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 이동통신 출범, 독인가 약인가

"경쟁촉진 요금인하" vs "과열경쟁 생태계훼손"

방송/통신입력 :2015/06/23 18:46    수정: 2015/06/24 10:09

제4이통 출범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신규사업자 진입 장벽을 낮춰 경쟁을 활성화해 통신요금을 낮추겠다는 게 정부의 기조이고 최근에는 다양한 지원 정책방안까지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포화된 시장에서 신규 사업자를 추가시키는 게 오히려 시장을 왜곡하고 정책 취지와 달리 가계통신비 인하의 실효성도 적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3회에 걸쳐 제4이통 출범이 가져올 파장에 대해 집중 점검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이미 국내 이통시장이 포화될 대로 포화된 상황에서 정부가 거의 모든 정책적 지원을 담은 제4이통 정책을 들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5:3:2’의 과점구조를 깨고 시장을 경쟁구도로 재편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오랜 숙원인 가계통신비 인하가 최종 정책 목표일 것이다. 또 신규 사업자의 설비투자로 인한 ICT 시장활성화도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정책 목표가 제대로 먹히지 않고 부작용만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과열경쟁으로 인해 오히려 산업 기반이 더욱 취약해지고 기껏 키워놓은 알뜰폰 사업자들의 생존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게 대표적인 반론이다.

■ "제4이통, 서비스경쟁 촉발해 요금인하"

실제, 이동통신 경쟁구조는 알뜰폰 도입 이전에는 5:3:2였지만 이후에는 45.4:26.5:19.3:9.8(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알뜰폰 순)로 변화했다. 또 이통3사의 가입자당 월평균 요금이 3만6천404원인데 반해 알뜰폰은 1만5천721원으로 2만683원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알뜰폰 사업자들이 전파사용료 면제 조치 등 여러 정책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누적적자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 등 고착화된 시장을 혁신할 만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안이자 해법으로 제4이통을 꼽고 있는 것이다.

미래부는 신규사업자 진입 시 1위 사업자의 점유율이 감소돼 고착화된 경쟁구도가 변화하고, 사업자 간 요금경쟁이 촉발돼 통신요금이 인하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근거로 제4이통이 출범한 프랑스, 스페인, 영국의 경우 1위 사업자의 점유율이 42%→37%, 47%→34%, 26%→25%로 감소됐으며, 프랑스 일본, 스페인은 신규사업자 진입 이후 지난해 가입자당 월 평균 요금이 8.2%~43.9% 줄어들었다는 점을 꼽고 있다.

특히, 미래부는 프랑스의 경우 2012년 이동통신시장이 101.4%로 포화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제4이통사인 프리모바일이 진입해 기존 사업자 대비 50%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 요금경쟁을 촉발시켜 통신요금이 평균 11.4% 인하된 효과를 거뒀다고 분석했다.

미래부가 지난달 제4이통 허가기본계획의 골자를 공개하며 주파수 우선 할당, 전국망 구축 의무 단계적 부과, 한시적 접속료 차등 정책 지원 등을 내세운 것도 프랑스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측면이 크다.

■ "과열경쟁 따른 구조조정 촉발, 산업 기반 훼손"

반면, 제4이통 출범에 대한 반론과 반대도 만만치 않다. 특히, 망 구축 등 투자비용을 감안할 때 제4이통이 출현해도 현실적으로 저가의 요금을 제공할 가능성은 없다는 부정론이 제기된다.

제4이통을 준비하는 예비사업자들이 망 구축에 2조원 안팎의 투자비를 예상하는 것과 달리, 통신업계에서는 유?무선망을 모두 구축하려면 5조원 안팎을 예상하면서 마케팅?유통?단말 조달비용을 감안하면 초기 투자비로 인한 요금인하 여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이동통신3사는 주파수와 유통비용과 별개로 2012년 LTE 전국망 구축에만 SK텔레콤 2조5천억원, KT 1조5천억원, LG유플러스 1조2천억원 등 총 5조2천억원을 투자했다.

오히려 정부가 로밍 의무화, 한시적 접속료 차등 등의 지원정책으로 인해 기존 사업자의 비용부담만 커져 결국, 기존 사업자마저 요금인하에 나설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저가요금 위주의 알뜰폰과 고객층이 중복돼 수년간의 활성화 정책으로 나름의 안정적 기반을 확보한 알뜰폰 업계를 고사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알뜰폰 업계는 9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누적적자는 2천500억원에 이른다.

아울러, 정부가 성공사례로 꼽고 있는 프랑스 사례에 대한 분석 결과도 다르다. 정부의 분석처럼 제4이통인 프리모바일이 파격적인 요금제로 시장 진입 1년 만에 8%, 3년 만에 14%의 가입자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경쟁을 촉발시켜 단기적으로는 요금인하 효과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통신시장 구조조정의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4분기 메릴린치 와이어리스 매트릭스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가입자당 월평균 요금은 2009년 33.1유로에서 22.6유로로 감소했다. 하지만 이동통신시장의 매출 규모는 2011년 224억유로에서 지난해 176억유로로 감소해 185억유로를 기록한 2003년 이전 수준으로 퇴보했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프랑스는 제4이통 진입 후 과열경쟁으로 인해 이통사들의 매출과 수익감소가 이뤄지면서 2위 사업자인 SFR은 지난해 4월 케이블업체인 Numericable에 매각됐고. 3위 사업자인 Bouygues는 지난해 6월 SFR과 합병 실패 후 직원의 15%를 구조 조정했다.

특히, 반대 진영에서는 프랑스의 경우 과열경쟁에 따른 투자 재원 감소로 인해 차세대 망 고도화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기준으로 4G 서비스의 최대 커버리지를 확보한 Bouygues 조차 국토 면적 대비 22%에 불과하고, 오렌지 18%, SFR 1.7%, 프리모바일 1.5% 등 기존 사업자의 투자만 감소했다는 것이다.

요금인하와 신규투자 재원으로 활용돼야 할 수익이 가입자 뺏기 경쟁에 동원되면서 이통사의 요금인하 여력만 훼손시켜 이동통신 산업 전반의 기반을 악화시키는 결과만 초래했다는 결론이다.

또, 알뜰폰 시장 역시 프리모바일의 서비스가 본격화된 2012년 이전에는 2009년부터 연평균 20% 이상씩 성장해 11.4%까지 증가했다가 이후 급격히 위축돼 지난해 4분기에는 9.6%까지 낮아졌다고 지적하며, 국내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제4이통의 정책지원 방안 중 하나인 로밍 의무화도 신규사업자에게 자가망을 적극적으로 구축하지 않고 기존 사업자의 망을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소극적인 망 구축 계획을 갖도록 만들어 망을 임대해 사용하는 알뜰폰과 유사한 사업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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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신규사업자가 진입해 요금, 서비스 경쟁을 촉진시킨다는 데는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지나친 정부정책 지원으로 제4이통사가 출범할 경우 특정사업자 특혜나 기존 시장에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난은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미래부는 이달 중으로 제4이통 허가 기본계획을 확정?발표하고, 8~9월말 기간통신사업 허가신청 및 주파수 할당신청, 11~12월 허가신청법인의 심사와 최종 결과를 통보한다는 계획이다. 허가 심사를 통과한 사업자가 나올 경우 내년 3월 허가서를 교부 받아 2017년부터 사업을 개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