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혁신 위해 디자인 특허 폐지해야"

링컨연구소 "삼성-애플 소송서 모순 보여줘"

홈&모바일입력 :2015/07/07 17:11    수정: 2015/07/08 11:40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미국 특허제도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기 위해선 디자인 특허를 폐지해야 한다.”

올들어 오바마 행정부가 ‘특허 괴물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대대적인 야심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나치게 관대한 특허 제도가 경제 혁신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테크놀로지 싱크탱크인 링컨 연구소가 특허 소송 남발로 피해를 입고 있는 혁신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선 의회나 법원이 추진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제재법안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씨넷이 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특히 링컨 연구소는 삼성과 애플 특허 소송의 핵심 이슈였던 디자인 특허를 폐지하는 강도 높은 개혁을 해야한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 특허제도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디자인 특허 폐지를 비롯한 강도높은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씨넷)

■ "특허괴물 퇴치 만으론 부족" 신랄한 비판

최근 미국에서는 특허 소송 남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 대법원이 지난 해 이후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특허권 인정에 소극적인 판결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분위기를 다잡고 있다.

대법원 판결 이후 하급법원과 특허청도 대법원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하지만 링컨연구소는 특허 소송 남발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좀 더 과감한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특허청의 심사 과정 자체를 개혁할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방법 뿐 아니라 일부 디자인 특허까지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또 승인에 무게를 두고 있는 특허 검사 과정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독창적이지 않은 발명을 걸러내기 위해 ‘선행 기술’을 가려내는 과정도 좀 더 다듬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아예 크라우드소싱 방식을 도입할 필요도 있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삼성과 애플 간 특허소송 항소심이 열린 연방항소법원. (사진=연방항소법원)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디자인 특허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한 부분이다. 디자인 특허권은 삼성과 애플 간 소송을 비롯해 스마트폰 관련 소송에서 중요한 무기로 활용되고 있다.

씨넷에 따르면 미국에서 디자인 특허권이 처음 도입된 것은 1840년대였다. 하지만 실제로 디자인 특허권 출원이 늘어난 것은 전자제품 생산이 늘어나고 컴퓨터의 그래픽 이용자 인터페이스(GUI)가 보편화된 이후부터다.

덕분에 1997년 2천건을 밑돌았던 디자인 특허권은 2007년엔 2만 건에 육박하게 됐다고 씨넷이 전했다.

링컨연구소는 차라리 상표권을 보호하는 것이 혁신을 보도하는 데 더 많은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일부 디자인 특허 침해 때도 전체가격 배상 부당"

씨넷은 이 같은 내용을 소개하면서 지난 5월 끝난 삼성과 애플 간 항소심에서 디자인 특허권의 한계를 잘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2012년 1심 판결이 나왔던 삼성과 애플 간 항소심에선 9억3천만 달러였던 삼성의 배상금이 5억4천800만 달러로 경감됐다. 당시 삼성 배상금이 줄어들긴 했지만 과도한 디자인 특허권 보호 문제는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

이번 항소심에선 특정 디자인 특허를 침해한 경우에 제품 전체 가격에 상당하는 배상금을 부과하는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이를테면 애플의 둥근 모서리 특허를 침해한 경우 삼성이 해당 갤럭시 폰 판매를 통해 얻은 이익 전부를 배상금으로 토해내도록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문제가 쟁점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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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삼성 측은 “사람들이 아이폰을 사는 것은 모양이 멋지기 때문만은 아니다. 여러 기능들도 중요한 구매 요인이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많은 법학 교수들도 이 같은 주장에 동조를 했다.

하지만 항소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법원은 “그 문제는 정책과 관련된 것”이라면서 “(디자인 특허 배상 범위는) 의회에 가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판결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