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자의 e知톡] 법정으로 간 넷플릭스 망 이용대가 소송의 쟁점

"급증한 트래픽 비용 내야” vs "이중청구 안 돼”

인터넷입력 :2020/04/14 17:50    수정: 2020/10/05 13:55

망 이용 대가를 놓고 콘텐츠 제공사와 통신사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한국법인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했습니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걸 법원이 확인해 달라는 뜻입니다.

그 동안 수차례 반복돼온 망 이용 대가 논란에서 통신사는 “우리 통신망을 많이 점유하면서 돈을 벌고 있으니 이에 맞는 통행료를 내”라는 입장입니다.

반면 콘텐츠 제공사는 “우리 때문에 고객들이 더 값비싼 데이터 요금제를 쓰면서 통신사에 적지 않은 비용을 내는데, 망 이용대가를 또 내라는 건 이중청구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다리 자료 사진(제공=픽사베이)

이를 알기 쉽게 비유해 보겠습니다.

무한한 ‘네버랜드’를 알게 된 선진 기업들은 미래를 내다보고 현실세계와 네버랜드를 잇는 다리를 건설했습니다. 다리가 건설되자 비좁은 다리를 건너 네버랜드에 다녀온 사람들은 새로운 경험과 볼거리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사람들이 점점 몰리면서 네버랜드에는 조그만 놀이동산과 음식점, 작은 옷가게들이 하나 둘 생겨났습니다. 자연스레 더 많은 사람들이 네버랜드를 찾았고, 처음 비좁았던 다리는 튼튼하고 넓은 왕복 10차선 도로만큼 넓고 튼튼해졌습니다. 그 사이 놀이동산은 대규모 테마파크로, 음식점은 프랜차이즈 푸드코트로, 옷가게는 종합쇼핑몰로 커졌습니다. 아직까진 다리 통행료를 받던 기업들도, 네버랜드 입주사들 모두 행복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람들에게 통행료를 거두던 기업들의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구멍가게 같던 네버랜드 입주사들이 어느 덧 자신들이 벌어들이는 통행료보다 더 큰 수익을 거두고, 대중들의 사랑을 독차지하자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그래서 네버랜드를 드나드는 사람들 뿐 아니라 네버랜드 입주사들에게도 통행료를 받기로 했습니다. 말 잘 듣고 착한 네버랜드 입주사들은 적지 않은 통행료를 냈지만, 문제는 말 안 듣는 해외파 형님들이었습니다.

이 형들은 다른 나라 사례를 들며 통행료 납부를 거부했고, 자금력을 앞세워 소송전으로 맞섰습니다. 격분한 다리 건설사들은 국내 기업들은 통행료를 내는데 해외 기업들만 안 낸다며 이들을 몰아붙이기도 했습니다. 너네 때문에 불어난 사람들로 다리를 더 짓고 튼튼하게 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책임과 비용을 분담해야하는 것 아니냐고도 따져 물었습니다. 그러자 해외파 형들은 “우리를 보고 찾아오는 손님 덕분에 너희가 다리 통행세를 더 많이 거두게 된 건 모르냐”며 “통행료를 이중으로 거둬 쓰겠냐”는 논리로 맞섰습니다.

돈 자료 사진(제공=픽사베이)

넷플릭스, 페이스북과 같은 콘텐츠 제공사들이 SK브로드밴드, KT 등 국내 통신사들과 망 이용 대가를 놓고 다투는 모습이 꼭 이와 같습니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해외 시장 개척이 어렵고 비좁은 국내 시장만 놓고 사업을 벌이다 보니 수익 증대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여기에 정부와 국회가 서민 경제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통신료 인하까지 압박하고 있어 성장을 위한 선택지가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돈 잘 버는 기업들에게 망 이용대가를 받음으로써 더 안정적인 서비스와 수익 창출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안정적인 통신 회선과 인프라가 없었다면 제 아무리 잘 나가는 넷플릭스나 페이스북도 이용자들을 모을 수 없으니 통신사의 권리 행사도 일면 타당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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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콘텐츠 제공사들은 이미 통신사들이 공공재인 주파수를 할당 받아 독점적 사업자로서 이용자들로부터 통신비를 받고 있고, 자사의 서비스로 더 많은 데이터비를 사용자들이 내고 있는 만큼 별도의 망 이용료를 낼 필요 없다는 주장입니다. 원한다면 캐시 서버를 무상 설치해 국제 회선료를 아껴주겠다는 회유책도 내민 상태입니다. 콘텐츠 제공사가 통신사한테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는 사례는 해외에서 드문 경우라는 이야기도 합니다. 국내 기업들은 내는데 너네만 왜 안 내느냐라는 지적에는 "한국 기업들이 내는 게 이상한 것 아니냐"는 시각입니다.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두고 다투는 양 진영의 논리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우리 정부와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주게 될까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소의 결과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