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밀던 훙치리눅스 결국 파산

일반입력 :2014/02/18 10:33

중국 정부 지원으로 성장해 온 리눅스 업체 '훙치(红旗)리눅스'가 자금난으로 폐업했다. 훙치리눅스는 세계에서 2번째로 큰 리눅스배포판 사업자로, 비한자문화권에서는 '레드플래그소프트웨어'라 불렸다.

미국 지디넷은 17일(현지시각) 훙치리눅스가 주말에 파산신고를 내고 모든 직원의 고용계약을 해지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폐업 배경이 확인되진 않았지만 부실경영과 수개월째 임금 체불로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훙치리눅스는 지난 1999년경 닷컴 바람이 불 무렵 오픈소스 플랫폼 리눅스를 기반으로 데스크톱과 서버용 운영체제(OS) 개발에 뛰어들었다. 독점 논란에 휘말렸던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대항마를 자처한 것이다.

이후 회사는 2000년대 초반까지 오라클, 델 등 미국의 주요 IT업체들과 기술지원 인증과 제품 출하 관련 파트너 계약을 맺으며 존재감을 키웠다. 리눅스 업계 선두였던 레드햇, 수세와 이름을 나란히 할 정도였다.

훙치리눅스는 지난 2012년 한컴리눅스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모바일, 클라우드 오피스 제품 '씽크프리' 애플리케이션과 서버를 중국 시장에 공급하기로 하기도 했다. 양사는 이전부터 한중일 리눅스 연합 '아시아눅스' 주요 참여사로 협력해왔다.사실 훙치리눅스는 순전히 중국 정부 돈으로 설립, 운영됐다. 중국과학원소프트웨어연구소(中国科学院软件研究所, ISCAS)의 초기 지원이 있었다. 이후 현지 벤처투자사인 샹하이 뉴마진벤처캐피탈과 중국산업정보부(MII) 산하 투자업체 'CCIDNET인베스트먼트'가 추가 투자했다.

지난해 4월 직원들이 임금체불을 호소하면서 훙치리눅스의 자금난 소식이 처음 감지됐다. 이어 지난해 12월 중국 IT매체 테크웹은 베이징 하이단(海淀)지구의 훙치리눅스 본사 사무실이 임대료 및 수도·전기·연료비 연체에 따른 강제 폐쇄를 당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훙치리눅스 직원 150명은 중국과학원을 상대로 체불 임금 1천500만위안(약 26억3천만원)을 받아낼 방법을 찾고 있다. 이들은 훙치리눅스를 지원해야 할 중국과학원 측에서 4천만위안(약 70억1천만원)을 제때 주지 않아 폐업 사태를 초래했다고 보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중국과학원 측은 훙치리눅스가 부실경영을 해왔으며 자금지원을 약속받은 프로젝트를 망친 책임이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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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관심은 훙치리눅스를 떠난 듯 보인다. 중국 공업정보화부(工业和信息化部, MIIT)는 지난해 3월 중국 캐노니컬의 우분투리눅스 기반 데스크톱 OS인 '우분투 기린(Kylin)'을 정부 공식 OS라고 선언했다. 분위기상 중국에선 우분투가 기존 훙치리눅스의 자리를 대신 꿰찰 것으로 보인다.

또 ISCAS는 지난달 16일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 대항마로 삼겠다며 '차이나OS(COS)'라는 독자 플랫폼을 발표했다. COS는 스마트폰, 태블릿, 셋톱박스 기기용 OS 시장을 겨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