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자바 에반젤리스트 일부 해고

컴퓨팅입력 :2015/09/14 15:09

자바 프로그래밍 언어와 플랫폼의 소유자 오라클이 '자바원' 컨퍼런스 개최를 2개월가량 앞둔 이달초, 회사 내부에선 자바 에반젤리스트 인력 감축에 나선 정황이 포착됐다. 자바 생태계를 대표하는 개발자 행사 준비 기간에 정작 조직 안에선 생태계 확산의 주역들을 내보내고 있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는 점은 역설적이다.

이달초부터 주요 IT미디어들은 오라클이 자바 에반젤리스트를 해고 중인 듯하나, 이와 관련한 공식 질의에는 회사측이 응하지 않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들은 지난 3일부터 작성, 확산된 몇몇 자바 에반젤리스트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계정 메시지와 인기 커뮤니티의 게시물을 정황 근거로 제시했다.

우선 오라클 자바 에반젤리스트 사이먼 리터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자신이 해고됐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JDK8 버전의 람다와 스트림즈 관련 온라인 강좌(MOOC)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그의 페이스북 메시지를 한국말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작성된 어조나 그를 위로하고 나선 지인들의 댓글을 보면 스스로 퇴사를 원한 게 아니라는 판단에 무게가 실린다. (☞링크)

"매일 새로운 일에 도전해야 한다는 말을 듣곤 했는데, 어제 나는 그게 해고된다는 얘기임을 알아차렸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1개월간 '상담'을 받은 뒤 나는 구직자수당을 청구할 수 있는 실직자 계층에 들어간다. 난 솔직히 예상했지만, 우리 팀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내가 이런 일을 당할 것이라 생각지 않았단 점이 유감스럽다…"

이튿날, 자바 성능 튜닝 전문가 커크 페퍼다인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오라클이 자바 에반젤리스트를 전부 내보내려 한다고 발언했다. 이 상황이 사이먼 리터라는 엔지니어 개인이 아니라 다른 오라클 내부의 자바 전문가들에게도 똑같이 닥친 일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의 트위터 메시지를 한국말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링크)

"오라클에서의 불안한 이벤트. 모든 자바 에반젤리스트가 방출된다. 훌륭하고 전면적이며 열성적인 그룹에 이런 일이 닥쳤다는 점은 슬픈 일이다."

이후 오라클이 실제로 자바 에반젤리스트를 해고 중이라는 외신들이 잇따라 나오기 시작했다.

IT미디어 '자바월드'는 지난 4일자 보도에서 다음과 같이 전했다. (☞링크)

"이 사안에 정통한,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오라클이 최근 감원을 진행 중이며 에반젤리스트 팀에서 최소 1명이 퇴사했다고 말했다. 또한, 오라클에선 최근 몇몇 임원들이 퇴사하거나 해고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감원이) 특별히 자바 쪽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같은날 영국 IT미디어 더레지스터는 "오라클이 자바 에반젤리스트 팀을 실직자로 만들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링크)

"오라클이 자바 에반젤리스트를 포기하기로 결정한 듯 보이는 이유를 알아차리긴 어렵지 않다. 인기는 있지만, 이 기술은 성숙됐고 많은 개발자들은 다른 기술로 갈아탔다. 많은 웹 개발자들에게 딱 맞지도 않는다. 따라서 이 기술은 자바 장려 활동이 계속되더라도 엄청난 상승세를 타진 않을 테고, 에반젤리스트 없이는 침체에서 벗어나기조차 어려울 것이다."

당시 오라클은 자바 에반젤리스트의 해고 여부를 묻는 매체들의 공식 확인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1주일 가량 뒤인 지난 9일 개발자 전문사이트 인포Q도 자바 에반젤리스트의 해고 소식을 전하는 뉴스란을 통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링크)

"기술 에반젤리스트를 영업 또는 마케팅 직원과 혼동해선 안 된다. 사실 기술 에반젤리스트는 업계에서 아주 어려운 기술 시험을 치러야 될 수 있는데, 여기엔 심도 깊은 알고리듬, 고급 컴퓨터과학, 특정 언어에 대한 이해 등 지식이 요구된다. 에반젤리스트는 그 발언, 출판, 블로그 등을 통해 회사와 그 기술을 공개적으로 장려하는 직업이다."

이를 염두에 둔다면 오라클이 자바 언어와 플랫폼 생태계를 강화하려는 의지와 전략에 변화가 생겼다는 점을 짐작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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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Q 보도에 따르면 초기 외신 보도 후 오라클 측에 공식 확인 요청이 들어간 1주일 동안에도 에반젤리스트 팀 인력 감축은 계속 진행된 듯하다. 추가 확인된 해고자 명단엔 앞서 페이스북을 통해 해고 사실을 밝힌 1996년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입사자 사이먼 리터뿐아니라, 썬에서 15년간 근속한 자바 챔피언 짐 위버 그리고 오라클에 2006년 입사한 마크 헤클러도 포함됐다.

오라클이 자바 에반젤리스트 팀을 아예 해체하려는 것인지는 미지수다. 몇년간 에반젤리스트 팀을 담당해 온 오라클의 수석 마케팅 매니저인 비키 리라, 자바커뮤니티프로세스(JCP)의 매니저인 패트릭 커랜과 히더 반 쿠라, 자바EE/글래스피시/웹로직 에반젤리스트인 레자 라흐만, 오라클 제품관리담당 수석이사 도널드 스미스와 샤라트 찬다르는 아직 자리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