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정말로 '리브라 발행' 보류했을까

"규제의혹 해소후 발행" 발언 과잉해석…보류의사 밝힌 적 없어

인터넷입력 :2019/07/17 14:46    수정: 2019/07/18 08:59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페이스북은 정말로 암호화폐 리브라 발행을 보류한 걸까?

관심이 집중됐던 페이스북 리브라 관련 청문회가 16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열렸다.

이날 청문회에 출석한 데이비드 마커스는 리브라 프로젝트가 미국의 각종 규정을 준수할 것이란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런데 이날 청문회 직후 국내 언론엔 “페이스북이 리브라 발행을 보류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페이스북 리브라 프로젝트를 이끄는 데이비드 마커스가 16일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당연히 궁금증이 뒤따르지 않을 수 없다. 페이스북 정도 되는 기업이 암호화폐 프로젝트를 내놓을 때 이 정도 반발이 있을 것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다. 그런데 청문회가 시작되자마자 발행 보류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다는 게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페이스북은 정말로 리브라 발행을 보류한 걸까? 당연한 얘기지만, 그렇지 않다.

■ 28개 파트너와 공동추진…단독으로 "발행 보류" 선언할 수도 없어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는 데이비드 마커스는 청문회 석상에서 발행 보류 의사를 밝힌 적 없다.

그렇다면 국내 언론 보도의 근거는 뭘까?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사전 공개된 마커스의 증언문이 ‘리브라 발행 보류’ 보도의 중요한 근거다.

일단 그 부분을 한번 살펴보자. 마커스의 증언문엔 이렇게 돼 있다.

“페이스북은 규제 우려를 완전히 불식하고, 합당한 승인을 받기 전에는 리브라 디지털 화폐를 제공하지 않겠다.(Facebook will not offer the Libra digital currency until we have fully addressed regulatory concerns and received appropriate approvals)”

물론 리브라 규제 관련 우려는 쉽게 불식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미국 규제 당국으로부터 리브라를 승인받는 것 역시 간단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규제 우려나 승인 가능성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 곧바로 리브라 발행 보류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사진=페이스북)

페이스북은 앞으로 계속 리브라에 대한 각종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 규제 당국의 걱정을 덜기 위해 많은 로비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리브라 발행의 명분과 실리를 챙기려고 할 가능성이 많다. 지금 당장 “발행 보류"를 선언할 가능성은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리브라는 페이스북 혼자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28개 파트너사들이 있다. 페이스북이 제 아무리 중심 역할을 한다고 해도, “당분간 발행을 보류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데이비드 마커스가 청문회에서 "리브라 발행 전 미국 및 각국 규제 당국과 충분한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고 밝힌 부분도 발행 보류 보도의 근거가 됐다.

이 발언도 마찬가지다. 페이스북은 당연히 규제를 충실히 따르겠다고 할 수밖에 없다. 기존 금융 시스템을 파괴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그런 걱정을 덜어줘야만 한다.

마커스가 “페이스북은 어떠한 규제도 피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리브라는 기존 시스템보다 더 엄격하게 통제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오히려 "제대로 안하면 미국 국가안보 위협" 공세 펼치기도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하면 페이스북이 “리브라 발행을 보류했다”고 보는 것은 다소 과한 해석이다. 오히려 페이스북이 칼자루를 쥔 규제 당국을 안심시키기 위해 최대한 저자세를 취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해 보인다.

데이비드 마커스는 이날 청문회에서 이런 부분을 잘 보여줬다.

그는 리브라연합 본사가 스위스에 자리잡게 된 부분에 대해서도 “절대로 미국 규제를 피하기 위한 조치가 아닌다”고 강조했다. 국제 금융기관들이 그 곳에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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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커스가 수세적인 모습만 보인 건 아니다. CNBC 보도에 따르면 마커스는 “미국이 금융 서비스를 혁신하는 데 실패할 경우 오히려 국가 안보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하지 않을 경우엔 다른 나라들이 선수를 치고 나올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오히려 미국의 손길이 미치지 않게 돼 외교정책을 강화하고 국가 안보를 유지하는 데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