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차, 미세먼지 원흉 낙인찍기 신중하게 살펴봐야"

국회 토론회서 전문가들 주장…"차 산업 파장도 따져봐야"

디지털경제입력 :2019/06/27 17:10    수정: 2019/06/27 17:11

경유차 등 내연기관차가 미세먼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과학적인 원인 분석을 하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관련 산업에 미칠 파장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미세먼지의 현실적 해법, 내연기관차 퇴출인가?'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원인을 섣불리 단정하는 것을 경계했다.

이날 토론회는 홍일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과 이종배, 김삼화 간사가 주최하고 자동차공학회가 주관했다.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미세먼지의 현실적 해법, 내연기관차 퇴출인가?' 토론회가 개최됐다. (사진=자동차공학회)

■ "미세먼지-내연기관차 상관관계부터 찾아야"

주최 측인 홍일표 산업위원장은 환영사에서 "미세먼지 저감 효과와 산업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분석이 미흡한 상태에서 '무공해차 의무판매제', '내연기관 퇴출' 등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위원장은 "수송부문에서 미세먼지 저감대책과 예산이 집중된 전기·수소차는 전기와 수소 생산, 배터리 제작 등의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배출된다"며 "차종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것이 아니라 수송부문의 전주기적 차원에서 오염물질 저감 기술이 구현될 수 있도록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상공 미세먼지. (사진제공=뉴스1)

이날 토론회에서는 미세먼지 발생 원인에 대한 과학적인 정보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내연기관차 퇴출을 논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 "아직까지 미세먼지 발생원인이나 매커니즘에 대한 과학적 정보가 활용하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국외 발생영향을 비롯해 친환경차 등 모든 차종의 미세먼지 배출량 전과정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경유차에 대해 "글로벌 각국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저감장치로 대폭 저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순태 아주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미세먼지 배출원 구분, 배출량 삭감, 농도개선, 건강비용 감소라는 큰 축에서 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설득력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미세먼지 농도가 감소하면 건강·보건 비용이 줄어드는 대신, 방지시설과 신기술 개발 등에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비용-효과 분석을 통해 적정 수준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본부장. (사진=자동차공학회)

■ "미세먼지 대책, 자동차 산업 뿌리째 흔들 것"

자동차 미세먼지 대책이 위기에 처한 자동차 산업을 더욱 힘들게 내몰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수출량의 약 30%(자동차·부품 10.6%, 석유화학 8.3%, 석유제품 7.7%)를 차지한 자동차 산업의 국가적인 손실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본부장은 "국내 자동차 산업은 고용의 12%, 생산의 14%, 부가가치의 11%, 총수출 비중의 13%를 책임지고 있다"며 "또 세계 주요 기관의 전망에서 보듯 2030년께 내연기관차가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돼, 극단적인 정책은 국내 자동차 산업의 발전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 아산 현대차 공장 사진. (사진=현대자동차)

조 본부장은 "최근 우리나라의 친환경차 판매 비율은 주요국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라고 강조하며 "자동차 생산국이면서 일정 자동차 수요를 확보하고 있는 국가들의 친환경차 비중은 2% 내외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엔진용 부품 제조사인 계양정밀 한태식 부사장은 "당사는 국내 유일의 터보차저 엔진 업체로 해외에서도 기술을 유망하게 평가하고 있다"면서도 "국내에서는 쇠퇴산업이라는 인식이 확산 중이어서 어렵다"고 말했다.

한 부사장은 "현재의 정책방향이 체계적인 분석하에 이루어졌는 지가 의문"이라며 "주요국의 자동차 정책은 국가별로 다른 접근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우리와 여건이 다른 나라의 방법을 차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각국의 자동차 정책이 자동차 산업의 중요도와 재생에너지 보유도, 내연기관 관련 기술경쟁력 등 다양한 요소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영국 정부는 내연기관차 퇴출과 관련해 선언적 의미 발표만 했을 뿐, 아직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마련하지 않았다고 한 부사장은 설명했다.

배충식 KAIST 교수. (사진=자동차공학회)

■ "각국 기술 개발로 자동차 미세먼지 기여도↓"

반면, 자동차로 인한 미세먼지가 실제로 줄어들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책에 모순이 의심된다는 지적이다.

배충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환경기술 개발과 규제 강화를 통해 자동차의 미세먼지 기여도가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며 "내연기관차에 기반한 산업구조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을 도입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배 교수는 "우리나라 초미세먼지의 고농도 사건은 전국적인 현상으로, 국외유입 요인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국내 발생원 저감만으로는 해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 1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고농도 초미세먼지의 국외 기여율은 69~82% 수준으로 나타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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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덕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경유차 제로화 선언은 세계 최초로 정부가 특정한 동력원에 대해 낙인을 찍는 것"이라며 "독일 폭스바겐 사건 이후, 실도로 배출수치가 규제치보다 현저히 감소하는 등 최근 기술발전이 비약적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캐시 카우(Cash cow·수익창출원)' 역할을 하는 내연기관차의 기술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전기차·수소차의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기적인 기술지원 등의 투 트랙(Two-track) 전략 또는 균형 잡힌 정부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