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1주일...소규모 게임사 적용 어려워

김한준 기자2019.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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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개정안의 허점과 외주 업무 비중 높은 업계 특성 원인

고용노동부가 지난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조항을 포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게임업계는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중소게임사는 실효성에 의문을 보이고 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제76조의2항을 통해 사용자나 근로자가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를 통해 다른 근로자에게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선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과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거해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단순히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예방하는 효과를 넘어 피해자가 금전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의의도 지닌 법안인 셈이다.

하지만 해당 법안이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어디까지가 직장 내 괴롭힘인지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 매뉴얼을 배포했음에도 이런 지적은 이어지고 있다.

게임업계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에 맞춰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내 교육을 진행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 52시간 제도에 이어 이번 개정안 시행이 더 나은 근로문화 정착을 앞당길 것이라는 기대도 나타낸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그 실효성에 의문을 보이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특히 중소규모 개발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이 겨우 일주일 됐음에도 영향력을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자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유는 두 개다. 하나는 개정안 조항 자체의 허점이 있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중소개발사 대부분이 외주에 큰 비중을 두고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근로기준법 개정안 제76조의3항은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근로자가 사장이나 고용주에게 괴롭힘을 당하면 그 피해를 가해자에게 신고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다.

또한 신고를 접수한 사용자가 즉각 조사하지 않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 소규모 게임 개발사 소속 근로자가 이번 개정안을 두고 “개정안 시행 이전과 실질적으로 달라질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게임 개발에 반드시 필요한 사운드나 일러스트, 음성 더빙 작업 대부분이 외주 업체나 프리랜서와 계약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허점으로 지적된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회사 소속이 아닌 외주 계약을 통해 작업을 진행하는 이는 근로자로 규정하지 않는다. 드라마 제작 현장이나 소프트웨어 개발사에서 이를 두고 임금 분쟁이 벌어지는 이유가 이러한 근로기준법의 한계 때문이다. 외주를 통해 작업을 진행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성우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사실상 고용주체의 양심에 의존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한 개발사 관계자는 “소규모 개발사는 외주에 의존도가 대형 개발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일러스트 작업 전체를 외주를 주는 경우도 다반사다. 게임업계에서 외주와 프리랜서 계약 없이 온전히 회사 역량만으로 개발할 수 있는 회사는 그다지 많지 않다”라며 “일러스트에 대해 잦은 수정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업체에서는 결과물 완성을 위한 정당한 지시라고 생각하지만 외주 일러스트레이터가 이를 불합리하게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 이러한 온도차로 인해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