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제조분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15부 - 인더스트리 4.0 구현을 위한 국제표준 RAMI 4.0

전문가 칼럼입력 :2019/12/19 11:10

한순흥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한순흥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4차 산업혁명에서는 세상이 초연결 사회로 변한다고 예상하고 있다. 5G 이동통신의 선도 국가인 한국은 다른 나라들보다 더 빠르게 초연결 사회로 발전하고 있는데, 초연결을 위한 또한가지 핵심기술은 표준이다. RAMI4.0(Reference Architecture Model Industrie4.0)는 독일이 추진하는 인더스트리 4.0에 사용될 표준들의 골격을 만든 것이다. 그동안 스마트 제조를 지원하는 많은 표준들이 만들어졌지만, ‘표준을 표준화해야 한다’는 구호가 있듯이, 빠르게 발전하는 전문기술들과 이들에 대응하는 표준기술들이 서로 통합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RAMI4.0은 인더스트리 4.0 추진을 위한 전체 표준의 골격을 완성하겠다는 목표로 마련된 것이다. 기존의 표준들 중에 인더스트리 4.0에 사용이 가능한 표준들을 참조모델에 배치시키며, 그 과정에서 부족한 표준들을 발굴하여 새로 표준화 한다. 2015년에 RAMI4.0이 발표된 이후에 세계 각국은 이와 비슷한 참조모델(reference model)들을 발표해 왔으며, 이들을 세계 표준으로 통일하기 위해 JWG21(joint working group)이 활동하고 있다. JWG21는 국제 표준화 조직들인 IEC의 TC65(Industrial-Process Measurement, Control and Automation)와 ISO의 TC184(Automation systems and Integration)가 연합하여 조직하였고, SMRM(smart manufacturing reference model)을 표준화 하고 있다.

(자료=독일 전기전자협회)

그림처럼 RAMI4.0은 3개의 축을 가진 박스 형태를 보인다.

(1) 생애주기 가치 흐름(life cycle value stream) 축은 ‘제품’의 개발(development)과 생산(production), 그리고 그 각각의 사용과 유지보수(usage, maintenance)의 단계를 보이는 시간의 흐름 축을 보여준다. 여기서 ‘제품’은 스마트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이지만, 동시에 공장에서 사용되는 설비들도 제품의 한 종류로 일반화가 가능하다. 즉, 크레인이나 공작기계와 같은 공장의 설비는 그 설비를 만드는 또다른 공장의 제품인 것이다. 제품 유형(type)과 개별 제품(instance)은 객체지향 프로그래밍에서 개념을 차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예를 들면, 중형 세단인 소나타는 승용차의 제품 유형이며, 내가 소유한 차는 소나타의 개별 제품이다.

(2) 계층 구조 수준(Hierarchy levels) 축은 공장의 물리적인 구성을 나타내는 계층구조를 표현하는데, 장비(device), 스테이션, 작업 센터(work center), 기업, 연결된 세계(connected world)로 점점 더 큰 범위로의 계층구조를 보인다. 특히, 연결된 세계는 초연결 사회와 유사한 개념이다.

(3) 겹(Layer)으로 표현된 수직 축은 정보통신(ICT) 기술의 축으로, 자산(asset)은 현실에 존재하는 HW와 SW를 모두 표현할 수 있다. 이 자산들이 디지털 변환되는 통합(integration) 겹(layer)을 통해 통신(communication)망에 연결되는 과정이, 뒤에 설명되는 AAS(asset administration shell)의 역할에 해당된다. 일단 물리적 실물 자산이 디지털 자산으로 변환되면, 정보(information), 기능(function), 비즈니스 겹을 통해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IoT를 통해 설비 자산에서 설비의 운영 상태를 보여주는 운전 데이터가 확보되면, 운전 빅데이터의 분석을 통해 예지 보전(predictive maintenance)과 같은 스마트 공장의 운영이 가능하다.

2019년 11월에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JWG21 회의에서, 새로운 표준(New Work Item Proposal: NP)으로 Smart manufacturing reference model framework을 제안하였다. 한편, 2019년 여름에 JWG21 산하에 새로 결성된 태스크 팀 TF8은 Digital Twin and Asset Administration shell라는 제목으로 활동을 시작하였다. 디지털 트윈은 물리적 자산(physical asset)과 디지털 모델의 쌍으로 이루어진 쌍둥이(트윈)와, 그 둘 사이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까지 총 3개의 요소로 구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CPS(cyber physical system)도 가상(cyber) 모델과 현실의 물리(physical) 모델의 쌍과, 그들을 연결하는 디지털 실밥(digital thread)의 3개 요소로 구성된 시스템으로 본다면, AAS(Asset Administration shell 자산 관리 쉘)는 현실과 디지털 세상을 연결하는 인터페이스에 해당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AAS를 자산(Asset)을 위한 디지털 트윈의 구현으로 평가하는 견해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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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국제 온라인 엔지니어링 협회)

한국은 JWG21 활동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으며, 2019년 7월에 JWG21 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하여 세계적인 전문가들과 교류하였다. A Meta-modelling analysis approach to Smart Manufacturing Reference Models(SMRM)라는 제목의 JWG21 기술보고서(Technical Report)의 부록B에 한국스텝센터(KSTEP)의 제안 모델이 세계 각국의 13개 제안 모델들의 하나로 수록되어 있다.

RAMI4.0은 2017년에 IEC PAS 63088로 표준화 되어 있으며, 한편, 독일 ZVEI을 중심으로 AAS를 IEC에서 국제 표준화하는 작업이 진행중에 있다. 이러한 표준화 활동은 상호운영성의 확보를 통해 초연결 사회를 구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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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흥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현)한국 스텝센터 회장, 한국ICT융합네트워크 공동회장, IST/TC184/SC4/JWG16 컨비너. 한국선박연구소 선임연구원, 선박해양설계연구회 부회장, 한국CAD/CAM학회 부회장, ISO/TC184 기술표준심의회 위원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