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 100안 못드는 가수, 음원 정산 왜 못받나

비례 배분 방식 때문…사용자 중심 모델에 관심

인터넷입력 :2020/02/17 17:43    수정: 2020/02/17 20:17

지난 해말 '음원 사재기' 의혹이 가요계를 강타했다. 한 가수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문제 제기하면서 진실 공방으로 이어졌다. 음원 차트 톱100 진입을 위해 수억원을 쓴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음원 사재기의 부당성에 대해선 대중과 음반업계 모두 공걈하고 있다. 그런데도 왜 이런 논란이 끊이지 않는 걸까?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음원 사재기 논란이 발생하는 이유는 수익 방식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국내 음원 사업자들은 비례 배분 방식으로 음원 수익을 분배하고 있다. 이 방식은 이용자들이 음악을 듣기 위해 지출한 총 금액과 광고비 등을 전체 수익에서 운영비를 제한 다음, 전체 이용자의 총 재생수로 나눠 곡당 단가를 산정한 뒤, 특정 음원의 재생 수를 곱해 각 저작권자에게 배분하는 식이다.

(사진=픽사베이)

그러다 보니 전체 수익은 한정돼 있는 반면, '무제한 스트리밍' 이용자가 대부분인 현재 상황에 비춰 곡 단가를 결정하는 총 재생 수는 가변적일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차트 상위권에 안착한 곡을 제외한 비주류 음원일수록 적절한 보상을 받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인디 밴드의 노래가 지난 달에 비해 이번 달에 5배 이상 재생 수를 기록했다 해도 '톱 100' 안에 진입하지 않은 이상 음원 수익이 늘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얘기다.

때문에 일부 가수들이 '수수료'라는 명목의 대가를 지불하고서라도 차트인을 해서 추가 음원 수익을 남기고자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비록 사재기가 불법이라고 해도 말이다.

‘사재기’와 같은 ‘fake streaming(페이크 스트리밍)’은 해외에서도 주요하게 다루어지는 이슈이다.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아마존뮤직 역시 비례 배분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미 전체 음원 재생의 최소 3~4%가 이와 같은 페이크 스트리밍으로 인한 것으로 여기에만 3백만 달러(약 35억원) 가량이 지불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 같은 악순환을 끊기 위해 새롭게 주목받는 방식이 ‘이용자 중심' 모델이다. 이 모델은 이용자가 직접 듣는 음악에 해당 이용자가 지불한 음원사이트 사용료가 전달되는 방식이다. 한 달에 100번 음원을 재생하는 이용자는 전체 구독료를 100으로 나눠, 직접 선택해 들은 음원 권리자에게 분배하게 된다.

(사진=픽사베이)

클래식, 인디밴드, 재즈, 록 등과 같이 대중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은 이와 같은 방식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해외에서도 음악 산업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현재 특정 장르에 치우쳐 있는 음악 산업 구조를 바꾸기 위한 대안으로, 이용자 중심 정산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독일 신문인 알게마이네 차이퉁에 따르면 독일 유명 밴드인 람슈타인과 국민 가수로 불리는 헬레네 피셔 등이 유니버셜뮤직그룹(UMG)과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SME), 워너뮤직그룹(WMG), 베르텔스만뮤직그룹(BMG) 등에 스트리밍으로 인한 수익배분이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음반 기획사의 수익 배분 방식에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이에 다수 외신은 시장 점유율에 기초하지 않고, 각 가입자의 청취로부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사용자 중심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수익에 대한 투명성을 더 높이자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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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유명 음반 사업가이자 문화계 훈장 수여자인 엠마뉴엘 드 브흐텔 역시, 이용자 중심 정산 방식으로 수익을 배분하면 사재기로 인한 수익 배분이 줄어들고 아티스트에게 보다 투명한 금전적 보상이 주어져 더욱 다양한 장르의 음악 발전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음악 콘텐츠를 즐겨 듣는 많은 사람들이 사재기에 대해 지적하고, 부당하다고 여기지만 이를 막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는 아직인 것 같다"며, "사재기가 현상이라면, 그 현상을 부추기는 구조를 바꿔야 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