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왜 '유튜브 실적'을 공개했을까

美 실적발표 방식 바뀌어…"CEO 보고와 똑같이 발표"

인터넷입력 :2020/02/04 17:34    수정: 2020/02/05 08:4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4일(현지시간) 공개된 구글 실적은 종전과는 사뭇 달랐다. 처음으로 유튜브와 클라우드 부문 실적을 공개한 것이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유튜브였다. 구글은 2006년 16억5천만 달러에 유튜브를 인수한 이후 단 한 차례도 관련 매출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만큼 베일 속에 가려져 있었다.

그랬던 구글이 왜 마음을 바꿨을까? 공개할 만 하다고 판단한 걸까? 이날 공개된 성적표만 놓고 보면 그렇게 생각할 여지가 많다. 지난 한해 유튜브 광고 매출은 151억5천만 달러였다. 최대 소셜 플랫폼인 페이스북의 5분의 1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사진=씨넷)

한화로 환산할 경우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의 지난 해 매출(6조 5934억원)의 3배 수준이다. 게다가 유튜브 매출 수치는 광고 수입만 계산한 것이다. 유튜브TV나 프리미엄 구독 매출은 기타 부문에 분류됐다.

구글의 지난 해 4분기 실적은 애널리스트 예상치에 조금 못 미쳤다. 반면 유튜브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유튜브 실적을 강조하는 게 투자자들의 실망을 잠재우는 데 효과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구글이 유튜브 실적을 공개한 건 달라진 실적 발표 기준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미국 경제전문 사이트 마켓워치가 상세하게 전해주고 있다.

작년 12월 선다 피차이가 알파벳 CEO 겸직하면서 상황 달라져

미국 규제 당국은 2014년 기업 실적 발표 방식을 바꿨다. ‘기업의 최고 결정권자가 보고 받는 것과 똑 같은 방식으로 실적을 공개하라’는 게 바뀐 규칙의 핵심 골자다. 이 규칙은 2017년부터 본격 적용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새 규칙 시행과 동시에 구글과 실적 발표 방식에 대해 논의했다. 유튜브, 클라우드 같은 세부 부문 실적도 함께 공개해야 한다는 게 SEC의 요구였다.

그런데 당시 구글은 “그렇게 발표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다.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을 이끌고 있는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그렇게 자세한 수준까지 보고받지 않는다는 게 구글의 답변이었다. 부문별 세부 매출은 구글 CEO였던 선다 피차이에게만 보고된다고 해명했다.

선다 피차이. (사진=구글)

당시 알파벳의 최고 의사 결정권자는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었다. 따라서 그들이 보고받는 방식대로 실적을 발표하면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지난 해 12월 알파벳의 경영 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두 공동 창업자가 물러나고 선다 피차이가 알파벳 CEO를 겸하게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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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이미 3년전 SEC에 “선다 피차이는 유튜브를 비롯한 부문별 세부 매출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고 통보했다. 따라서 유튜브, 클라우드 실적을 공개하지 않을 명분이 없었다.

결국 구글이 세부 부문 실적을 공개한 건 자발적 결정은 아닌 셈이다. '달라진 규정’과 ‘달라진 경영구조’ 때문에 발표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었다는 게 더 정확한 설명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