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 속도 ↑ 퀄컴 '멀티유저 미모'

유무선공유기 최대 성능 끌어낸다

홈&모바일입력 :2015/06/03 07:21    수정: 2015/06/03 09:20

권봉석, 이재운 기자

<타이페이(타이완)=특별취재팀> LTE를 넘어서 LTE-A가 널리 보급된 뒤로 흔히 나오는 불만 중 하나는 바로 집에 설치한 유무선 공유기 와이파이 속도가 스마트폰보다도 못하다는 것이다. 3G 속도가 10Mbps를 채 넘지 못했던 몇 년 전에는 20Mbps만 넘겨도 빠르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제는 LTE가 100Mbps를 훌쩍 넘기는 일도 흔하다. 오히려 동영상 버퍼링이나 사진 업로드는 LTE가 더 빠르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실로 다양하다. 몇 년 전 쓰던 유무선공유기를 그대로 쓰고 있다면 802.11ac 등 최신 규격을 지원하지 못해 제 속도를 내지 못할수도 있다.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른 2.4GHz 주파수 대역을 쓰고 있어도 제 속도를 낼 수 없다. 하지만 5GHz를 지원하는 최신 공유기를 쓰고 있는데도 속도가 성에 차지 않는다면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원인이 있는 건 아닐까.

"자기 차례를 기다리다 속도가 떨어진다?"

타이페이 현지 시간으로 2일 어빈드 가이 퀄컴 아데로스 프로덕트 매니지먼트 부사장은 "와이파이를 통해 연결되는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 각종 기기가 너무 많은 것도 그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유무선공유기는 와이파이로 연결된 기기와 일정 시간마다 순차적으로 데이터를 주고 받는다. 와이파이 기기가 여섯 대 있다면 총 다섯 번을 기다려야 자기 차례가 돌아오는 셈이다. 따라서 기다리는 동안 와이파이 속도는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송·수신용 안테나를 여러 개 달아 한꺼번에 주고 받는 데이터 양을 늘린 미모(MIMO) 유무선공유기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상황에서는 스마트폰이 늘어날 수록 와이파이 속도가 느려질 가능성이 커진다.

스마트폰이 여러 대 연결되어 있는 환경이라면 이런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오는 2020년에는 미국 한 가정당 와이파이에 접속하는 기기가 20대에 이르고 올해에는 와이파이를 쓰는 기기가 전 세계적으로 50억 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스마트폰인데 한해 쏟아지는 와이파이 기기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문제는 스마트폰이 배터리 이용시간을 늘리고 부피와 무게를 줄이려다 보니 와이파이용 안테나를 하나씩만 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안테나를 여러 개 단 노트북이나 태블릿 등 다른 기기에 비해 자연히 속도는 떨어지고 대기 시간에서도 손해를 본다.

한 번에 세 대씩 접속해 기다리는 시간 줄인다

이날 퀄컴이 발표한 802.11ac 와이파이용 2세대(웨이브 2)칩인 QCA9984/9994는 멀티유저 미모(MU-MIMO) 기술을 내장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동시에 최대 세 개씩 기기를 접속시켜 데이터를 주고 받기 때문에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을 단축시켜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송수신용 안테나를 네 개 단 유무선공유기라면 한 번에 스마트폰 두 대, 태블릿 한대나 스마트폰 세 대를 동시에 접속시켜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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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 멀티유저 미모 기술은 와이파이 기기를 동시에 세 대씩 접속시켜 대기 시간을 줄인다.

실제로 퀄컴이 시연한 자료에 따르면 멀티유저 미모 기술이 적용된 유무선공유기에 안테나가 하나 달린 스마트폰인 샤오미 미4i 스마트폰 세 대를 접속시켰을 때 처리량(스루풋)은 650Mbps다. 반면 이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유무선공유기에 송수신 안테나가 두 개 달린 스마트폰 세 대를 접속시켰을 때 처리량은 530Mbps였다. 결과적으로 22% 더 속도가 빨라진 셈이다.

멀티유저 미모 기술은 가정보다는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접속하는 공항이나 학교, 지하철 역 등에서 빛을 발할 전망이다. 어빈드 부사장은 "이미 기업용 유무선공유기나 액세스포인트를 생산하는 아루바, 로커스는 물론 NEC, 에이서 등 가정용 유무선공유기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이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기기들이 나올 것이다"라고 밝혔다.

멀티유저 미모 기술이 적용된 유무선공유기의 처리량이 22% 더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