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다고 경험까지 잃지 않게 돕는 게 목표"

[소외된 금융, 한발 앞으로⑤] 박성훈 오프널 대표

금융입력 :2019/12/27 16:32    수정: 2019/12/27 17:46

당신의 금융 서비스 만족도는 몇 점에 가까우신가요. '세상을 바꾸는 금융'·'따뜻한 금융'이라는 은행의 캐치프레이즈에 공감하고 계신가요. 친절한 은행 직원들,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자금을 이체하는 시대에 뜬금없는 질문인가요. 지디넷코리아는 당장 우리가 알진 못하더라도, 대형 금융사가 미처 놓치고 있는 '사각지대'에 집중해봅니다. 사각지대에 놓인 금융 소외자를 위해 금융사가 한 발 앞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서비스를 격주에 걸쳐 소개합니다. 소외된 누구도 없도록 금융 한 발 앞으로! [편집자주]

밀레니얼(1980년대 초~2000년대 태어난 이들)과 Z세대(1995년 이후 태어난 19세 미만 청소년)을 읽는 여러가지 코드 중 '플렉스(Flex)'가 있습니다. 미국 힙합 가수가 사용해 현재 유행하게 된 플렉스의 뜻은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자랑하는 행위를 일컫습니다. 수 십만원짜리 명품 티셔츠를 사고 '플렉스해버렸다(나를 위해 질렀다)'고 말하는 이들, 근검절약만이 최우선인 기성 세대와는 전혀 다른 코드인 셈입니다. 플렉스가 이제 하나의 문화가 된 그들은 이 돈을 어떻게 충당할까요. 부모님 카드·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새로운 할부 금융 플랫폼을 내세운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오프널이 운영하는 '소비의미학(소미)' 입니다.

밀레니얼의 맘을 잘 아는 소미의 박성훈 오프널 대표도 1993년생, 밀레니얼 세대입니다. 최근 서울 양재 'NH농협디지털혁신캠퍼스'에서 만난 박성훈 대표는 "갚을 능력이 있는데도 신용카드를 만들어주지 않았던 경험이 있었다. 밀레니얼과 Z세대는 소비 부문을 점령할 세대인데 의아했다"며 "새로운 할부 금융 서비스로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 '소미'가 사주고, 고객이 후불로 갚는 방식

박성훈 대표는 소미를 시작하기 전 세운 창업의 3원칙을 먼저 공개했습니다. 박 대표는 "실제로 내 삶에 필요했는지, 고객 반응을 빨리 볼 수 있는지, 개발을 얼마나 빠르고 간편하게 할 수 있는지. 이 세 원칙을 고려했다"며 "창업 동료들과 해외 애플리케이션(앱) 스토어와 실리콘밸리의 핫한 서비스를 한 사람당 10개씩 조사해 분석한 결과 소미의 모델을 해보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소미는 미리 상품을 사두고 고객에게 위탁매매를 하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상품을 넘겨받은 고객은 일부를 선불로 내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선 한 달 내 상환하면 됩니다. 한달 여 간을 지나 물건값을 다 지불하면 그제서야 완전히 '내 것'이 되는 구조지요. 지나치게 여유가 없다면 할부 기간을 최장 6개월까지도 늘어납니다. 초기 물건을 할부로 살 수 있는 한도는 직장인의 경우 70만원, 학생의 경우는 30만원이라고 합니다. 학생들은 상환할 수 있음을 알리기 위해 아르바이트 인증 등을 거친다고 합니다.

박성훈 대표는 "사고 싶은게 있는데 돈이 없어서, 혹은 한 번에 현금으로 낼 수 없어서 물건을 못샀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라며 "서비스 출시 후수백여 건의 거래가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미가 파는 상품은 다양하지만 그 금액대가 굉장히 높지만은 않습니다. 전자기기와 패딩은 물론이고 여행상품도 있지만 150만원을 상회하는 상품은 없습니다. 박 대표는 "올해 가장 잘 나간 상품은 애플의 '에어팟'"이라며 "상환 시 5%가량 수수료를 붙이는데 부실이 거의 없다. 3개월 동안 연락이 안 되는 것을 부실로 보는데 2.5건 정도만이 부실이 발생했다"고 전했습니다.

■ 돈 없다고 경험 못하는 것 채워주고 싶어

그는 빌린 돈은 당연히 갚는다는 성숙한 의식에 놀랐다고 했습니다. 그는 "처음에 이 서비스를 시작 하려고 할 때 내부에서 부실율이 5%이상까지 올라가면 접겠다고 생각했다. 약간 연체되는 경우는 있었지만 3개월 이상 돈을 안갚기 위해 '잠수'를 타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했습니다. 또 그는 "20대 커뮤니티에서 누가 '안 갚으면 어떻게 되냐'고 묻자 댓글에선 '왜 안갚냐. 당연히 갚아야지'란 댓글이 여론처럼 달렸다. 100% 일반화는 못 하지만 자기가 원하는 것을 위해 한 대출, 외상은 잘 갚아야 한다는 의식 수준이 성숙해졌다고 느꼈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여력이 없는데도 소비를 조장하고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박성훈 대표는 "소비가 나쁜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가 굴러가려면 소비가 필요하다"며 "밀레니얼이나 Z세대의 경우 현재 삶에 대한 욕망이 더 큰 것 같다. 또 트렌드에 뒤쳐지면 안된다는 욕구도 크다. 에어팟이 나왔는데 이게 내가 돈을 5만원씩 모아 4개월 뒤에 살 때 유행에 뒤쳐질지 어떻게 아나"고 반문했습니다.

또 그는 돈이 없어서 할 수 없는 소소한 경험을 제공해주고 싶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대표는 "소미와 기업 간 기업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부킹닷컴'이 있다. 전하고 싶은 가치는 돈때문에 삶의 경험을 더 하지 못하는 걸 소미가 채워준다는 것이었다"며 "대학생 때 여행가면 허름한 여인숙에서만 자야 했는데 그보다 돈을 나눠서 자더라도 10만원짜리 호텔에서 자보는 경험을 해보는 등 삶 속에서 경험치를 더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고 말했습니다.

'소비의미학'을 운영하는 오프널 박성훈 대표.(사진=오프널)

■ 개인 자산관리에 신용평가모델 구축도 구상중

박성훈 대표는 추후 이 소비와 상환의 데이터로 개인적인 재무 관리 서비스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소비의 목적을 정해놓고, 돈을 얼마 모아서 원하는 물건을 사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고 코칭해주고 나중에 소미의 플랫폼(소미마켓)에서 구입하는 방식"이라며 "결국 자산을 잘 관리하는 사람이 소비도 잘 하고, 상환율도 높인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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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고안하고 있는 스몰 라이선스 등을 활용할 계획도 있다고 합니다. 그는 "핀테크로 사업을 규정할 경우, 이미 큰 핀테크가 있는 틈바구니에서 불리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그는 "스몰 라이선스다 규제 샌드박스에 녹아들어가는 방법은 고민 중이다. 다만, 할부금융을 하려면 라이선스가 필요한데 자본금 200억원이 필요하다. 우리는 30만~150만 사이 물건을 할부하는 것인데"라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이밖에 박성훈 대표는 현재 소미를 사용하고 있는 이들을 위한 신용평가모델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2년 정도 데이터를 모으고 평가모델을 만드려고 한다"며 "소미에 들어와서 어떤 상품 샀고, 언제 소미에 상환을 했고 언제 부실이 됐는지 등과 같은 데이터가 차곡차곡 모이게 된다면 강력한 신용평가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