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맥 앱스토어 포기했나

나온지 5년 됐는데 여전히 썰렁

컴퓨팅입력 :2015/12/08 15:51    수정: 2015/12/12 12:35

얼마전 한 개발자가 맥 앱스토어에서 자신의 앱을 내렸다. 이후 운영 5년째인 맥 앱스토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애플이 맥 앱스토어를 등한시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7일(현지시간) 미국 지디넷은 개발자들이 맥 앱스토어를 떠나고 있는 상황을 분석했다.

최근 맥앱스토어의 인기앱이었던 디자인앱 ‘스케치(Sketch)’ 개발자는 앱스토어에서 앱을 삭제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부진한 매출을 거론하면서, 무엇보다 애플의 무책임한 운영정책 때문에 앱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애플의 앱 리뷰가 적어도 일주일 걸리는데다, 샌드박싱 같은 맥 앱스토어 가이드라인 때문에 스케치 앱에 원하는 기능을 추가하기 어렵고, 업그레이드 비용 청구를 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스케치 앱 개발사는 맥 앱스토어에서 앱을 삭제했다

작년 10월엔 웹코딩 앱인 코다(Coda)가 맥 앱스토어에서 사라졌다. 개발사인 패닉 측은 이후 코다 앱 판매가격을 79달러에서 99달러로 인상했음에도 매출에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고 밝혔다.

맥 앱스토어는 지난 2011년 출시됐다. 5년의 시간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인 앱을 맥 앱스토어에서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어도비 포토샵이나 MS 워드, 파워포인트 같은 앱은 물론, PHP스톰이나 코다 같은 개발툴도 맥 앱스토어에서 찾을 수 없다.

반면 iOS 앱스토어는 대성황이다.작년 iOS 앱스토어는 100억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애플은 iOS 앱스토어의 성적표를 수시로 자랑한다.

iOS 앱스토어는 아이폰 출시와 동시에 등장했다. 앱스토어를 이용하지 않고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마음대로 앱을 설치하는 게 불가능하다. 시작부터 앱 이용 방식이 앱스토어로 단일화된 덕에 iOS 사용자는 탈옥을 하지 않는 한 앱스토어 이용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에 비해 맥 앱스토어의 등장 전부터 20년 이상의 시간동안 맥이 존재했다.

여전히 많은 맥용 앱이 앱스토어 생태계 밖에서 판매된다. 애플도 맥 앱스토어를 거치지 않은 앱 설치를 애써 막지 않는다.

애플은 2011년 후 한번도 맥 앱스토어의 성공을 자랑하지 않았다. 성적표에 자랑할 거리가 별로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5월 한 개발자는 자신의 앱이 맥 앱스토어에서 거둔 처참한 실적을 공개했다. 리댁티드란 디자인 앱은 4.99달러에 판매됐는데, 그래픽 카테고리 유료 앱 가운데 미국 매출 8위에 올랐고, 출시 첫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리댁티드 앱은 1위를 기록했던 출시 첫날 94개밖에 판매되지 않았다. 그날의 유료 앱 최고매출 앱이 100건의 다운로드도 기록하지 못한 것으로 맥 앱스토어의 시장 크기를 가늠하게 한다.

하지만, 개발자들은 iOS 앱스토어에 비해 턱없이 초라한 맥 앱스토어 매출보다 애플의 정책에 더 많은 비판의 날을 세운다.

맥 앱스토어는 iOS 앱스토어와 동일한 개발자 제한 정책을 다수 운영하고 있다. 앱 등록 및 업데이트 리뷰는 지연되며, 기능적으로 제한을 두고 있는데다, 앱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일례로 게임 개발자는 게임 매칭시스템에 크로스플랫폼 API를 쓸 수 없다.

iOS 앱스토어가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데 비해 맥 앱스토어의 기능은 정체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iOS 앱스토어는의 앱 묶음 판매나 동영상 미리보기 같은 기능이 맥 앱스토어에선 제공되지 않는다.

운영 문제도 비판 대상이다. 앱 리뷰의 경우 지연 혹은 등록거부 되는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 수시로 변경되는 앱스토어 운영정책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아 혼란을 자초하기도 한다.

지난달 맥 앱스토어에 등록된 앱 다수가 장애를 겪었다. 애플은 앱의 보안인증서 암호화 방식을 SHA-1에서 SHA-2로 변경하고 새로운 인증서를 발급했다. 새로운 인증서를 발급받지 않은 앱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었다. 새로 인증서를 발급받았더라도 오픈SSL 구버전을 쓰는 앱은 SHA-2를 사용할 수 없어 문제를 겪었다. 사태가 이어지자 애플은 결국 인증서 암호화 방식을 SHA-1으로 되돌렸다.

애플의 맥 기기 판매는 연일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계속 맥 앱스토어 사용자층은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맥 앱스토어 규모는 정체되고 있다. 단순히 시장 규모를 맥 앱스토어 정체의 원인으로 보기 힘들다는 의미다.

맥 앱스토어는 iOS 앱스토어의 성공방정식을 그대로 따랐다. 앱스토어에 익숙한 사용자를 위해 앱 카테고리를 만들어 보여주고, 앱 평점 및 리뷰를 통해 구매결정에 도움을 주며, 앱스토어의 인기 트렌드를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맥의 강력한 앱 다수는 앱스토어를 거치지 않고 제공되고 있다. 오랜 시간 맥용 앱 개발자들은 소비자와 직접 거래해왔다. 개발자는 자신의 앱 업데이트 주기를 직접 관리하고, 수수료를 낼 필요도 없다. 맥 앱스토어 진입을 택할 동인이 부족한 것이다.

1패스워드로 유명한 애자일비츠는 맥용 1패스워드 앱을 맥앱스토어뿐 아니라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판매한다. 사이트를 이용하면 맥과 iOS, 윈도 등의 번들 라이선스를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도 있다. 인터넷으로 구매한 앱과 맥앱스토어에서 구매한 앱은 동일한 기능을 제공하지만 업데이트 주기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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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디넷의 컬럼니스트 케빈 토펠은 “앱스토어 생태계 구축의 핵심적 주체인 개발자의 피드백에 응답하지 않고 앱 생태계를 완벽하게 관리하는 건 문제”라며 “개발자를 무시하는 한, 개발자는 노력의 대가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다른 선택지를 찾아 떠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컬럼니스트 데이비트 게위츠는 “앞으로 수년 동안 어떤 새로운 양상도 보기 힘들 것으로 본다”며 “개발자를 독려하기 위해 애플이 맥을 특별하게 만드는 기능 다수를 제거하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30% 수수료도 없애야 하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