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반성하고 미래 향할까'...이재용 사과에 쏠리는 눈

답변 한차례 연기...준법위 "미래로 전진하길 기대"

디지털경제입력 :2020/04/12 10:18    수정: 2020/04/12 13:29

'불미스러웠던 과거를 떨쳐버리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까'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문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삼성의 입장 발표가 5월로 미뤄지면서 다음 행보와 메시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 윤리·준법경영의 감시기구로 출범한 준법감시위원회는 지난달 11일 이 부회장과 삼성 7개 계열사에 ▲과거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준법의무 위반 ▲노동 관련 준법의무 위반 ▲시민사회 소통 등 3가지 의제에 대해 대국민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당초 답변 시한은 이달 10일까지였지만, 삼성 측이 코로나 등 여러 어려움을 이유로 연기를 요청하고 준법위가 이를 수용해 다음달 5월 11일로 연장됐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 7일 김지형 준법감시위원장을 만나 답변 시한 연장을 요청했다. 이에 앞서 지난주 위원회에 서면을 통해서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답변 시한 일주일 가량 전부터 며칠내 입장을 종합해 공표하기에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우선 삼성은 연기 요청 배경에 대해 위원회에 '내부에 다양한 의견이 존재했다'고 운을 뗐다. 내부에서도 사과의 수위와 내용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위원회가 정한 준법 의제 중 경영권 승계 사과와 반성, 노동 관련 준법의무 건은 현재 진행 중인 국정농단,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의혹 관련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답변 수위와 전달방식 결정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파기환송심 3차 공판을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비상경영 상황 때문에 권고안 답변을 제 시간 안에 준비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을 전했다. 삼성의 모든 경영진과 임직원이 사업 전반에 걸쳐 긴박한 상황에 처해 있어 회의, 집단토론, 이사회 보고 등 절차 진행에 차질을 빚었다는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각종 수사와 재판이 벌어지고 코로나19로 인해 비상경영 체제에 놓인 시급성을 따졌을 때 우선순위에 영향을 미쳐 한차례 정도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안이 민감한 만큼 적절한 재발방지 대책과 사과문을 마련해야 하는데 여기에 전념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논의를 진행해야 하는) 수뇌부급을 한자리에 소집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수 있다"며 "이재용 부회장 고민만으로 해결되는 게 아닌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계열사들의 입장 정리와 이사회 통과 등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사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차례 답변을 미룬 삼성은 내달 시한까지 의례적인 사과가 아닌 양질의 답변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각 의제를 둘러싸고 진행 중인 재판과 거리를 두면서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 지향적인 대국민 사과와 재발방지 개선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재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준법위 권고안이 수사 망에 오른 각각의 범죄행위를 인정하는 수준의 답변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사과만으로 재판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워 보인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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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는 내달까지 진정성 있는 답변을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앞선 답변 연기에 대해서는 "실망했다"면서도 삼성이 코로나19로 인해 부득이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삼성이 5월에는 시한을 지켜 답변을 줄 것으로 본다"며 "3가지 준법 의제는 삼성이 전진을 하기 위한 과거 정리와 반성, 사과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결정한 것으로, 이번 답변을 통해 과거에 대한 매듭을 짓고 미래를 보는 데 집중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