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배터리 게이트, 쉬쉬 하다 더 커졌다

배터리 문제, 폰 성능 제한으로 해결…그나마 공지도 안해

홈&모바일입력 :2020/03/03 10:02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2016년말부터 아이폰6S 이용자들이 술렁대기 시작했다. 아이폰 배터리가 꽤 많이 남아 있는데도 갑자기 다운돼 버린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애플은 처음엔 큰 일 아니란 입장이었다. “극소수 아이폰6S에서 배터리 문제가 발견됐다”고 공식 해명했다. 그리곤 해당 모델들에 대해 배터리를 무상 교체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곧이어 아이폰6S 외에 다른 모델 이용자들도 비슷한 오류 사례를 제기했다. 애플이 인정한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란 주장이 쏟아졌다.

그러자 애플은 ‘iOS 업데이트’를 단행했다. 배터리 오류 사례를 확 줄였다는 친절한 설명도 내놨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사진=씨넷)

■ 배터리 성능불만 제기되자 아이폰 성능 제한으로 해결

잦아드는 듯 하던 아이폰 배터리 사태는 1년 뒤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구형 모델 성능을 고의로 낮췄다”는 새로운 주장이 제기된 때문이다. 2017년 말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연이어 이런 주장이 나오면서 애플이 궁지에 몰렸다.

결국 애플은 2017년 12월 백기를 들었다. 1년 전 제기됐던 배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형 아이폰의 성능을 고의로 저하시켰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배터리 성능 불만 사례가 ‘배터리 게이트’로 확대됐다.

애플은 설명은 단순했다. 배터리를 오래 사용하면 성능이 저하되는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폰의 성능을 제한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애플이 구형 아이폰 성능을 저하시킨 건 새모델 구매를 유도하려는 ‘꼼수’였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배터리를 둘러싼 소비자들의 불만은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커졌다.

아이폰 성능 고의 저하 혐의로 집단 소송 당했던 애플이 최대 5억 달러에 이르는 배상금을 물게 됐다. (사진=씨넷)

이 사태는 배터리 성능에 대한 불만으로 촉발됐다. 하지만 문제를 키운 건 애플이었다. iOS 업데이트를 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된 공지를 하지 않은 것. 투명하지 못했던 정책 때문에 사태가 더 커졌다.

애플은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투명하지 못했던 자신들의 일 처리 방식을 사죄한 뒤 대대적인 배터리 교체 서비스를 단행했다. 79달러인 배터리 교체 비용을 29달러로 대폭 인하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아이폰 성능 제한 기능이 작동하지 않도록 하는 iOS 업데이트도 내놨다.

이 조치에도 소비자들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았다. 미국 전역에서 집단 소송이 제기됐다. 결국 이 소송들이 병합되면서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에서 공방을 벌이게 됐다.

■ 애플 보유현금 2천70억 달러…"5억달러 배상은 큰 출혈 아냐"

애플은 ‘소송’ 대신 법정 밖 화해를 택했다. 소비자 1인당 25달러를 지불하는 선에서 합의한 것. 이 합의로 애플이 지불할 금액은 최소 3억1천만 달러, 최대 5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물론 적지 않은 금액이다. 하지만 애플의 실적을 감안하면 ‘싸게 막은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IT매체 더버지는 “애플의 보유 현금이 2천70억 달러인 점은 감안하면 5억 달러 배상은 큰 지출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배터리 게이트’ 이후에도 애플의 ‘구형 아이폰 성능 제한’ 관행은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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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버지에 따르면 애플은 2018년 11월 의회 제출 문건을 통해 “아이폰8, 8플러스, X 모델에도 성능 제한은 계속된다”고 밝혔다. 그래야만 이용자들이 예상 밖의 아이폰 다운 현상을 피할 수 있다는 게 애플 측의 설명이었다.

‘배터리 게이트’ 때와 달리 이번엔 애플이 소비자들에게 성능 제한 사실을 공개했다. 하지만 신모델 구입 유도를 위한 전략이란 의심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