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팩토리로 공장 폐쇄 리스크 최소화한다

[포스트 코로나: AI+X가 핵심이다] ①제조업 AI

디지털경제입력 :2020/05/15 07:13    수정: 2020/05/15 14:46

양태훈, 권봉석 기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올해 초 부터 팬데믹(대유행) 단계에 접어들자 세계 전역에 위치한 국내외 기업들의 생산공장은 일시 조업 중단이나 폐쇄 등 조치로 생산량이 일시적으로 급감하는 피해를 입었다.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가중되며 AI 기술을 활용한 제조업 스마트화가 대안으로 꼽힌다. (사진=픽사베이)

현재 각국이 코로나19 확산 억제에 나서며 조업 중단이나 폐쇄 등의 우려는 줄어들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한 국내 대표 기업들은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인한 피해 재발을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전례없는 세계적인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제조방식의 패러다임 전환(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해결책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제조업의 스마트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로도 주목받고 있는 인공지능 기반 스마트팩토리 도입이 코로나19사태를 맞으며 그 속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 코로나19 2차 대유행, 제조업 연쇄 위기 부른다

삼성전자·LG전자·SK하이닉스·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등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외 생산공장의 일시적인 가동중단과 함께 전방 산업의 수요 둔화에 따른 생산차질 영향으로 올해 1분기 실적 부진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조업 중단 사태를 겪은 LG전자 미국 테네시 생산공장.(사진=LG전자 홈페이지)

이들 기업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부문은 코로나19 확산 이전과 비교해 영업이익이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고, 특히 LG디스플레이는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에서 1분기 공장가동을 준비했던 디스플레이 생산라인(광저우 OLED 공장)의 가동시점이 미뤄지면서 사업에 큰 타격(5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입었다.

여기에 WHO(세계보건기구)를 포함한 각국 보건당국은 올 하반기에 코로나19가 2차 대유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원자재 수급 차질은 물론 공장 폐쇄 사태 등을 불러와 제조업에 결코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4월 ICT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4월 수출액은 코로나19 여파로 전년동월 대비 24.3% 감소한 369억2천만달러를 기록했고, 무역수지는 99개월 만에 적자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 인력 개입 최소화하는 스마트팩토리 도입 절실

산업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코로나19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감염병이나 재난 등 외부 충격에 취약한 기존 생산방식을 산업지능화(인공지능)와 스마트제조(스마트팩토리)로 전환하는 작업을 촉진시켜야한다"고 제시했다.

(자료=라온피플)

전문가들은 스마트팩토리의 확산을 위해서는 생산 제품의 양산 수율을 높이고, 개발기간을 단축하는 등의 고도화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주목받는 핵심 기술이 바로 인공지능과 비전시스템을 결합한 머신비전이다.

머신비전은 각종 제품이나 원재료를 카메라(이미지 센서)로 촬영하고 정상 제품 이미지와 비교해 양품과 불량품을 가리는 기술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각국 정부의 록다운(이동제한) 상황에서 제조기업의 생산라인을 효율적으로 관리·운영할 수 있는 대안인 셈이다.

머신비전 기반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할 경우, 제품의 외관 검사에서 불량을 보다 정밀하게 측정해 생산수율을 높일 수 있다. 물론 검사 속도도 빨라진다.

■ AI가 사람 대신 불량 제품 선별·판정

삼성전기는 지난해 주력 제품인 적층형세라믹캐패시터(MLCC)를 생산하는 국내외 공장에 머신비전에 기반한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했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MLCC 외관선별기가 머신비전을 통해 MLCC의 양품과 불량품을 선별하는 방식으로, 머리카락보다 얇은 0.1밀리미터의 MLCC 불량을 빠르게 잡아낼 수 있다.

LG CNS의 스마트팩토리 플랫폼 팩토바(FACTOVA). (사진=LG CNS)

삼성전자는 지난 2월 반도체 사업 부문(DS) 산하에 DIT(Data & Information Technology) 센터도 신설했다. DIT 센터는 반도체 제조 데이터에 인공지능·머신러닝·딥러닝을 활용해 자율생산, 이상 감지, 물류 최적화 등 고도화된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추구하는 조직이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등도 LG CNS의 스마트팩토리 플랫폼 '팩토바(FACTOVA)'에 기반해 국내외 생산공장 내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팩토바는 연구개발과 제품 기획, 생산 등 전 제조 영역에서 지능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시제품 제작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단 2개월까지 단축시켰다. 또 딥러닝 기반의 검사 기술을 도입, 불량 판정 정확도를 99.7%까지 끌어올렸다.

■ 핵심 기술 '머신비전', 아직 걸음마 단계

정부는 2030년까지 20개의 스마트산단과 인공지능 기반의 스마트팩토리 2천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제조업 부가가치율을 선진국 수준인 30%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세계 일류 기업을 2배 이상 확대해 세계 4대 제조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768개 신경망 칩을 집적한 인텔 신경망 시스템, 포호키 스프링스. (사진=인텔)

지난해 9월 산업통상자원부는 '경제활력대책회의'를 통해 창원과 반월시화에 위치한 산업단지를 스마트팩토리 테스트베드로 활용한다는 '스마트산단 표준모델 구축 및 선도산단 실행계획'을 확정해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스마트팩토리 구축의 핵심 기술인 머신비전은 인텔, 엔비디아 등 해외 주요 기업이 여전히 앞서고 있다. 인텔은 지난 해 말 이스라엘 AI 반도체 스타트업인 하바나를 인수하는 등 NPU(신경망처리장치) 경쟁력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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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엔비디아는 그래픽칩셋의 연산 성능과 컴퓨터 그래픽스 기술을 접목해 공장 자동화에 한 발짝 앞서 가고 있다. 이미 폭스콘과 화낙 등을 파트너로 확보하고 협동 로봇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해 말 NPU 사업 육성에 나서기로 하고 오는 2030년까지 관련 인력을 2천명 규모로 확대하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오려면 아직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 또 국내가 아닌 해외 사업장에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할 경우 여기에서 생산되는 데이터에 대한 보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는 아직 어느 누구도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