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중고 i3 배터리팩 모아 전기차 충전소 만든 BMW 코리아

e-고팡 충전소 실물 언론 공개...“각별한 프로젝트”

카테크입력 :2019/11/15 11:21    수정: 2019/11/15 15:03

(진도=조재환 기자) 중고 전기차 배터리를 활용한 전기차 충전소 건설이 향후 국내 산업계의 핵심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남은 배터리를 효율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같은 사업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진행한 곳은 바로 BMW 코리아다. 중고 전기차 배터리 10개를 활용해 풍력에너지를 저장하는 전기차 충전소 ESS(에너지저장장치)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BMW 코리아가 구축한 ESS의 이름은 ‘e-고팡 충전소’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월정리 풍력발전단지 내에 위치한 곳이며, 단지 내 모든 전기가 풍력발전으로 공급되고 있는 곳이다.

BMW 코리아는 컨테이너 형태로 된 ‘e-고팡 충전소’ 실물을 이번주 전라남도 진도군 쏠비치리조트에서 열린 대규모 미디어 시승행사에 직접 가져와 공개했다. BMW 코리아의 미래 친환경 전략을 소개하기 위한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다.

이 자리에는 e-고팡 충전소 구축을 주도한 제갈명식 BMW 코리아 전기차 충전 인프라 담당 매니저가 직접 참석해 충전소 특징에 대해 설명했다.

제갈명식 BMW 코리아 전기차 충전 인프라 담당 매니저가 미디어 앞에서 e-고팡 충전소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배터리 회수에 참여한 BMW i3 고객에게 새 배터리 선물

‘e-고팡’의 고팡은 제주도 방언으로 저장창고를 뜻한다. 여기에 알파벳 e를 붙여 전기 에너지 저장소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BMW 코리아가 e-고팡 충전소 구축하는데 가장 어려웠던 점은 바로 배터리 확보다. 독일 본사로부터 배터리를 가져오게 되면, 시간이 엄청 소요된다는 점이 걸림돌이었다.

BMW 코리아는 사전에 제주도에 거주하는 BMW i3 고객을 대상으로 e-고팡 프로젝트 관련 추첨 이벤트를 진행했다. 자신이 쓰고 있는 차량 내 i3 64Ah(암페어) 배터리를 e-고팡 충전소에 회수하는 작업에 참여하고 선정되면, 더 큰 용량의 94Ah 배터리로 무상 교체받을 수 있는 혜택을 준 것이다.

BMW 코리아는 추첨을 통해 총 10개의 기존 BMW i3 64Ah 배터리팩을 고객으로부터 회수받았다. 중고 배터리팩에 들어갔던 i3 차량의 주행거리는 약 1만4000km에서 7만4000km대까지 다양했다.

제갈명식 BMW 코리아 매니저는 e-고팡 프로젝트 자체를
충전소 컨테이너 내부 배터리팩에는 고객들이 직접 자신의 이름 일부와 주행거리 등을 수기로 작성한 표지가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제갈명식 매니저는 이같은 방식에 대해 “배터리를 교체할 때 어떠한 행정적인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각별한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제갈명식 매니저는 이 자리에서 어떻게 기존 배터리를 새 배터리로 교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소개했다.

그는 “가장 첫 번째 방법 중 하나로 배터리에 있는 냉매를 회수하는 것이다”라며 “배터리 냉매를 지구 온난화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배터리를 새 것으로 교체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이며 배터리팩의 구조는 구형과 신형 모두 동일하기 때문에 크기로 인한 재장착 어려움은 없다.

BMW i3 64Ah 모델은 한번 충전으로 최대 132km 주행이 가능하며, 94Ah 모델의 주행거리는 최대 208km다. 배터리 교체를 통해 더 많은 주행거리를 고객 스스로 아무 비용 투자 없이 확보하게 된 것이다.

■급속 3대, 완속 5대 설치...국내 업체와 협업

BMW 코리아는 제주도 e-고팡 충전소의 실물을 전라남도 진도까지 데려올 정도로 향후 미래 전기차 충전소 운영에 대한 자체 전략을 소개하는데 전념했다. 이를 위해 진도 행사 기간동안 제주 e-고팡 충전소의 운영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도 했다.

e-고팡 충전소는 BMW i3 고객들의 배터리팩이 저장된 컨테이너외에 50kW급 급속충전기, 7kW급 완속충전기 5대가 설치됐다.

이같은 충전소는 BMW 코리아 혼자만의 노력으로 된 것이 아니다. 중소규모 국내 기업과 협력해 이뤄낸 충전소다.

국내 기업 KCS글로벌은 BMW 배터리로 전기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컨테이너를 프로젝트에 제공했고, 이 컨테이너를 통해 충전 스테이션이 가동되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제갈명식 매니저는 배터리 안전 관리를 위한 실시간 인터넷 관리 시스템을 BMW 본사와 KCS글로벌이 함께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BMW 그룹 코리아가 구축한 제주도 'e-고팡' 충전소 (사진=BMW 그룹 코리아)
BMW i3 고객들이 사용한 배터리팩으로 구성된 제주 e-고팡 전기차 충전소 에너지 저장시설 (사진=BMW 그룹 코리아)

중앙제어는 충전소 구축에 필요한 급속충전기 3기, 완속충전기 5기를 만들었다. 충전소의 전체적인 운영과 미래 계획 등은 제주전기자동차서비스가 맡는다.

이날 행사장에 공개된 e-고팡 충전소 ESS 컨테이너는 총 10개의 배터리팩 중 9개의 배터리팩만 들어갔다. 나머지 한 개의 배터리팩은 별도 연구를 위해 다른 곳으로 이동한 상태다. 제갈명식 매니저는 “행사장 내에 들어오는 전기도 e-고팡 충전소 컨테이너에서 오는 전력”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더운 여름의 경우, 컨테이너 내부의 열을 방지하기 위해 자체 듀얼 쿨링 시스템이 적용돼 배터리팩 표면에 이슬이 맺히기도 한다”라고 밝혔다. 배터리 스스로 쿨링시스템을 적용하는 것 뿐만 아니라, 배터리 팩 왼편에 자리잡은 에어컨이 충전 컨테이너 과열 현상을 방지해준다는 의미다.

■중고 배터리팩 활용 전기차 충전소 늘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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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코리아는 아직 중고 배터리팩을 활용한 e-고팡 충전소 확대계획을 아직 전하지 못했다. 충전소 자체가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올해 국내 전기차 보급대수가 7만대가 넘어서면서(BMW 코리아 8월 자체 측정 기준) 중고 배터리팩의 재활용 문제가 앞으로 더 대두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심지어 풍력 에너지 등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e-고팡 충전소의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