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스택오버플로 개설 무산...재시도?

컴퓨팅입력 :2015/07/14 15:51    수정: 2015/07/14 17:02

국내 개발자들 사이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한국어판 스택오버플로(SOK, StackOverflow in Korean)' 개설이 무산됐다. 이를 추진했던 스택오버플로 한국 사용자 커뮤니티에선 재시도 여부를 논의중이다.

첫번째 시도에 비해 나은 결과지만 두번째 시도 역시 많은 한계를 보인 만큼, 기존 방식의 재시도로는 개설을 성사시키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스택오버플로는 '개발자를 위한 지식인'으로 통한다. 프로그래밍을 비롯해 여러 개발 활동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묻고 답하는 사이트다. 지난 2008년 유명 개발자 제프 앳우드와 조엘 스폴스키가 만든 사이트를 모태로, 세분화한 주제와 여러 개발자들의 활동에 힘입어 거대한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스택오버플로는 누적되는 질문과 답변의 품질을 높이는 시스템을 바탕으로 인기를 모았다. 시스템은 불성실한 질문자를 차단하고 뛰어난 답변자에 '평판점수'를 부여한다.

다만 기본 권장 언어가 '영어'라는 점이 타 언어권 개발자에겐 부담이다. 원하는 질문을 직접 하진 못하고 이미 작성된 문답을 검색하는 데 그치거나, 답할 수 있는 질문인데도 영어로 설명하기 어려워 자신의 지식을 나누지 못하는 비영어권 개발자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다. 활발한 참여를 전제로 하는 스택오버플로에선 이게 상당히 큰 장애물이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불편을 덜기 위해 몇년 전부터 한국어로 질문을 올리고 답할 수 있는 SOK 사이트 개설이 추진됐다. 한국인 개발자 신동호 씨가 지난해 5월 스택오버플로 운영업체 '스택익스체인지(Stack Exchange)'에 새로운 사이트 개설을 공개적으로 요청한 것이었다. (☞관련기사)

개발자들의 지식인이라 불리는 사이트 스택오버플로(StackOverflow) 한국어판 사이트 개설 제안이 거부됐다. 지난해 7월부터 진행된 참여인원 확보 절차에서 필요한 조건에 맞는 회원 수를 채우지 못하고 마감 시한인 1년을 넘겼기 때문이다. 스택오버플로 한국 사용자 커뮤니티에서는 제안을 다시 넣을 것인지 고민 중이다.

개설 조건을 정리하면 이렇다. 우선 사이트 개념, 성격, 운영방향 등을 정의(definition)한 개설안이 받아들여져야 한다. 다음으로 정의된 개설안 공지 후 일정 규모 이상의 이용자가 앞으로 열릴 사이트에서 활동을 하겠다는 참여의사 표현(commitment)을 해야 한다. 그 뒤 시범서비스(Beta)에 들어간다. 각 단계별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SE 측의 운영규칙에 따라 자동으로 제안이 거부(reject)된다.

최초 개설 제안은 앞서 '정의' 단계에서 거부됐다.

지난해 2번째 개설 제안은 정의 단계를 넘겼지만 참여의사 표현 단계에서 거부됐다. 참여의사 표현 단계에 주어진 시한은 1년뿐이다. (☞스택익스체인지 관련 공지 링크) 이 기간동안 기 예고 회원 200명은 모였지만, 평판점수 200점을 넘긴 회원 100명을 넘겨야 시범서비스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 SOK 개설 후 활동을 약속한 평판점수 200점 이상의 회원은 62명이었다. 38명이 더 필요했다.

SOK 개설을 추진한 개발자 신동호 씨는 제안 결과에 대해 "다시 (SOK 개설) 제안을 넣을지 어떻게 할지에 대한 안건은 커뮤니티에서 좀 더 얘길 나눠본 이후 결정하려 한다"며 "일단은 이대로 다시 제안해도 비슷한 결과에 머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 다른 (제안시 참여) 활성화 요소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모든 후속 방안은 스택오버플로 채팅 웹페이지(☞링크)에서 논의되고 있다. 의견을 남기면 다른 참여자들이 확인하는 곳이다. 다만 최근에는 제안 진행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서 들어오는 사람이 많지 않을 수 있다. 토론은 쉽지 않지만 더 많은 방문자들이 볼 수 있는 곳은 페이스북의 SOK 팬페이지(☞링크)다.

1년이라는 기간이 평판점수 200점 이상의 회원 100명을 모으기에 부족한 시간이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제안 초기에는 한국에 거주중인 평판점수 200점 이상의 스택오버플로 이용자가 100명 이상이라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었지만 어쨌든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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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택오버플로 운영업체 스택익스체인지의 한국어 스택오버플로 사이트 개설 제안 공지. 회원들의 참여의사 표현 단계에서 조건에 맞는 회원들을 모았지만 마감 시한인 1년이 지나 페이지가 닫힌 상태.

제안 당시 SOK 개설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개발자도 상당수 있었지만, 과연 SOK 사이트를 따로 만들 필요가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있었다. 영어를 쓸 줄 알면 오리지널 스택오버플로에서, 그렇지 못한 이들은 이미 한국어로 이용 가능한 수많은 스택오버플로 유사 사이트에서 각각 활동하면 되지 않느냐는 논리였다. 스택오버플로만한 국내 사이트가 없는 이유는 문화적 특성 때문이란 진단도 있었다.

반면 SOK의 필요성을 긍정하는 이들은 이에 대해, 해당 국내 사이트들은 주제와 규모가 파편화된 상태이며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불안함이 있기 때문에 오리지널 스택오버플로의 대체재가 되지 못한다고 반박하는 입장이다. 국내 사이트에서 질문과 답변을 하더라도 어차피 충분치 않은 경우 스택오버플로 사이트에 검색을 할 수 밖에 없는 만큼 대표성을 갖춘 SOK가 필요하단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