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올플래시 스토리지 '큰손' 부상

일반입력 :2014/10/21 17:41    수정: 2015/04/22 08:58

삼성으로부터 투자받은 올플래시스토리지 업체들이 최근 잇따라 한국 시장서 입지를 확대하고 나서 주목된다. 기업 시장 강화를 염두에 두고 올플래시 스토리지에 투자해 온 삼성의 향후 행보도 관전포인트로 부상했다.

올플래시 디스크 대신 플래시 메모리에 기반한 스토리지 시스템으로 관련 업계에서 격전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플래시 기반으로 스토리지를 구성하게 되면 디스크 기반 시스템 대비 속도가 대단히 빨라지는 장점이 있다. 플래시 가격도 점점 떨어지는 추세다. 전통 업체나 신생 스토리지 업체 가릴 것 없이 올플래시에 전력을 전진배치하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21일 업계에 따르면 올플래시스토리지 사업에 초점을 맞춰 삼성 계열사부터 투자를 받았거나 제휴을 맺은 퓨어스토리지, 솔리드파이어, 넷앱이 동시에 한국 시장에서 해당 분야 입지 확대에 나섰다.

이날 퓨어스토리지 아태지역 담당 임원들은 전시관을 마련한 부산 벡스코 ITU전권회의 참석차 방한해 국내외 시장 현황을 제시했다. 솔리드파이어는 오는 23일 한국지사설립과 국내영업을 공식화할 예정이라 밝힌 상태다. 넷앱은 지난달 본사 플래시전략 총괄 임원이 방한해 올플래시스토리지 시장 전략을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몇년 전부터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저장장치 시장의 전략적 가치를 높게 보고 투자를 강화해 온 것으로 평가된다. SSD 시장을 자사 반도체사업 주요 제품가운데 하나인 낸드플래시 수요처로 인식한 듯 하다.

지난 2008년 샌디스크 인수에 실패한 뒤 삼성전자의 행보는 '엔터프라이즈'로 향했다. 지난 2009년 서버용 PCI익스프레스 플래시 카드 전문업체 퓨전IO에 투자했고 2012년엔 SSD캐싱 소프트웨어 업체 NVELO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같은 일련의 행보는 낸드플래시를 품은 SSD 기반 올플래시스토리지 시스템 제조사들과의 관계 형성으로 이어졌다. 삼성벤처투자가 미국업체 퓨어스토리지와 솔리드파이어에 투자하고 삼성전자가 넷앱과 손잡아 올플래시 신제품을 개발한 것이다.

퓨어스토리지는 지난 2012년 제품을 정식 출시하고 지난해 3월 한국지사를 세웠다. 연초 사업 전략을 내놓으며 한국을 '아시아 넘버원 시장'으로 규정하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와의 파트너십을 한국 투자 확대 요인으로 꼽았다.

앞서 퓨어스토리지는 지난 2011년 8월 투자금 공모 '시리즈C' 단계에 3천만달러를 유치했는데, 당시 삼성벤처투자도 참여했다. 제품에 삼성 반도체를 쓴다는 점과 별개로 공식 설립 이전부터 삼성과 인연을 맺은 셈이다.

퓨어스토리지 경쟁 업체인 솔리드파이어는 지난 2011년 설립돼 퓨어스토리지보다 먼저 사업을 시작했지만 한국 시장은 최근 들어왔다.

솔리드파이어도 삼성벤처투자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지난해 7월 진행한 시리즈C 펀딩에 3천100만달러, 이달초 시리즈D 펀딩을 통해 1천500만달러를 각각 유치했는데, 삼성벤처투자가 모두 투자자로 참여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낸드플래시 반도체 생산라인을 갖춘 회사가 기업용 플래시미디어 공급 시장에서 입지를 키우려는 회사는 삼성전자 뿐만이 아니다. 도시바도 2010년 1월 올플래시업체 바이올린메모리에 1천만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벤처 투자와 나란히 기존 스토리지 업체들과의 협력도 강화했다. 지난달 넷앱이 만든 스토리지운영체제(OS) '마스'와 이를 품은 시스템 '플래시레이'를 정식 소개할 때 설계 초기부터 협력한 게 사례다.

당시 백지호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메모리마케팅팀 상무는 삼성과 넷앱은 기업들의 플래시 투자가 빠르게 실현되도록 협력해 왔다며 플래시레이와 짝을 이루는 삼성 플래시는 데이터센터 경제성을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고민도 엿보인다. 삼성전자와 손잡은 업체들의 새 기술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낸드플래시 메모리 활용도를 끌어올려, 기업용 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에게 높은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낸드플래시 기술의 보폭을 좁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셀 하나에 2개 단위 정보를 저장하는 `멀티레벨셀(MLC)`은 삼성이 주특기로 가진 낸드플래시 중 하나다. 시장에서 MLC는 기록을 반복하면서 데이터 손실 가능성이 높아지는 현상에 견디는 `내마모성` 차이에 따라 기업 환경을 위한 `엔터프라이즈(e)MLC`와 개인 사용자 환경을 위한 컨슈머(c)MLC`로 구별된다. 각각 기업용과 소비자용 SSD에 들어간다.

기존 업체들의 경우 내마모성이 뛰어난 'eMLC 기반 SSD'를 채택하는 반면 솔리드파이어, 퓨어스토리지같은 신생 업체들은 용량 단가가 저렴한 'cMLC 기반 SSD'를 쓰는 추세다. 넷앱의 플래시레이 역시 eMLC 기반 SSD를 쓸 수 있지만 cMLC SSD로도 시스템을 구성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cMLC 기반 SSD로 구성되는 올플래시스토리지 시스템에서도 저장매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통해 엔터프라이즈급 내마모성과 효율성을 지원 가능하다는 게, 이를 사용하는 일부 업체들의 입장이다. 뒤집어 말해 기업들도 비싼 eMLC SSD를 굳이 안 써도 된다는 얘기다.

일례로 지난 4월 방한한 스캇 디첸 퓨어스토리지 최고경영자(CEO)는 eMLC는 (플래시와 디스크를 혼용하는) 하이브리드 스토리지에 꼭 필요해 더 성장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퓨어스토리지는 올플래시스토리지에서 SSD관리기술을 꾸준히 튜닝해 오류발생률을 낮추고 (cMLC로도 기업 환경에 적용 가능한) 수명을 보장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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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용 올플래시스토리지 제조사들이 eMLC기반 SSD를 장착, 활용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흘러간다면 삼성전자 입장에선 환영할만한 일이다. eMLC 낸드플래시의 높은 이익률을 누릴 수 있게 될뿐아니라 기업 시장에서 차별화된 성능과 이를 활용한 SSD 기술의 경쟁력을 전략적으로 내세울 수도 있다.

그런데 시장에서 솔리드파이어, 퓨어스토리지, 넷앱 플래시레이 등과 같은 회사의 전략에 따라 cMLC 기반 SSD를 사용하는 경향이 확대된다면 삼성에겐 아쉬움이 남는 시나리오다. 이런 올플래시 제조사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cMLC를 기업 사용자들에게 보급해 장기적으로 eMLC 기반 SSD의 시장 기회를 줄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