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택시 블랙, 임금 문제로 승무원 반발

승무원 "하이엔 말 바꿔" vs 회사 "임금체계 오해"

인터넷입력 :2015/12/09 08:28    수정: 2015/12/09 10:29

고급택시를 지향하는 ‘카카오택시 블랙’의 일부 운전기사(이하 승무원)들이 서비스를 시작한지 한달여만에 임금 문제로 반발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당초 고정 월급 300만원 수준을 준다는 안내에 교육을 받고 고급택시 승무원으로 전직을 했는데, 회사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카카오와 제휴를 맺고 서비스를 제공중인 주식회사 하이엔은 고정급 300만원을 확정해 말한 적 없는데도 일부 승무원들이 억측을 부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승무원들은 하이엔에 이어 카카오와 면담 요청 후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차량 운행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이다.

9일 카카오와 하이엔 등에 따르면, 오는 10일 약 200명에 달하는 카카오택시 블랙 승무원들의 첫 월급날을 앞두고, 회사측과 승무원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카카오택시 블랙

카카오택시 블랙은 한국스마트카드가 출자해 만든 하이엔이 카카오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서비스 하는 고급 콜택시 서비스로 지난 달 3일 첫 영업을 시작했다. 차량과 기사들은 서울 16곳 택시운수사업소에 배분된 상태로, 급여 지급 주체는 각 사업소가 담당한다. 하이엔은 16곳에 달하는 사업소가 모두 동일한 구조로 임금 지불이 이뤄지도록 지급 체계를 만드는 역할을 했다.

문제는 하이엔이 승무원 모집 당시 지원자들에게 ‘완전 월급제’ 형태로 300만원(세전) 수준을 제시했지만, 실제로는 인센티브와 수당이 포함된 임금 체계였고 실수령액이 이보다 적다는 데서 불거졌다.

승무원 측에 따르면, 이들이 최근 하이엔 측으로부터 통보받은 고정급 수준은 200만원(세전)이다. 여기에 첫 달 보조금 40만원 가량을 더 받기로 했는데 이를 합쳐도 240만원 이고, 매달 발생되는 부가세 환급금 20만원도 6개월 뒤에 지급받기로 돼 있어 당초 약속한 임금과 차이가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운행 횟수에 따른 인센티브 제도도 있지만 이 역시도 지속 가능성이 불투명할 뿐더러, 현재 들어오는 콜 수로는 인센티브 받는 것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또한 보조금 40만원도 언제든지 끊길 수 있는 상황이어서 임금 부문에 있어 일반 택시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승무원들의 하소연이다. 실제로 하이엔 측은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 차등 지급을 고민하고 있어 추가적인 보조금 지급 여부를 확정하지 못하는 상태다.

승무원 모집안내에 '정액급여(월급제)'라고 표시돼 있지만 실제로는 '고정급여+인센티브제'로 임금체계가 짜이면서 양측의 갈등이 빚어지는 원인이 됐다.

승무원들이 더 억울해 하는 부분은 카카오택시 블랙 사업이 당초 계획(9월)보다 약 3개월 지연된 점이다. 하이엔은 8월 승무원을 모집해 교육을 진행, 9월 첫 영업 개시를 약속했지만 서울시 인가와 차량 확보 등의 문제로 서비스가 3개월이나 지연됐다. 결국 기존 회사를 그만두고 카카오택시 블랙 교육에 참가한 예비 승무원들은 해당 기간 동안 소득이 전혀 없었고, 회사로부터도 이에 대한 보전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승무원은 “서비스 오픈하고 나서 하이엔이 말을 바꿔 승무원 상당수가 곤경에 처한 상태”라면서 “처음 교육할 때만 해도 300만원은 정해진 월급이고 여기에서 고객을 더 많이 태우면 많게는 최대 500만원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사표를 내고 왔는데 세금 떼고 식비와 세차비를 제외하면 일반 택시 버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10월 근로계약서 작성 시점이 돼서야 고정급 200만원에 인센티브제가 고지됐고, 정규직이 아닌 1년 계약직 사실도 알게 됐다"며 "당시에는 그간 들인 시간도 있고 회사 측이 어떻게든 300만원 수준을 맞춰준다고 해서 선택의 여지없이 사인을 했는데 며칠 전 실제 받게될 액수를 통보받고 나서야 하이엔이 말을 바꿨다는 걸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하이엔측은 실적과 인센티브 등이 연동된 데서 착오가 발생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이엔 관계자는 “처음부터 수당과 인센티브를 다 포함해 300만원 수준이 된다고 안내해 왔다. 실적과 인센티브가 연동되다보니 이를 계산했을 때 임금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일부 있는 것 같다”면서 “부족분은 이달에 한해 각 운수사에서 보전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치기로 했고, 인센티브도 2~3배 주기로 방향을 정한 만큼, 실망시켜드리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또한 “당초 기대했던 급여보다는 적겠지만 한 달 성실히 일한 분들의 경우 최소 250만원에서 280이상 받을 수 있다”며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잘 하는 분들에게 더 큰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관점에서 앞으로 보상금을 모두에게 똑같이 지급하지 않고 차등을 두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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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는 간담회 당시 기사들의 '완전 월급제'를 강조했었다. 이에 하이엔 측은 기존 택시 영업 방식인 '사납금'의 반대말로 '완전 월급제'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승무원 측은 하이엔이 계속 말을 바꾸고,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카카오와 정식 면담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래도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차량 운행을 거부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