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클라우드, 인텔 차세대 메모리 '만지작'

박기은 NBP CTO "서비스 강화 차원 협력 일부…적합한 앱 테스트 중"

컴퓨팅입력 :2019/09/30 07:49    수정: 2019/09/30 07:50

네이버 계열 IT인프라 전문회사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이 인텔 옵테인(Optane) 메모리 기술을 시범 활용하며 정식 도입 여부를 검토 중이다. 옵테인 기술이 도입되면 NBP는 국내외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고, 인텔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주요 차세대 메모리 채택 사례를 추가해 내년 이후 제품 확산을 촉진할 수 있게 된다.

NBP는 지난 27일 옵테인 메모리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는 강원도 춘천 데이터센터 '각'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텔과의 협력 내용을 간단히 소개했다. 박기은 NBP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네이버 포털의 소비자 대상 서비스, 네이버랩스와 공동 진행한 로보틱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기술 연구개발 사례, NBP의 퍼블릭클라우드 서비스 현황을 소개하면서 이를 설명했다.

강원도 춘천 소재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전경. [사진=NBP]

박 CTO 발표에 따르면 앞서 NBP는 네이버랩스, 인텔과 협력해 5G 이동통신과 클라우드서비스 기반의 '브레인리스(Brainless) 로봇'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다수의 브레인리스 로봇이 이동통신 기지국과 5G로 통신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로 연결돼 동시에 제어를 받도록 개발됐다. 자체 연산장치를 탑재해 위치측정, 상황인지, 판단 후 물리적인 구동장치를 직접 제어해 '행동'하는 일반 로봇과 달리, 브레인리스 로봇은 행동 이전에 필요한 연산을 클라우드와 5G로 연결된 기지국의 '모바일엣지컴퓨팅(MEC)' 서버에 의존하도록 설계됐다.

박 CTO는 "로봇의 측위, 인지, 판단을 수행하는 메인 브레인(main brain)은 강력한 컴퓨팅 자원과 대규모 데이터를 활용하는 머신러닝 및 딥러닝 연산을 수행하는 클라우드 영역에, 자세 및 운동을 제어하는 미드브레인(midbrain)은 로봇의 응답과 제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엣지서버에 위치했다"며 "로봇에서 비싼 연산장치를 제거해 비용을 절감하고 전력소비를 절감했을뿐아니라, 모든 알고리즘을 클라우드 쪽에 배포함으로써 그걸 쉽게 업데이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기은 NBP CTO [사진=NBP]

그는 브레인리스 프로젝트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영역에 인텔의 제온 프로세서, '옵테인 DC 퍼시스턴트메모리(DCPM)', '옵테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3D낸드 SSD 등을 사용했다고 언급했다. 특히 간담회를 진행한 춘천 데이터센터 각에서 인텔과의 후속 협력 일환으로 옵테인DCPM을 네이버 포털과 NBP 퍼블릭클라우드의 기존 및 신규 인프라에 도입할지 여부를 검토하며 지난 3월부터 현재까지 6개월 가량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 인텔 옵테인으로 서버 D램 확장 테스트

NBP는 인텔 옵테인DCPM을 클라우드서버의 D램과 함께 확장된 메모리 공간으로 사용하는 '메모리모드'를 테스트 중이다. 옵테인DCPM을 지원하는 CPU와 메인보드만 있으면, 소프트웨어(SW) 코드를 수정하지 않고 일반 D램과 옵테인DCPM을 서버 메인보드의 메모리모듈(DIMM) 슬롯에 여러 비율로 혼용할 수 있다. 앞서 코드명 아파치패스(Apache Pass)라 알려졌다가 이제 정식 출시된 1세대 옵테인DCPM 제품은 DDR4 DIMM 슬롯 하나당 최대 512GB 용량을 쓸 수 있다.

컴퓨터가 데이터를 사용하려면 데이터가 기록된 HDD 또는 SSD에서 D램을 거쳐 CPU로 전달돼야 한다. 메모리가 CPU에 가까울수록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르지만 용량은 제한된다. 그중 D램과 SSD 사이를 메워 줄 새로운 메모리 계층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인텔의 발표자료. [자료=인텔]

박 CTO는 "인텔의 옵테인은 클라우드를 포함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 입장에서 매우 흥미로운 기술"이라며 "옵테인처럼 현존하는 제품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메모리 계층 구조를 변경하는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이 놀랍다"고 평했다. 이어 "지금은 가상머신(VM)에 올리기에 적합한 애플리케이션을 찾기 위해 테스트하는 단계"라며 'DCPM은 메모리를 대체할 수도 있고 초고속 스토리지로 활용돼 시장 혁신을 가져올 수도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버의 메모리 슬롯에 다소 느리지만 용량이 넉넉한 메모리를 사용할 수 있는 옵테인DCPM을 사용해 더 많은 VM을 동시에 구동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다만 제품이 나온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아직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부분도 있고, 우리도 테스트를 100% 진행했다고 할 수는 없는 상태"라며 "기술적인 부분을 검토하더라도 비용과 같은 측면을 추가 검토해야 하고, 향후 실제 도입시 운영상의 문제도 고려할 게 많다"고 덧붙였다.

인텔 옵테인 DC 퍼시스턴트 메모리(DCPM)를 통해 사용할 수 있는 '메모리 모드' 동작 설명과 개념도. [자료=인텔]

NBP가 자사 데이터센터의 어느 서비스 영역에 옵테인DCPM을 활용할지는 불분명하다. 1개월 전 인텔과 중국 인터넷 검색 사업자 바이두의 협력 사례를 참고해 짐작할 수 있다. 발표에 따르면 인텔 옵테인DCPM은 바이두의 맞춤형 검색 결과를 제공하는 '바이두 피드 스트림' 서비스에 쓰인다. 바이두는 2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와 옵테인DCPM을 사용하는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 '피드큐브' 새 버전을 설계해 D램 사용량을 줄이고 비용절감 효과를 얻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 NBP 클라우드 서비스 경쟁력 강화 구상

하지만 NBP는 소비자용 포털 서비스를 넘어 기업용 클라우드서비스도 강화하고자 한다. 이 경우 클라우드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맞춰 신축될 제2데이터센터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높게 예상할 수 있다. 네이버는 지난 2013년 만든 춘천 데이터센터에 현존 서버실 건물의 상면이 포화되기 전에 추가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 조만간 부지를 선정해 오는 2022년 상반기 제2데이터센터를 지을 계획으로 TF가 움직이고 있다. 옵테인DCPM을 각과 제2데이터센터 어느 쪽의 서버에 쓰느냐에 따라 도입 규모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강원도 춘천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서버실 진입 통로. [사진=NBP]

박 CTO는 "옵테인DCPM으로 D램 용량을 증설해 얻을 수 있는 운영 효율과 성능상의 이점에 더해, 인텔과의 포괄적인 협력으로 클라우드 기반의 소비자 대상 서비스와 기업용 데이터센터 인프라 서비스의 경쟁력을 확보할 방안을 찾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 1위 포털 네이버와 기업용 클라우드서비스 NCP 양쪽의 서버 성능을 비용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지 판단하겠다는 구상이다. NBP의 인텔 옵테인DCPM 테스트는 시기적으로 양사가 지난 2월 맺은 협력 파트너십의 확장으로도 해석된다.

NBP는 지난 2월 인텔과 함께 아태지역에서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및 고성능컴퓨팅(HPC) 시장 공략을 위한 공동상품 개발을 포함해 전략적 사업 제휴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당시 NBP는 양사의 지난해 사업협력 양해각서 체결 후 진행한 협력의 첫 결과로 올해 1월 NCP에 인텔 제온 스케일러블프로세서 골드 모델을 탑재한 'CPU 인텐시브 서버'를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제온 프로세서 기반의 텐서플로, 사전학습된(Pretrained) 딥러닝, 객체탐지(Object Detection)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강원도 춘천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조감도. [사진=NBP]

이날 박 CTO는 옵테인DCPM의 사용 례도 몇 가지 꼽았다. 첫째는 SAP HANA와 같은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DB) 시스템이다. 둘째는 오라클을 비롯한 전통적인 디스크 기반 DB 시스템이다. 셋째는 바이두나 네이버같은 회사 또는 일반 기업의 검색 서비스 시스템이다. 모두 D램 용량이 넉넉할수록 성능을 높일 수 있지만 메모리 가격 때문에 그 용량과 비용간 타협을 필요로하는 곳이다. 박 CTO는 "옵테인DCPM의 성능은 D램보다 떨어지지만 용량당 가격이 싸기 때문에, 그 가성비가 얼마나 나올지 실험해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 D램과 스토리지 사이 파고드는 인텔

네이버 춘천 데이터센터 각에서의 기자간담회 날짜는 인텔이 하루 앞선 지난 26일 서울 동대문에서 아시아지역 미디어를 초청해 옵테인 메모리와 3D낸드 사업 전략 및 제품 로드맵을 공개한 '메모리 앤드 스토리지 데이' 직후였다. 인텔 입장에선 전날 메모리 앤드 스토리지 데이에서 시판 중인 2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 및 후속 개발되는 중앙처리장치(CPU) 세대별 옵테인 메모리 제품군 개발 계획을 내놓은 뒤 한국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현재 상용화된 제품의 확산 가능성을 시사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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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데이터세터 각 간담회 하루 전날 인텔이 서울에서 진행한 메모리 앤드 스토리지 데이 현장에서 발표된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 세대별 옵테인 메모리 제품군 로드맵. [자료=인텔]

인텔은 NBP가 테스트 중인 1세대 옵테인DCPM 제품을 코드명 '캐스케이드 레이크'라 불리는 2세대 제온 프로세서와 연동되는 핵심 제품으로 내세웠다. 옵테인DCPM의 메모리모드 기능을 통해서는 한국에서 협력하는 NBP처럼 처리속도보다는 용량이 중시되는 서버 인프라의 D램 수요를 직접 대체하고, '앱다이렉트모드' 기능을 통해서는 중국에서 협력하는 바이두처럼 새로 개발되는 SW에 맞춤 성능을 제공해 D램과 스토리지 사이의 계층이라는 신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센터 영역에서 옵테인DCPM의 안정성과 성능이 검증돼 실제 운영환경에 도입된다면 기존 서버 D램과 SSD 또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의 역할을 일부 대신할 수 있다. 인텔은 이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하고 있는 D램과 낸드플래시가 보유하고 있는 시장 수요 또는 성장분을 가져오길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인텔이 옵테인DCPM의 반도체 소자인 3D크로스포인트(3D Xpoint)의 양산 능력을 확보하고 다른 기술과 맞붙을만한 공급가격을 제시할만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이후에 가능할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