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의 오픈소스 DB 딜레마

컴퓨팅입력 :2015/06/12 15:35

황치규 기자

SW공룡 기업 오라클은 최근 몇년간 SW 라이선스 매출은 감소세다. 7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이 같은 상황은 클라우드 기반 비즈니스SW 및 오픈소스DB의 성장과 무관치 않다.

달라진 환경에 맞춰 오라클도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오라클의 시장의 파고들고 있는 세일즈포스닷컴이나 워크데이를 상대로한 맞불작전에 대단히 적극적이다. 그러나 오픈소스DB의 부상에 대한 대응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IT전문가인 매트 아세이는 최근 테크리퍼블릭에 쓴 칼럼에서 오픈소스DB의 성장으로 오라클이 처한 딜레마를 부각했다. 오픈소스DB의 성장은 사실 오라클에게만 적용되는 위협으로 보기는 어렵다. 돈을 받고 DB를 팔아 먹고 사는 회사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얘기일 수 있다.

그에 따르면 라이선스를 팔고, 유지보수료를 챙기는 전통적인 DB 사업 모델은 이제 먹혀들지 않고 있다. 최근 몇년간의 오라클 실적만 봐도 그렇다. 예전같지 않은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오픈소스DB의 성장이다. 관계형과 NoSQL로 대표되는 비관계형 DB 시장에서 모두 오픈소스 DB의 존재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오픈소스DB는 포춘500대 기업들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이들 회사를 주요 고객으로 갖고 있는 오라클 입장에선 긴장할 수 밖에 없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CTO 겸 회장

스타트업 생태계로 넘어가면 오라클은 더욱 마이너다. 아세이의 칼럼을 보면 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들을 조사해보니 주요 서비스에 오라클DB를 배치한 곳은 하나도 없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빅데이터의 확산속에 성장하고 있는 NoSQL DB인 몽고DB나 데이터스택스는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에게는 불편한 존재들일 뿐이다.

주목할만한 점은 수익 관점에서 오픈소스DB로 인해 오라클이 잃어버리는 것을 오픈소스DB 스타트업들이 그대로 가져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마이SQL의 마틴 마이코스 전 CEO는 90억달러 규모인 관계형 DB 시장 규모를 30억달러로 줄인 다음에 시장의 3분의 1을 먹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 바 있다.

오픈소스DB의 부상은 매출 관점에서 시장의 대규모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사용자들에게는 좋지만 DB로 먹고 사는 회사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위키본의 제프 켈리 애널리스트가 NoSQL 업체들의 도전 과제로 무료 사용자를 유료 고객으로 바꾸는 것을 꼽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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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고DB나 데이터스택스 같은 회사들이 이미 상당한 돈을 벌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무료 사용자에 비해 유료 고객들의 수가 크게 적은 것 또한 현실이다. 거대한 사용차층이 있다는 것과 이들이 돈을 내는 고객들인지는 별개다. 무료 사용자를 유료 고객으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매트 아세이는 쉽지 않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몽고DB에서 직접 일을 했던 경험이 있는 오픈소스DB의 미래에 대해 그때나 지금이나 긍정적이다. 그러나 해당 업체들의 수익 관점에서 보면 딜레마도 있어 보인다. 오라클이 DB시장에서 잃어버리는 매출이 오픈소스DB업체들의 매출로 그대로 전환된다고 보기는 현재로선 힘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