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애플 특허소송' 또 재심리 요구

"불확실한 상황서 배상금 지급 명령은 부당"

홈&모바일입력 :2015/10/25 10:17    수정: 2015/10/25 16:29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삼성이 애플에 배상금을 즉시 지급하라는 항소법원 결정에 대해 재심리를 요구했다.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 19일(현지 시각) 연방항소법원에 전원 합의체 재심리를 요구하는 문건을 제출했다. 삼성의 이번 청원은 애플에 지급할 배상금 5억4천800만 달러를 즉시 지급하라는 항소법원 결졍을 재고해달라는 것이다.

이번 청원은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의 루시 고 판사가 지난 9월 18일 애플 핀치투줌(특허번호 915) 특허권에 대한 삼성의 평결불복심리(JMOL)를 기각한 것이 계기가 됐다.

삼성과 애플 간 특허소송 항소심이 열리는 연방항소법원. (사진=연방항소법원)

루시 고 판사는 당시 삼성 청원을 기각하면서 1차 소송 배상금 5억4천만 달러를 애플에 바로 지급하라는 일부 확정판결을 했다.

그러자 삼성은 이 확정 판결에 대해 곧바로 항소했다. 하지만 연방항소법원은 지난 13일 루시 고 판사의 일부 확정 판결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삼성의 항소를 기각했다.

■ "확실한 것 하나도 없는 데 배상금 지급 부당" 주장인 셈

이번에 전원합의체 재심리를 요청한 것은 바로 이 부분에 대한 것이다. 3인 항소심 재판부의 기각 판결이 합당한 지 여부에 대해 전원합의체가 다시 한번 살펴봐달라는 것이다.

삼성은 항소법원에 제출한 문건에서 “항소 기각 판결이 대법원의 여러 판례들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삼성은 모순된 언동을 금하는 ‘에스토펠 원칙’을 적용하지 않은 것은 잘못됐다면서 다시 한번 심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삼성은 “배상금 중 디자인 특허와 관련된 3억9천900만 달러는 사건이송명령서(Writ of Certiorari) 발급 대상이며, 나머지 1억1천400만 달러는 무효 공방 중인 핀치투줌 특허권(특허번호 915)과 관련된 것이다”고 주장했다.

애플 핀치 투 줌 특허권 개념도 (사진=미국 특허청)

삼성은 지난 8월 디자인 특허 관련 부분에 대해 대법원 상고 의사를 밝힌 적 있다. ‘사건이송명령서’란 미국 연방 대법원이 상소된 사건을 받아들일 때 내리는 명령서를 일컫는 말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삼성과 애플 간 1차 특허 소송의 핵심 쟁점인 915 특허권이다. 915 특허는 지난 해 12월 미국 특허청 내 항소기관격인 특허심판원(PTAB) 3인 재판부에서 무효 판결을 받았다.

915특허가 규정하고 있는 핀치 투 줌은 터치 기능을 민감하게 감지하는 디스플레이에 데이터 처리 장치를 결합해 각종 입력 명령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이 기술을 적용할 경우 손가락으로 화면을 위아래로 움직이거나 화면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해 준다는 것이 애플의 주장이다.

하지만 최근 이 특허권이 연이어 무효 판결을 받으면서 1차 특허 소송의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 항소법원, 수용 가능성 낮아…대법원 겨냥한 것?

삼성 입장에선 어느 것 하나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건 ‘에스토펠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인 셈이다.

실제로 디자인 특허권 관련 부분은 삼성이 이미 대법원 상고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뒤집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다른 쟁점 사항인 915 특허는 이미 한 차례 무효 판결을 받았다.

관련기사

미국 대법원 (사진=씨넷)

물론 삼성의 이번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많지 않은 편이다. 포스페이턴츠가 지적한 대로 반대 입장을 갖고 있는 항소법원 판사들까지 설득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삼성은 왜 전원합의체 재심리 요청을 한 것일까? 이에 대해 포스페이턴츠는 삼성이 이미 대법원 소송을 염두에 둔 것일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