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서버 육성 정책, 무역 분쟁 소지"

한국HP, 공청회에서 WTO 규정과 충돌 가능성 언급

일반입력 :2014/03/05 18:03    수정: 2014/03/05 18:13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이하 경쟁제품) 지정을 통해 국산서버 및 스토리지 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 정책을 둘러싸고 공청회가 처음으로 열렸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의견이 만만치 않게 쏟아졌다.

특히 외국 업체 및 이들과 협력해 자체 기술력을 다져 온 중소 업체들은 국내 생산 업체만 중소 기업이냐며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외국계 업체가운데 총대를 메고 나온 한국HP는 국제무역협정에 위배될 가능성마저 제기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경쟁 제품 시정으로 인한 무역 분쟁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5일 '국산 서버' 산업을 보듬겠다는 정부 지원제도의 타당성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첫 공청회 풍경은 이렇게 요약됐다.

공청회는 오는 6월 중소기업청이 공고할 경쟁제품 지정 대상으로 어떤 제품을 추가할지 검토하는 자리였다. 여러 산업군의 제품 14종 가운데 참가자들의 관심은 서버와 스토리지에 집중됐다. 우선 서버 스토리지 유통과 솔루션 개발에 주력하는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제도가 시행될 경우 정부가 시장에서 배제하려는 외국계 업체뿐아니라, 그와 맞물린 생태계에서 성장해 온 중소기업들이 사업적 타격이 클 거란 입장을 보였다.

외국계 업체 가운데 공공부문에 서버와 스토리지 제품 공급 비중이 큰 것으로 알려진 한국HP도 국내 중소기업들이 기존에 형성한 파트너 생태계에 끼칠 악영향을 우려했다. 이같은 움직임을 지원하고 있는 정부 측에 대해서도 '보호무역주의'라고 비판하며 WTO 제소 가능성을 언급했다.

중견규모 이상 IT서비스 업체들의 경우 경쟁제품 지정을 신청한 국내 업체들의 역량에 의문을 던졌다. 분기나 반기마다 신기술이 등장하는 CPU 등 핵심 구성요소의 동향에 빠르게 대응하고 기술개발, 테스트, 안정성 검증 등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공청회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상암동 중소기업DMC타워 3층 제4중회의실에서 중소기업중앙회 주최로 열렸다.

경쟁제품 지정 여부는 검토될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업체 입장에서 핵심적인 사안이다. 중소기업청이 해당 분야 제품을 지정해 주면 일정기간 동안 대기업, 외국업체와의 경쟁을 피해 공공입찰 우선권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입찰 우선권 혜택을 바라는 중소업체들은 지난달 'x86 기반 서버'와 '16~120베이 규모 스토리지'를 경쟁제품 지정 대상으로 신청했다.

하지만 공청회에서 만만치 않은 반론에 직면한 만큼, 국산 서버와 스토리지 제품을 구매 지원 대상으로 지정하는 과정에 이해당사자간 조정이 필요해졌다.

중소기업중앙회 공공구매지원부 최광수 과장은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품목은 당사자간 (비공개) 조정이 진행된 다음에야 중소기업청에 추천이 들어간다며 외국계 서버, 스토리지 업체 의견은 한국HP 측에서 일종의 '협의회' 명의로 서면 제출했고, 국내업체와의 조정 절차는 오는 11일쯤 진행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다음주 예고된 당사자간 조정 과정에는 의견이 엇갈리는 당사자들과 중기중앙회, 중소기업청이 함께 참석한다. 하지만 이해관계자들이 따로 만나서 협의나 조율을 진행하더라도 중기중앙회와 중기청에 그 내용을 보고할 의무는 없다.

이날 한국HP에서는 대정부관계 담당 임원과 공공부문 대상 서버 및 스토리지 제품 영업 담당자가 의견 표명을 위해 참석했다. 현장에 배석한 중소기업 중에는 한국HP 유통 및 솔루션 파트너사 비중이 상당했다. 델코리아 측에서도 얼굴을 비췄다.

관련기사

이날 예정된 공청회 시간은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딱 1시간이었다. 공청회에서 14가지 제품 신청내용을 소개한 20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40분동안 이해관계자 의견을 청취했다. 마지막 13, 14번째 제품이었던 서버와 스토리지 관련 의견 청취에만 20분이 소요됐다.

그만큼 참석자들 가운데 서버와 스토리지 제품을 지정하는 것에 대해 할 말이 있는 사람이 많이 찾아 왔다. 회의실에 기본 설치된 56석은 턱없이 모자랐다. 몰려드는 참석자들을 위해 의자 수십개를 더 준비하느라, 실제로는 10여분 가량 지연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