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지컴퓨팅 최적화 다음 숙제, 통신사 혼자 못 풀어"

빅터 바울 마이크로소프트 MNR 디렉터 겸 디스팅기시드 사이언티스트

컴퓨팅입력 :2019/07/02 13:32    수정: 2019/07/02 18:46

"한국 통신사업자들이 엣지컴퓨팅으로 5G 네트워크 최적화를 실현할 거라 본다. 훌륭한 비즈니스와 애플리케이션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 거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뒷단의 클라우드에 여러 노하우가 필요하다. 단독 플레이나 '주도권' 추구는 현명하지 않다. 소프트웨어(SW) 전문성에 투자해 온 IT회사와 협력하는 게 바람직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빅터 바울 모빌리티 및 네트워킹 리서치(MNR) 디렉터는 최근 지디넷코리아와의 인터뷰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5G 서비스에 필요한 IT인프라의 혁신과 성숙에는 다른 전문성이 요구된다고 지적하면서다.

그는 클라우드, 머신러닝, 인공지능(AI )을 융합한 소위 '스마트 서비스' 제공에 SW 개발 역량을 보탤 외부 전문가, IT회사와의 협력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통신사는 MS같은 곳과 손잡고 각자 네트워크와 IT의 전문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야 경쟁력있는 5G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빅터 바울 마이크로소프트 모빌리티 및 네트워킹 리서치 디렉터 겸 디스팅기시드 사이언티스트

바울 디렉터는 2000년대 후반부터 일련의 논문으로 인텔리전트엣지(Intelligent edge), 분산클라우드(Disaggregated cloud), 마이크로데이터센터(Micro data center), 클라우들릿(Cloudlet) 등으로 명명된 IT인프라 개념을 제안했다. 즉 이미 10여년 전에 5G 네트워크 구축, 운영, 관리, 최적화 시나리오를 위한 엣지컴퓨팅 기술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여러 관점에서 예견해 온 전문가다.

지난 1997년 MS에 입사한 그는 2002년 만들어진 네트워킹 리서치 그룹(NRG)과 2010년 만들어진 MNR 그룹 설립 멤버였다. MNR은 다국적 IT회사 MS의 산하 연구소 중 네트워크와 이동통신기술에 초점을 맞춘 연구 조직이다. 바울 디렉터가 이 조직을 이끌고 있다. MS가 오랜 경력과 탁월한 실적을 인정받은 연구자임을 공인하는 '디스팅기시드 사이언티스트(Distinguished Scientist)' 직함도 부여받았다.

바울 디렉터는 지난달 17일부터 21일 사이 서울에서 진행된 미국 컴퓨터학회(ACM) 모바일 컴퓨팅 분야 전문 학술대회 'ACM 모비시스 2019' 참석차 한국에 체류했다. 단순 참석자나 연사가 아니라 이 학술대회의 운영위원회 10인 중 1인이자 의장 자격으로 와 있었다. 지디넷코리아는 한국MS와 MS리서치의 협조를 구해, 바울 디렉터와 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엣지컴퓨팅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5G 서비스 응용 시나리오에서 통신사에게 MS같은 IT회사의 전문성이 중요한 이유를 강조하고 실제 MS와 통신사업자간의 협력 방안을 제안했다. 이 방안을 뒷받침할 전문성이 반영된 일부 기술 요소를 소개했다. 네트워킹과 AI 기술을 융합한 '비전제로' 캠페인 대응 사례를 소개했다. 최근 MS리서치 AI그룹 수장인 해리 셤 수석부사장과 논의한 연구 주제도 살짝 언급했다.

바울 디렉터와 진행한 인터뷰를 아래 일문일답으로 재구성했다.

- MNR 디렉터로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나는 연구소장(director)으로서 일상적인 관리를 총괄하고 있다. MS리서치랩 '리더십팀' 일원으로, 연구소 소속 연구원과 엔지니어 200여명 인력도 관리한다.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MS 고위 임원들과 대화하고, 최신 네트워크 시스템과 모빌리티 시스템 동향을 업데이트해 준다. MS가 언제든 최신 기술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이다. 각종 행사에서 연사를 맡기도 한다.

MNR의 역할은 MS의 데이터센터 인프라, 특히 애저(Azure) 네트워크의 기반 구성에 영향을 주는 거다. 모바일 시스템 쪽의 서비스로 널리 제공되기 전 작업을 수행한다. 애저 코그니티브 서비스도 우리 쪽에서 먼저 시작해 범용화한 사례다. 이런 초기 연구를 단독으로 시작하기도하고, 외부 학회나 연구기관과 함께 하기도 하고, 다른 조직에 연구비를 지원하기도 한다. 결과물을 다수 논문으로 발표하기도 한다."

- 10년 전부터 일련의 연구에 여러 엣지컴퓨팅 관련 용어를 제시하고 있는데 동일한 개념인가 (편집자주 : 그의 연구 이력에 엣지컴퓨팅, 인텔리전트엣지, 분산클라우드, 마이크로데이터센터, 클라우들릿 등이 언급됨.)

"엣지컴퓨팅으로 앞으로 뭘 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우리의 초기 비전을 설명한 것이다. 여러 용어가 하나로 통합된 개념은 아니고, 관련성이 있어 개별적으로 필요하다는 취지를 담았다. 처음엔 엣지 기술과 컴퓨팅 비전 관련 기술이 더 개발돼야 한다는 점과, 엣지 영역에 어떤 애플리케이션이 적합한지 등 여러 내용을 소개하고자 내놓았다. 사람들이 엣지 영역의 프로그래밍에 더 관심을 갖고, 다른 연구자들이 그 잠재력을 바라봤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첫 논문을 발표했다. 이후 개별 주제를 깊이 다루는 논문을 추가로 발표해 왔다."

- 한국 통신사가 5G 서비스를 위해 엣지컴퓨팅을 최적화해 스마트한 도시, 산업, 일상을 실현하는 데 주도권이나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할 것이라 보는지.

"절대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다. 엣지컴퓨팅은 네트워크 최적화 방식이지만, 문제 해결 방식이기도 하다. 문제 해결엔 SW 디자인을 위한 능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 통신사들이 엣지컴퓨팅을 통해 네트워크 최적화를 실현할거라 본다. 프로그래머블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면, 앱개발자가 아이폰에 앱개발하듯 네트워크 관련 앱스토어, 구글스토어같은 게 만들어질거라 생각한다. 그 과정에 주도권을 추구하는 건 그리 현명하지 않다.

MS는 엣지컴퓨팅 기반의 문제해결 방법론에 상당기간 투자해 왔다. 이걸 발전시키려고 기계학습, 머신러닝 전문가를 영입했다. AI 시스템도 많이 구축해 놨다. 머신러닝 기술과 애널리틱스, 애플리케이션 기술 노하우가 엣지컴퓨팅 비전을 보유했다. 통신사가 이걸 직접 개발하기보단 이용하면서 최종 사용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더 합리적이다. 서로의 영역을 가져가기 보단 협력하는게 더 좋다."

빅터 바울 마이크로소프트 모빌리티 및 네트워킹 리서치 디렉터 겸 디스팅기시드 사이언티스트

- 엣지컴퓨팅 영역에서 MS와 통신사가 어떻게 협력할 수 있나.

"이동통신서비스 기술은 5G까지 발전했는데, 그 서비스를 한 단계 도약시켜 미래 영향력을 키우려면 SW를 더 잘 활용해야 한다. 이미 많은 통신사가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엣지컴퓨팅 인프라 위에 SW를 개발한다. 이 때 MS 같은 회사와 대화하면 각자 영역의 강점을 바탕으로 이점을 얻을 수 있다.

MS는 기능이 풍부한 SW를 개발한 경험이 있고, 통신사는 최종 사용자에게 패킷을 전달하는 네트워크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SW를 활용해 네트워크 운영 비용을 낮출 기회를 포착할 수 있고, 네트워크 혁신에 필요한 SW, 프로그래밍 가능한 기술, API를 활용하면서 서로의 산업에 동반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미래에 필요한 기술을 만들고 혁신하기까지의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

미래에 SW 제공자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 전망한다. 최종 사용자에게 기능이 풍부한 SW를 제공하는 미래를 온전하게 만들려면 엣지컴퓨팅 영역에 프로그래밍 가능한 영역과 기술과 API가 제공돼야 한다. 우리는 그런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 MS의 애저 클라우드가 통신사와 MS의 협력을 위한 거대한 기회가 될 것이다.

5G 이동통신서비스의 1밀리초(㎳) 미만 지연시간 문제도 엣지컴퓨팅을 통해 해결됐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하고 재미있는 SW를 추가할 수 있다면 통신사의 제품을 더 좋아하고 매력적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

- 엣지컴퓨팅 연구 성과가 MS의 클라우드서비스 전략에 반영된 방식과 사례가 궁금하다.

"우리가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느냐는 물음이라 보면, 현재 시장에 나온 제품은 결국 우리가 오래 연구해 온 결과물이다. 다만 그 제품에 우리의 모든 연구 아이디어가 담겼다고 할 수는 없다. 1세대 제품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모든 걸 완벽하게 구현해 제품화하려다간 시장의 수요와 경쟁자의 대응에 늦는다. 제품이 출시되고, 쓰이게 되면, 그 후속 세대 제품이 우리 아이디어로 보완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데이터를 모으고자 하는 곳, 클라우드에 연결돼야 하는 곳에 설치하는 '애저 데이터 박스 엣지' 장비가 있다. 하드웨어를 팔지는 않는다. 사용량 기반 과금하는 구독형 서비스 제품이다. 데이터를 많이 생성하는데 클라우드와의 네트워크 연결이 좋지 않은 환경에서, 이 장비의 컴퓨팅 파워와 스토리지를 쓰면 중단 없이 서비스를 운영 가능하다. 수집된 데이터는 네트워크 연결이 좋아졌을 때 클라우드로 보내면 된다."

- 미국에서 차량이 많은 교차로를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캠페인에 참여해 실시간 영상분석 시스템 '로켓'을 개발한 프로젝트가 있던데, 엣지컴퓨팅으로 실현된 사례인가.

"어떤 이유가 더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하기보다는, 여러 이유가 작용했고 때가 잘 맞았다고 보면 된다.

클라우드를 통해 막대한 컴퓨팅 파워가 제공될 수 있다는 점과, AI 기반의 컴퓨터 비전 모델이 잘 만들어져 그 활용도가 높아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덕분에 영상분석 기술이 상당히 개선됐다. 엣지컴퓨팅의 역할도 컸다.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보내지 않고 카메라와 가까운 엣지 영역에서 처리할 수 있었다. 이미 여러 도시에 구축된 CCTV 카메라가 많았다는 것도 주효했다. 카메라가 부족했다면 직접 설치해야 했다.

로켓은 교차로에서 교통사고율을 낮춰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방법을 찾는 '비전 제로' 캠페인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과거 교차로 안전을 개선하려면 교차로에 사람을 투입해, 일일이 교통량을 관찰하고 기록해야 했다. 며칠이 아니라 수개월 내내. 그 데이터로 도로 확장 공사를 하거나 신호 체계를 개편하는 것인데, 이 전체 사이클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전지역으로 확장시키기가 힘들었다.

여기에 영상기술 발전과 머신러닝이 도움을 줬다. 사람을 쓰던 일을 기술로 대신했다. 네트워크는 촬영된 영상을 빨리 전송해 분석할 수 있게 도왔다. 과거 5년 걸렸던 일을 1주일에서 열흘만에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데이터를 빨리 받으면 사람들이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이를 전지역에 확장할 수 있는 단계가 온다면 이 사업 목표에 잘 부합된다고 생각한다.

사고감축에서 출발했지만, 혼잡도 해소로 정체시간을 줄이면 이산화탄소배출 감축과 같은 사회적 도움에 기여할 수도 있다. 앞으로 집중할 부분은 SW 개발이다. 잘 만들면 적용할 수 있는 잠재 분야가 많다. 사람들의 삶을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지금은 교통안전 영역에 그치지만 앞으로 의료, 제조 생산, 이밖에 상상할 수 있는 어떤 분야에든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 향후 엣지컴퓨팅 분야에서의 비전을 들려 달라.

"여러 이름으로 불리지만 컴퓨팅은 어느 때보다도 우리와 가까워졌다. 거대한 기계 컴퓨터는 과거의 유물이다. 우리는 이제 필요하면 언제든 컴퓨팅을 할 수 있는 시대로 가고 있다. 컴퓨팅을 제공하는 클라우드와의 거리가, 엣지컴퓨팅을 통해 좁혀졌다. 과거 클라우드로 떠올릴 수 있는 건 스토리지와 컴퓨팅뿐이었다면, 이제 레이턴시까지 줄여 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도처에서, 최고 성능의 컴퓨터를, 짧은 지연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 접근성의 개선이 중요하다. 덕분에 모든 업무를 데스크톱에서 처리하지 않고 스마트폰으로도 할 수 있는 장점을 얻었다. 다른 형태의 기기도 많이 나오고 있다. MS의 '홀로렌즈'도 컴퓨팅 기술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이런 발전으로 여러 생산성과 효율성이 향상되고, 공공선(social good)에 이를 것이다.

최종 목표는 손만 뻗으면 컴퓨팅이 이뤄지는 시대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우리는 잘 설계된 여러 단계를 착실히 밟아야 한다.

IoT 분야를 예로 들면, 이 서비스는 센서로 뭐가를 감지하고 그 데이터를 머신러닝이나 알고리즘으로 처리한 다음 원하는 걸 실행하는 단계로 간다. 센서, 프로세서, 액추에이터가 사용된다. 이게 의식하지 않고 활용되는 기술이다. 웨어러블 기기를 보면 각종 센서로 주위 환경을 인식하고, 내장 프로세서로 정보를 처리한다. 과거 우리가 생각하던 무거운 컴퓨팅이 아니라, 손쉽고 가벼운 컴퓨팅으로 변화한 사례다.

MS의 애저 비전은 모두에게 컴퓨팅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다. 정유산업계 석유시추 장비가 있는 곳처럼 외딴 곳이나, 스마트시티와 거리가 먼 외곽 지역 산이나 농지 거주자를 포함한 모두를 의미한다. 아무리 통신서비스가 발달해도 전세계 모든 곳에 네트워크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 발전된 기술이 나와도 아주 먼 격오지, 음영지역의 거주자에겐 접근성이 없다. SW가 이런 문제를 해소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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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 리서치 AI 그룹 소속이기도 한데, 그 수장인 해리 셤 수석부사장과 연구 주제를 논의하기도 하는지.

"최근 그는 사회적으로, 윤리적으로 좋으며 모든 사람들을 위하는 AI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의 역할상 우리 연구자들에게 직접 뭘 하라고 지시하진 않는다. 회사의 지시를 받아 움직이지 않는다는 게 연구자들의 윤리다. 그가 전략적으로 가야 할 방향을 알려 주면, 나는 그걸 연구자들이 반영할 수 있게끔 '넌지시' 전한다. 그는 회사의 비전으로 내게 영향을 주고, 나는 그에게 연구 성과를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