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가 코로나 확산?…통신·의료계 “최악의 가짜뉴스”

英 5G 기지국 방화 사건에 대응…“인프라 공격은 국가 안보 위협”

방송/통신입력 :2020/04/06 13:20    수정: 2020/04/06 14:32

5G 이동통신 기지국이 코로나19를 전파한다는 음모론에 대해 통신·의료계가 ‘최악의 가짜뉴스’라고 선을 그었다. 영국을 중심으로 번지던 이 음모론이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최근 5G 기지국을 방화 사건으로 이어지자,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5일(현지시간) 씨넷 등 외신에 따르면 조나단 엠 사멧(Jonathan M. Samet) 콜로라도 공중 보건 대학 학장을 비롯한 의료계 관계자는 “5G가 코로나19를 전파한다는 이야기는 과학적으로 신빙성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역시 “코로나19가 사람과 사람이 접촉에 의해 전염되는 바이러스인 만큼, 5G 무선 주파수와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5G와 코로나19를 연결하는 음모론은 지난 3월부터 SNS를 통해 번지기 시작했다. 5G가 사람들의 면역 체계를 억제해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쉽게 만든다는 주장과 5G 네트워크가 바이러스를 전염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음모론은 실제 5G 기지국 방화사건으로 이어졌다. 외신에 따르면 영국 현지에 설치된 5G 기지국 수개가 화재 피해를 입었고, 경찰은 화재 원인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5G와 연결하는 음모론에 대해 과학적 증거가 없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영국의 사설 조사단체인 풀팩트(Full Fact)는 이 음모론을 조사한 결과, 5G가 3G·4G에 비해 고주파를 사용하지만, 국제 지침보다 훨씬 낮은 전자기를 방사한다고 결론 지었다.

시몬 클라크(Simon Clarke) 리딩 대학교 세포 미생물학 부교수는 “5G가 면역 체계를 낮춘다는 아이디어는 근거가 없다”며 “무선파가 사람의 체온을 높일 수는 있지만, 5G에서 발생하는 무선파는 면역 체계에 영향을 줄 만큼 강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음모론이 단순한 가십을 넘어 방화사건으로 이어지자, 영국 통신업계는 ‘국가 안보와 관계된 문제’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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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제프리(Nick Jeffery) 영국 보다폰 CEO는 “코로나19로 인한 국가 위기 상황에서 5G 기지국을 향한 방화 공격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문제는 국가 안보와 연결되는 것으로, 경찰과 대테러 당국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도 목소리를 보탰다. 스테판 포이스 국민보건서비스(NHS) 영국 의료 국장은 “응급 의료 서비스를 위해 모바일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통신 기지국에 대한 공격은 중대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우리는 긴급 상황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를 공격했다는 점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