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 혁신기...MS SW 전략 바뀐다

UWP 채택 강제 정책 완화 "억지로 안써도 돼"

홈&모바일입력 :2019/06/18 14:13    수정: 2019/06/18 18:06

새로운 형태의 IT 기기가 속속 등장하면서 소프트웨어 회사의 전략도 전환기를 맞았다. 모든 기기에 대응하는 통합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을 추구해온 마이크로소프트가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최근 미국 지디넷 등 외신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 운영체제(OS)의 애플리케이션 개발 플랫폼인 '유니버셜윈도플랫폼(UWP)'의 강제 적용 정책을 완화했다.

UWP는 윈도8부터 이어져온 윈도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이다. 단일 앱으로 모든 윈도 기기 구동을 지원한다는 크로스플랫폼 비전을 가졌다. 앱 하나만 개발하면 데스크톱, 태블릿, 스마트폰, 게임콘솔, 홀로렌즈, 서피스허브 등의 하드웨어에서 모두 구동할 수 있어 개발자의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었다.

새로운 시대를 맞아 급속도로 변신하고 있는 MS는 IT 하드웨어의 혁신 시대를 맞아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거대한 시장 조류의 변화는 MS조차 고집을 꺾게 만들었다.

■ “UWP 억지로 쓰지 않아도 된다”

UWP 앱은 MS스토어를 통해서 배포되고, 업데이트 된다. MS는 더 나은 성능과 보안성을 이유로 윈도10용 앱을 오직 UWP로 개발할 것을 강제했다. 윈도7까지 윈도 OS의 핵심 API였던 WIN32 사용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했다. WIN32 앱은 윈도10의 터치, 잉크 등의 UWP 기능을 쓸 수 없다.

그러던 MS가 올해들어 UWP에 대한 태도를 바꿨다. 4월초 공개된 크로미엄 기반 엣지 브라우저는 UWP를 사용하지 않았다. 엣지 브라우저는 UWP의 대표 사례였다. MS는 대신 iOS, 맥OS, 리눅스, 안드로이드 등 OS마다 다른 버전의 엣지를 개발하고 있다.

조 벨피오레 MS 기업부사장은 더버지와 인터뷰에서 "UWP는 엣지에게 역풍이었다"며 "UWP가 나쁘진 않지만, UWP는 엄청나게 방대한 앱에 쓰였던 35년 성숙한 플랫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터치스크린 친화적 UI로 개발중이던 MS 오피스 UWP 버전은 보류했다. 오피스 앱도 OS에 맞는 별도 버전으로 개발, 출시되고 있다.

게임 개발사가 MS스토어에 WIN32 API 기반 앱을 등록하는 것도 허용했다.

게임 시장은 윈도 외에도 스팀 같은 퍼블리싱 플랫폼이 다수 존재한다. 이 때문에 게임사는 UWP버전 게임을 따로 개발하는 부담을 가져왔다. MS가 게임 개발자의 완전한 WIN32 활용을 허용함에 따라 모든 윈도용 게임은 UWP를 사용하지 않고도 MS스토어에서 판매될 수 있게 됐다.

필 스펜서 MS 게임부문 대표는 더버지와 인터뷰에서 "WIN32가 게임 개발자와 게이머에게 사랑받는 앱 형식이란 것을 인정한다"며 "개발자와 게이머가 좋아하는 더 많은 옵션을 해제할 것이고, 개방형 윈도 게임 생태계에서 최적화와 제어력을 허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니버셜 윈도 플랫폼

■ UWP의 죽음, WIN32의 부활?

일련의 변화를 본 업계는 'UWP의 죽음'이라 분석하기도 했다.

MS가 윈도10을 위해 기존의 WIN32 기반 데스크톱 앱을 UWP 앱으로 전환하는 것을 강요했지만, 개발자들은 쉽게 호응하지 않았다. 이는 UWP가 활성화되지 않는 결과를 초래했다. 에픽게임즈의 팀 스위니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 MS의 UWP 강제사용을 강하게 비판했다.

WIN32 API 활용이 자유로워짐에 따라, MS스토어와 윈도 기반 앱은 더 풍성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UWP 강제는 완화했지만, UWP가 완전히 소멸하는 건 아니다. WIN32를 지속 발전시키면서, UWP는 새로운 유형의 하드웨어를 위한 크로스플랫폼으로 발전한다. UWP의 죽음이라 단언하기 어려운 이유다.

케빈 갈로 MS 윈도 개발자 플랫폼 기업 부사장(CVP)은 미국 지디넷과 인터뷰에서 "UWP는 유지되며 죽지 않는다"고 말했다.

UWP는 여전히 홀로렌즈, 서피스허브, ARM용 윈도 , 데스크톱 등에서 기반을 이룬다. WIN32가 전통적인 PC 환경에 적합하지만, 홀로그램이나 듀얼스크린PC, ARM 기기엔 UWP가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인텔 '트윈리버' 노트북 콘셉트 제품

MS는 명확히 구분된 UWP와 WIN32 생태계를 통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케빈 갈로 부사장은 "WIN32와 UWP 사이의 큰 분열을 해소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WIN32 앱에 현대적 데스크톱 요소를 추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모든 건 그냥 윈도 앱으로 불리게 될 것"이라며 "플랫폼의 모든 기능이 모든 개발자에게 쓰여야 한다는 게 궁극적 목표"라고 강조했다.

작년 MS는 'XAML 아일랜드'란 기술을 발표했다. 이는 윈도 개발자가 기존 WIN32 앱에 UWP의 UI 요소를 사용하게 도와주는 기술이다. 윈도폼즈, 윈도프리젠테이션파운데이션9WPF) 기술을 포함한다.

갈로 부사장은 지난달 6일 블로그에서 "UWP의 많은 부분을 떼어내는 것을 당신들이 반긴다고 들었고, WinUI, MSIX, 윈도터미널 등을 점진적으로 채택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UWP뿐 아니라 WIN32 개발자에게도 최신 API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WIN32와 UWP 분열을 해소하려는 또다른 노력이 발표됐다. MS는 패키지되지 않은 윈도 데스크톱 앱도 윈도런타임(WinRT) 요소를 사용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 내용은 윈도10 1903 업데이트부터 적용된다.

앱을 패키지하지 않아도 WinRT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면 UWP 생태계의 수많은 기능이 장벽을 넘어 공유된다. WIN32 코드 투자를 유지하면서 윈도10의 최신 기능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MS는 모든 윈도 프레임워크에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새 목표를 설정했다.

컴퓨텍스2019에서 공개된 허니컴 노트북 콘셉트 제품.

■ 모바일을 넘어선 하드웨어, OS도 변한다

MS는 윈도폰과 태블릿 시장에서 윈도8의 쓰디쓴 실패를 맛봤다. UWP는 모바일 시대에 맞게 윈도 OS를 변경하려는 MS의 비전을 담고 있다.

새 유형의 IoT 기기와 홀로렌즈 같은 융합현실(MR) 기기, 미래의 X박스, 폴더블 디바이스 등 데스크톱을 넘어선 새로운 PC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새 하드웨어 폼팩터의 등장은 개발자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투자를 강요한다. MS로선 개발자의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부담을 줄이는 노력을 포기할 수 없다.

새 하드웨어의 등장은 데스크톱 PC의 새 중흥기를 낳기도 했다. 새 폼팩터에 맞는 앱을 개발하려면 더 성능 좋은 PC가 필요해진다. PC 제조사도 UWP를 앱 경험 최적화, 설정 도구, 드라이버 등에 사용 중이다. UWP와 WIN32 모두 데스크톱에서 필요해졌다.

크로스플랫폼은 MS뿐 아니라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도 많은 투자를 진행해온 분야다. 일렉트론, 프로그레시브웹앱(PWA), 자바스크립트 등이 크로스플랫폼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다. MS는 WIN32를 크로스플랫폼에 개방하면서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플랫폼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개발 차원뿐 아니라 OS 차원의 변화도 감지된다. 새 하드웨어 형태에 맞게 윈도를 진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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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말 컴퓨텍스에서 여러 PC 제조사가 듀얼스크린 노트북 같은 신개념 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MS는 컴퓨텍스2019 행사에서 '모던 OS'란 용어를 사용했다. PC 제조사에서 내놓을 새로운 PC 혁신에 OS도 대응해야 할 시기라는 것이었다.

MS는 기존 윈도를 가볍게 만든 버전인 '윈도 라이트'를 준비중이다. 윈도를 핵심적인 OS 요소만 담은 윈도코어OS(WCOS), UI 요소를 별도의 개체로 떼어내는 '윈도 셸' 등 윈도의 모듈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산토리니란 코드명으로 불리는 '윈도 셸'은 다양한 하드웨어의 특성에 맞게 UI를 변화무쌍하게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