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레이싱팀이 '데이터 보호'에 사활 거는 이유

그레임 해크랜드 월리엄스 팀 CIO 인터뷰

컴퓨팅입력 :2019/09/22 09:15    수정: 2019/09/22 09:17

[싱가포르=김윤희 기자] 레이싱은 데이터집약적 스포츠다. 하루 동안 레이싱카 한 대에서 수집되는 데이터가 800GB 수준이다. 영상이 주를 이룬다.

많아보일 수 있지만, 이는 레이싱에 활용되는 데이터의 극히 일부다. 차량의 공기역학 데이터, 코너링 전략, 경기장의 습도와 온도, 트랙 상태, 공기역학 데이터, 경쟁 관계에 있는 자동차 부품 제조사와 타 레이싱 팀의 경쟁력을 분석하기 위해 수집하는 데이터 등을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한 해 동안 수집된 데이터는 이듬해 F1 경기에 쓸 레이싱카를 개발하는데 활용된다. 레이싱팀은 정보전에서 불리해지지 않기 위해 차량 주행 시 생성되는 데이터들을 최대한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만 기술적 어려움이 두 가지 있다. 무한하지 않은 스토리지 용량과, 애써 모은 데이터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랜섬웨어다.

지난 19일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스트리트 서킷 패독에서 만난 그레임 해크랜드 월리엄스 F1 레이싱팀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원활한 데이터 분석을 위한 월리엄스 팀의 노력에 대해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윌리엄스 팀은 스토리지 용량을 이유로 6주마다 과거 데이터를 지우고 있다. 공기역학을 연구하는 '윈드터널'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생산되는 방대한 데이터들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에는 두 차례의 랜섬웨어 감염 사고를 겪기도 했다. 한 번은 백업 데이터가 존재해서 데이터 손실을 면할 수 있었지만, 두 번째 공격에서는 데이터 복구에 실패했다. 월리엄스 팀이 데이터 보호 솔루션을 도입하게 된 계기다.

다음은 그레임 해크랜드 월리엄스 CIO와의 일문일답.

-두 번의 렌섬웨어 공격에 대해 어떻게 대처했나

"특히 백업 부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공격이 있었던 해 다른 레이싱팀의 경우 렌섬웨어 때문에 하루 동안 테스트할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따라서 경기 현장에서 렌섬웨어 공격을 겪으면 경기에 참여하지 못할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여러 단계의 보안을 구축하고, 2015년 헤커를 채용해서 우리 조직의 네트워크, 시스템이 해킹 가능한지 테스트했다. 취약점이나 위험이 발견되면 해결하고 보완했다.

여러 파트너들과 여러 겹의 보안망, 여러 겹의 네트워크 보안망을 구축했다. 시맨텍과 파트너십을 맺어 엔드포인트 데이터 보안, 클라우드로 이전된 데이터에 대한 보안, 데이타 센터 보안을 강화했다.

아크로니스와의 파트너십도 보안 수준을 더 강화하고 완벽하게 하기 위해 추진됐다. 오래된 데이터를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긴 하지만, 가령 20년 전 만들어진 차종에 대한 데이터를 활용해야 하는 상황을 떠올려보자. 과거 생성된 데이터가 해커에 의해 변형되거나 조작되지 않았는지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작업을 아크로니스와 함께 하고 있다. 아크로니스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생성된 데이터는 바로 영국으로 보내진다. 영국 연구원들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물은 다시 싱가폴로 보내지는데 이 과정이 아크로니스에 의해 보호된다.

그 외 사이버 보안 회사와의 협업 하에 강력한 모니터링도 실시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은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모든 신흥 기술에 관한 파트너십을 찾고 있다. 몇몇 AI 회사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트렉 주변, 경기 전략, 안전성 부분에서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F1 규칙은 너무 많고 복잡해서 그 누구도 완벽히 숙지하지 못한다. 때로는 작은 이유로 규칙을 어겨 경기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공장에서도 AI를 사용할 수 있다. 자동차에 문제가 있을 때 AI를 이용해 도면 확인이 가능하고 확인 중에 제조 공정을 멈출 수 있다. 공장의 전 제조 공정 자동화도 AI를 통해 가능하다. 다만 파트너사가 있으나 아직은 너무 비싸고, 실행하기에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많다."

AI, 머신러닝과 함께 새로이 부상하고 있는 기술로 3D 프린팅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 오래된 기술이긴 하나, 현장에 3D 프린팅 장비를 두는 것 혹은 현지 3D 프린팅 회사를 이용하는 것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부속의 일부는 3D 프린팅으로 제작이 가능할 것이다. 금요일에 경주를 하고 바로 차체를 일요일에 교정하는건 불가능하나 미래에는 가능해질 것이다."

윌리엄스 F1 레이싱팀이 차량을 정비하고 있다.

-5G도 데이터 분석에 활용하나

"아직 F1에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 대신 엔지니어링 회사인 윌리엄스 어드밴스드 엔지니어링과 함께 자율주행차에 5G를 접목하는 시도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차체에 5G 기반의 초연결성을 부여하고, 이를 토대로 배터리 진단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을 것이다.

5G는 모든 도시에 적용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어 F1에 적용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향후엔 AI 분석 결과 등을 실시간으로 받고, 이를 반영하는 게 가능해질 것이다. 가령 AI가 타이어의 사용 가능 여부를 판단하고 이를 바로 통보해주는 식으로. 그러나 많은 경우 운전자의 육감이 기계, 컴퓨터보다 빨리 감지하고 알려준다.

-F1에 도움이 될 다른 신기술은

"가상현실(VR)이다. 집에서도 직접 레이스카를 운전하는 것처럼 느끼게 해줄 것이다. 비용 문제가 있지만 분명히 가능한 기술이다.

또한, 과거엔 차에 문제가 발생하면 사진을 찍어 전문 인력에게 전송하고, 전화로 해결책을 듣고 실행했다. 이제는 실시간 화상통화로 훨씬 빠른 해결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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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없지만, 모두 관심 있게 보고 있다. 스피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