에 등록하게 하는 건 의지의 문제지, 기술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오히려 플레이스토어보다 개발자에게 유리한 계약조건을 내세우거나, 사용자 혜택도 화웨이 독자적으로 강화해 사용자층을 흡수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문제는 보안 우려다. 플레이스토어 외의 앱스토어는 이미 중국 내에서 난립해왔는데, 일종의 암시장이다. 불법 소프트웨어가 유통되고, 악성코드가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화웨이가 보안성 검증 측면에서만 사용자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면, 플레이스토어 대안은 쉽게 풀릴 수 있다.

화웨이는 안드로이드 개발자를 유입하기 위한 행보에 돌입했다. 지난 10일 화웨이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개발자들에게 자체 앱스토어인 ‘앱갤러리’로 초대한다는 이메일을 발송했다. 화웨이는 ‘[공식] 화웨이 앱갤러리 참여 초대’라는 메일을 통해 "사용자들이 당신의 앱을 원활하게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 화웨이는 완벽한 지원을 약속한다"며, "당신의 앱을 앱갤러리에 게시하는 것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화웨이 개발자 포털에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고 밝혔다.

화웨이 앱갤러리는 약 2억 7천만 명의 월간 활성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화웨이는 지난 2년간 화웨이가 약 3억 5000만 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했고, 이 중 절반은 서방 시장에서 팔렸으며, 개발자 포털에는 약 56만 명의 개발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웨이 자체 앱스토어 '앱갤러리' 아이콘

■ G메일, 검색, G스위트 등 웹 연결 유도 가능

G메일, 구글지도, 검색, 유튜브, 구글드라이브 등 다양한 구글 서비스를 화웨이 기기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것도 위기요인으로 보인다.

중국 내부는 어차피 구글 서비스를 차단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유럽, 아시아태평양, 중남미 등 수출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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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가 직접 제공하는 서비스와 클라우드도 존재한다. 애플 아이클라우드, 구글드라이브의 대체재는 높은 수준의 성능을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구글의 서비스는 웹 기반이다. 앱이 아니어도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홈 메뉴에 웹페이지 바로가기를 해두면 앱처럼 쓸 수 있다.

구글판 안드로이드에 강하게 종속된 '구글 어시스턴트' 정도가 약간 더 해법 찾기 힘든 문제일 수 있다. 또 구글이 최근 각종 서비스의 고급 기능 활용을 모바일 앱 실행으로 유도한다는 점도 화웨이에게 과제다. 유튜브 고화질 영상 재생 시 웹에서 앱으로 이동시키는 팝업을 띄우는 경우를 회피할 방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