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코너]아마존, 지구최대의 인터넷상점

1994년 7월5일=제프 베조스, 인터넷서점의 첫삽을 뜨다

일반입력 :2010/07/01 18:02    수정: 2010/07/25 09:31

이재구 기자

“7자리 연봉자가 할 일은 아닐세”

“좋아, 어떤 사업기회가 거기에 있을까?”

1994년 5월의 어느날 맨해튼 미드타운에 위치한 39층의 건물에서였다. 연봉 100만달러를 받는 30세의 젊은 임원에게 유레카(찾았다)의 순간은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이후 그의 뇌리에서 명확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마존으로 인해 살고, 입고, 숨쉰다’는 전자상거래의 제왕 제프 베조스 전설의 시작이었다.

“온라인으로 책을 팔겠다는 생각은 정말 대단하지만 이미 7자리 숫자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사람이 할 일은 아닌 것 같네.”

뉴욕에서 가장 잘 나가는 컴퓨터기반 금융거래회사 D.E. 쇼앤컴퍼니의 사장 데이빗 쇼는 연봉 100만달러를 받는 부사장의 생각을 만류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프린스턴에서 전자공학,컴퓨터사이언스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월가에서 촉망받는 인재로 성장하던 이 청년의 돌연한 사의는 그에게 적지않은 충격이었다.

그에게는 해마다 수천만달러의 연말 보너스를 챙기고 편안한 금융인의 생활을 즐기다 40대 이전에 목돈을 들고 은퇴해 바하마에서 휴가를 즐기며 여생을 보내는 길이 있었다.

“환상의 무지개를 쫓지 말게.”

1993년은 온라인으로 월드와이드웹이 서비스되기 시작하면서 인터넷서비스 제공자인 넷콤,BBN,MCI같은 회사가 등장하기 시작한 때였다. 이들의 독자 전송망은 기업과 개인들이 접속할 수 있는 네트워크 환경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이 막 등장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하지만 부사장은 웹에 대한 연구를 지시받아 수행하다가 인터넷상거래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온통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베조스는 훗날 “80세가 돼서 어떻게 느낄 것인가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 본 결과였다”고 회고했다.

■인터넷으로 마술을 꿈꾸다.

“인간은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그것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보는 것이 아니다. 세균배양접시가 아니고서는 그 무엇도 그렇게 빨리 불어나지 않는다....매년 2,300%씩 성장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겠지만 미래에는 흔한 일일 수 있다.“ 제프 베조스의 전자상거래에 대한 직관력은 예언자의 그것과도 같았다.

특히 그가 눈을 돌린 것은 연간 5천만권 이상 출간되고 있던 책시장이었다. 온라인 검색과 진열에 책만한 것은 없었다. 경쟁력은 충분했다. 최대출판사 랜덤하우스조차도 10%수준의 시장점유율에 그쳤다. 서점 1위 반스앤노블과 보더스는 300억달러 규모의 도서시장에서 25% 이하의 점유율을 보였다.

당시 미국의 인터넷 사용인구의 비율은 16%였지만 가능성은 무한했다. 게다가 미국정부는 인터넷을 산업으로 연결시켜 보려고 애쓰고 있었다.

“저희는 이제 시애틀로 갑니다.”1994년 7월 3일 제프와 아내 매킨지는 텍사스 포트워스의 가족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제프는 시애틀로 가는 동안 각 주의 서적 판매세를 분석하는 작업을 했다. 사업을 위해 세금과 물류 기타 여러 면에서 뉴멕시코,콜로라도,네바다,오레곤,워싱턴주가 유리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아내가 88년형 셰비 블레이저를 운전할 때 그는 사업구상을 했다. 최종 목적지로 시애틀이 결정됐다. 인터넷전문가들이 많은데다 거대서점인 잉그램, 베이터앤테일러가 근처에 있었다.

“카대브라(Cadabra)'로 합시다.” 7월 5일 시애틀 외곽 벨레뷰에 도착한 베조스 부부가 지은 회사이름이었다. 그것은 마술사들의 주문인 ‘수리수리마수리(Abracadabra)'에서 뒷부분을 딴 ’마수리(Cadabra)'였다.

■보이지 않는 상점 아마존, 물결을 타다.

제프가 썬 워크스테이션 3대를 사와서 차고에 설치했다. 온 집안의 전선은 모두가 차고로 몰렸다. 또다른 차고창업의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베조스는 최고의 컴퓨터 전문가 셸 카판과, 폴 바튼-데이비스와 함께 창업하는 행운을 얻었다. 그들은 보우커의 서적CD와 베이커앤테일러, 잉그램 서적유통업체 등의 목록을 참고해 세계최대의 도서DB를 만들기 시작했다. 웹사이트와 사용자 인터페이스 주문추적 체계 등을 개발하고 시험하는 데는 수천시간이 들었다.

마침내 1995년 7월16일. 제프베조스는 드디어 전세계를 상대로 한 아마존이라고 하는 인터넷서점을 열었다. 웹사이트가 등장한 지 3일 만에 야후가 자사사이트에 아마존을 등록했다.

온라인상점의 신세계는 깃발을 먼저 꽂은 사람의 영역이나 다름이 없었다.

물론 책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최초의 회사는 카대브러가 아니었다. 이미 3년 전인 1991년 실리콘밸리에 창업한 ‘컴퓨터리터러시’와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 소재 '워즈워드'가 전자우편을 통해 책을 팔고 있었다. 하지만 베조스는 특히 사용자 리뷰방식을 도입해 관심을 끌었다. 또 별표로 점수를 부여할 수 있도록 했다. 유사 도서와의 연계기능도 제공했다. 1995년 7월 16일 그는 일주일만에 미국 50개주와 전세계 45개국에 도서를 팔 수 있었다.

1996년 5월 월스트리트저널이 아마존 닷컴을 1면에 대서특필했다.

이로써 아마존을 몰랐던 고객들이 아마존의 존재를 알게 됐다. 하지만 이는 그동안 인터넷상거래의 가능성을 몰랐던 재래식 유통거인들이 이 분야에 눈을 뜨며 역추격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아마존의 급류 난관을 만나다 “돈을 잃으실 거예요. 그러니 그냥 없는 셈 치세요.”

베조스는 부모의 노후자금을 털어서 빌려준 30만달러를 받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마존설립의 종잣돈 5만4천달러에 부모의 돈까지 빌려 가게를 꾸렸지만 물품비용을 대기에도 빠듯했다.

1995년 베조스는 사이트 운영 45일 만에 빈털터리가 되면서 파산위기에 처했다.

“실리콘밸리로 가보자.”

이 프린스턴 출신의 낙천주의자가 눈을 돌린 곳은 인터넷을 낳은 벤처의 발상지였다.

팰러앨토 샌드힐 로드에는 저유명한 벤처캐피털 클라이너퍼킨스(KPCB)가 있었다.

그리고 거기엔 유망 벤처를 알아보는 데 귀재라는 전설적 투자자인 인텔 출신의 존 도어가 있었다. 그는 이미 컴팩,넷스케이프,시만텍, 썬에 투자해 성공을 일궈내면서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1996년 봄 클라이너퍼킨스는 아마존의 가치를 6천만달러로 평가하고 총 800만달러의 현금을 투자해 주당 2달러35센트씩 340만1376주를 사들였다. 13%의 지분이었다. 간신히 숨통을 튼 베조스에게 넷스케이프의 설립자 앤드리센도 거들었다.

이 해 5월 월스트리트저널은 1면에 아마존을 대서 특필했다. 드디어 아마존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면서 성장을 위한 점프를 시작한 것이었다.

1997년 5월 아마존은 주당 18달러로 상장됐다. 988만주를 보유한 베조스는 33세에 1억7780달러를 거머쥐었지만 이어 찾아온 버블닷컴의 붕괴로 아마존은 적자폭을 늘려만 갔다. 인터넷사업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처음 6년 동안 아마존은 10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의 절반이 손실이었다.

언론은 그를 “급하게 나가다가 파산한 신경제의 증인”으로 묘사했다. 2001년초 닷컴버블의 와중에서 장님처럼 사상 최악의 합병을 한 AOL과 타임워너의 신세였다.

지칠 줄 모르고 이어지는 아마존의 확장

2002년 닷컴거품의 고비를 넘기자 아마존의 매출은 60억달러를 넘어섰다. 보이지 않는 가게를 이용, 집에 직접 물건을 살펴보고, 남의 평가도 보고,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이 혁명적 발상으로 아마존은 인류유통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제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이란 거대한 인터넷유통의 강물에 모든 기존 유통트렌드를 흡수하는 사이버유통의 제왕으로 우뚝 서 있다.

아마존이란 강은 IT부문의 온라인스토리지사업,디지털음악,검색,전자책 등의 사업까지도 포괄하면서 세계최고의 IT업체들과도 수시로 부딪치고 있다.

“미 법무부는 과연 애플이 아마존의 디지털음악 할판행사를 축소하도록 음반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2010년 5월 25일 뉴욕타임스등 전세계언론은 어느새 세계최고의 IT기업으로 등극한 애플이 아마존을 견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뉴스를 쏟아냈다.

하지만 그 반대의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되어버린 아마존에 대항해 반스앤노블과 오프라인 개별서점들이 구글과 전자책시장에서 협력하고 있다. 검색의 제왕 구글이 영미권만을 대상으로 무료로 보급한다는 디지털도서관 구상도 아마존의 향후 구도와 관련해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베조스의 아마존은 현실의 강처럼 끊임없이 흡수하고 변화하면서 흘러가고 있다. 이제 그는 세계유통의 또다른 전설인 샘 월튼의 월마트의 등을 바라보며 달리는 일만 남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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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51만1천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아마존은 2009년 말 2015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창업시 예상했던 연간 2300%의 인터넷 성장률 예상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것이었다. 14년만에 39만 4천배의 매출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아들을 믿고 단 2분 만에 30만달러의 투자를 결정한 제프 베조스의 부모는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아마존 지분 6%로 보상을 받았다.

아마존은 2009년말 현재 5천만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고 1800만개 이상의 아이템을 팔고 있으며 2만4300명의 직원이 9억달러의 순익을 내는 지구최대의 전자상거래 가게로 우뚝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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