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그대'처럼 영원한 윈도XP

1년전 단종됐지만 OS 점유율 여전히 2위

데스크 칼럼입력 :2015/04/03 10:58    수정: 2015/04/03 11:18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정확하게 1년 전인 지난 해 4월. 그대는 홀연히 떠났습니다. 많은 PC 이용자들에게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싯구절에 공감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대 이름은 윈도XP입니다.

그리고 1년. 그대를 떠나보냈던 작고(Micro) 부드러운(soft) 그곳에선 요즘 새로운 걸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 인도 출신의 똑똑한 분이 집안을 책임지면서 여러 가지 시도들을 하고 있습니다. 올 여름 쯤엔 ‘윈도10’이라 명명될 (게 거의 확실한) 야심작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홀연히 떠났던 그대를 오늘 다시 발견했습니다. 마치 ‘별에서 온 그대’처럼.

넷애플리케이션즈란 곳이 있습니다. 운영체제(OS) 점유율 같은 걸 집계하는 곳이지요. 그곳에서 지난 3월 OS 점유율 실태를 발표했습니다. 그 결과를 본 전 잠시 눈을 의심했습니다.

그대가 OS 시장 점유율 16.9%를 기록하면서 윈도7에 이어 2위에 랭크됐기 때문입니다. 윈도8을 비롯한 그대의 후속작들은 여전히 그대의 그림자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 '한 시대의 종언'이란 칭찬을 들었던 그대

그러고보니 그대가 처음 등장하던 때가 지금도 기억에 선합니다. 당시 집안 큰 어른이던 빌 게이츠는 사상 최고 OS라고 호언장담을 했지요.

실제로 그대는 사상 처음으로 도스로부터 확실하게 결별한 OS란 평가를 받았습니다. ‘한 시대의 종언(end of an era)’이란 평가가 결코 허풍만은 아니었던 셈입니다.

2001년 8월 24일 탄생해서 2014년 4월 9일 공식 사망. 이게 그대가 이 세상에서 누린 공식적인 삶입니다.

물론 지난 해 4월9일 이후에도 여전히 그대를 사용할 순 있습니다. 다만 그대의 산실인 MS에선 더 이상 보살펴주지 않을 따름이지요. 이를테면 그대가 몹쓸 것의 공격을 받아 병이 들더라도 전혀 보살핌을 받을 순 없습니다.

이런 ‘핸디캡’도 그대에 대한 사랑을 막진 못했나 봅니다. 그러고보면 윈도XP. 당신은 정녕 ‘별에서 온 그대’인가요?

오늘까지 13년 7개월 동안 집안의 대들보 노릇을 해 온 그대는 이젠 자랑거리이면서 동시에 넘어야 할 문턱이 돼 버렸습니다. 올 여름 나올 윈도10이 그대 팬들을 흡수하지 못하면 참 난감해지겠지요.

■ 그대는 이제 정말 떠나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보니 작년 이 맘 때 난 그대를 떠나보내는 글을 쓴 적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대는 여전히 이 세상을 떠나지 못하고 있네요. 지난 해 ’전지현 팬’과 ‘수현 앓이족’ 때문에 이 땅을 배회했던 ‘별에서 온 그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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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MS와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다만 아주 오랜 기간 그대와 가까이 하고, 또 그대를 사랑했던 이력 밖엔 없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대를 본 진 꽤 오래됐지만요.)

그 사랑 때문일까요? 올 여름엔 그대가 아무런 미련 없이 이 땅을 떠날 수 있길 기원합니다. 그래서 전 MS가 ’별에서 온 그대’를 멀리 떠나보낼 걸작을 내놓길 진심으로, 정말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