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상장…삼성 승계작업 시나리오는?

제일모직 가치 제고+계열사간 지분 정리 병행 가속화될 듯

홈&모바일입력 :2014/12/18 18:03    수정: 2015/05/26 11:19

정현정 기자

삼성그룹 계열사 지배구조의 정점에서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제일모직(구 삼성에버랜드)이 18일 유가증권시장에 첫 상장됐다.

지난 달 삼성SDS 상장에 이어 이날 제일모직 상장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삼성그룹의 3세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화되는 신호탄이자 향후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일련의 후속 조치들이 추가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지배구조가 주력 계열사에 대한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고 순환출자 고리가 복잡하게 얽여 있는데다 금융회사와 비금융 회사 간 상호 출자 등의 문제들을 안고 있어 정부 지배구조 관련 규제에 취약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제일모직 상장을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위한 포석으로 지켜보고 온 만큼 향후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 분할한 뒤 제일모직과 삼성전자 지주회사를 합병하는 방안이 지배구조 변화의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되고 있다.

■'삼성그룹 모태' 제일모직 상장 의미는?

제일모직은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제일모직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의 핵심 계열사로 삼성그룹 지배구조 정점에서 사실상의 지주회사 역할을 해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23.24%),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이 각각(7.75%),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3.45%) 등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42.63%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제일모직 상장과 관련 지주회사 전환을 골자로 하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서막으로 해석하는 동시에 주요 계열사들의 주식 처분을 통한 사업자금 확충과 순환출자 고리 해소 등 여러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번 제일모직 상장을 통해 삼성SDI는 구주매출로 제일모직 지분 8% 가운데 4%에 해당하는 2천650억원을 처분했고, 삼성카드는 보유지분 5% 전량을 3천312억원에 처분했다. KCC도 제일모직 지분 17% 가운데 6%를 처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들은 제일모직 주식을 그냥 가지고 있거나 비상장 상태에서 지분을 넘기는 것 보다 상장을 통해 일반 투자자들에게 더 좋은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면서 “오너 일가의 제일모직에 대한 지배력이 확고한 상태에서 수익성이 없는 제일모직 주식을 현금화해서 사업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일모직 상장과 함께 삼성카드가 보유한 제일모직 지분 전량을 처분하면서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제일모직’으로 이어지는 삼성그룹의 대표적 순환출자 고리도 한층 단순화 됐다. 순환출자 고리가 줄면서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의 출자관계 해소, 지주회사 체제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지배구조 재편 시나리오는?

증권가에서는 제일모직 상장을 신호탄으로 삼성전자 인적분할→삼성전자홀딩스·제일모직 합병→삼성 지주사 출범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전환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미 삼성전자는 지난달 2조원대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전격 발표하며 사전 정지작업에 나선 상태다. 지난달 삼성전자가 전체 지분의 1.12%를 취득하면서 삼성전자의 자사주 비중은 12.21%로 높아졌다.

통상적으로 자사주는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반적인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지주회사와 자회사로 인적분할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분할과정에서 자사주를 지주회사에 귀속시키면 자사주가 의결권을 가지게 되면서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그만큼 강화된다.

제일모직은 오너일가 지분이 4.79%에 불과한 삼성전자와 달리 오너일가 지분율이 40%를 넘는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자회사로 분할한 뒤 삼성전자 지주회사를 제일모직과 합병한다면 기존에 보유중이던 삼성전자 지분과 제일모직과 합병을 통해 취득하는 지분을 합칠 경우 그룹 주력 사업체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분할 비율을 2대 8, 제일모직과 삼성전자 지주회사 합병비율을 1대 3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현재 삼성전자 지분이 0.6%에 불과하지만 제일모직과 삼성전자 지주회사를 합병하게 되면 7~8%대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다.

아울러 삼성전자 지분 4.1%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을 제일모직과 합병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거나,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을 각각 지주회사와 자회사로 분할한 뒤 각각의 지주회사를 합병하는 방안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따라서 제일모직 상장으로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한 첫 단추를 끼운 만큼 후속 작업들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기업가치가 50배 이상 차이나는 삼성전자와 제일모직의 합병을 가정하면 우선 실적개선과 계열사 인수합병(M&A) 등으로 제일모직의 외형을 키우는 작업이 먼저 이뤄질 것으로 전문가들을 내다봤었다.

그룹 계열사와 합병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유리한 합병 비율을 위해서는 제일모직의 기업가치 증대가 필수적이다. 실제 다른 재벌 그룹들의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도 오너 지분율이 높은 SK C&C나 현대모비스의 기업가치가 계속 높아졌던 사례가 있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을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합병을 하는 과정에서 두 기업의 기업가치 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 주주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가능성이 높아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방안으로 개편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수익성이 높은 제일기획이나 호텔신라 면세점 사업, 건설 등 계열사를 합병하는 방안 등이 거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안타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제일모직은 오너 지분율이 높고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한 만큼 당분간 제일모직 키우기에 주력할 것이라며 자회사 간 합병의 전제 조건이 성립된 이후 지주사 간 합병 작업이 전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 지주회사 체제 전환 해결 과제는?

삼성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는 것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7.2%)의 처리 문제다. 이를 삼성전자 지주회사가 인수하는 과정에서 드는 천문학적인 비용 부담이 문제로 지적된다.

금융산업의구조개선의관한법률(금산법)에서는 금융회사가 비금융회사를 5%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법 제정 이전에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던 삼성생명은 예외적으로 이를 초과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현재 삼성생명의 2대 주주로 현 상태로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에 나설 경우 제일모직은 법적으로 금융지주(총 자산의 50% 이상이 자회사 지분)가 될 수 있고 이 경우 삼성생명은 금융지주회사 법에 의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강제 매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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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해 일반지주회사가 중간금융지주회사를 통해 금융 자회사를 보유하게끔 만들더라도 5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통과로 삼성생명은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때문에 이같은 지분정리가 모두 해소돼야 제일모직의 지주사 전환 작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진방 인하대학교 교수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된 국내 재벌 그룹들의 사례를 분석하면 자사주 매입과 주식 맞교환 등의 방법을 통해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기존 대비 약 2.5배 정도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다만 삼성의 경우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주식 7.5%를 처리해야하는 문제를 안고 있어 지배력 강화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