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공방…"일부 디자인 침해에 전부 배상?"

美 대법원 상고로 '법리 공방' 예상

홈&모바일입력 :2015/12/15 11:30    수정: 2015/12/15 14:0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일부 디자인 특허권을 침해했는데 전체 이익을 환수하는 게 합당한가?”

애플과 특허 소송 중인 삼성이 14일(현지 시각) 미국 대법원에 상고 신청을 하면서 디자인 특허 배상 범위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게 됐다. “대법원이 상고를 허락할 경우”란 단서가 붙긴 하지만 이 문제는 내년 대법원 뿐 아니라 미국 IT업계를 뒤흔들 핫이슈가 될 전망이다.

상고 신청을 한 삼성은 미국 디자인 특허법이 시대에 뒤진 낡은 법이란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삼성은 상고신청 문건에서 “요즘 시대와 맞지 않는다(not in line with modern times)”란 표현을 사용했다.

애플 둥근 모서리 특허권 개념도. (사진=미국 특허청)

■ 제조물품성 비롯한 핵심 개념 동원될듯

그 뿐 아니다. 삼성 측은 “현재 판례가 계속 유지될 경우 혁신을 저해하고 경쟁을 말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디자인 특허 괴물들이 경제와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실제로 이번 소송에선 애플 특허의 유효성 못지 않게 ‘배상 범위’가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대법원이 삼성의 상고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많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 부분을 살펴보기 위해선 지난 5월 끝난 항소심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항소심 당시 쟁점이 된 부분은 특정 디자인이나 기능 관련 특허를 침해했을 때도 특허 침해자의 전체 이익을 토해내도록 할 수 있느냐는 점이었다. 1심에서는 그 부분을 그대로 인정했다. 항소법원도 1심 판결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여론은 이 판결에 대해 그다지 호의적인 편은 못 된다. 항소심에 앞서 미국 법학교수 27명과 컴퓨터 및 통신산업협회(CCIA)는 1심이 특정 디자인 특허 침해 때도 포괄적인 배상금을 부과한 것은 잘못이라는 의견을 제출했다.

물론 항소법원은 이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 대법원

항소법원은 “법학교수 27명은 현대 사회에서 특정 디자인 특허권 침해 때 피고의 전체 이익을 배상하도록 한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면서 “이 문제는 의회에서 논의해야 할 정책 관련 주장이다”고 일축했다. 법원은 법에 충실해서 판결할 뿐 정책적인 문제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당시 항소법원 판결에 대해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는 “CCIA의 주장은 단순히 정책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다”면서 “그것은 제조물품성(article of manufacture)의 적용과 관련된 문제”라고 주장했다.

제조물품성은 장식성(ornamentality)과 함께 미국 특허법의 주요 보호 대상이다. 미국에선 디자인 특허권을 인정받기 위해선 반드시 표현되는 물품이 있어야만 한다. 도면만으로는 특허를 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재판에 앞서 CCIA는 1심 법원이 물품성을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해석했다고 비판했다. 포스페이턴츠에 따르면 CCIA는 항소법원에 “물품성은 디자인 특허 자체만을 의미하는 것”이라면서 “그 부품이 포함된 좀 더 큰 기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특히 CCIA는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기도 했다. 즉 1심 재판부 판결은 내비게이션 디자인 특허권을 침해했는 데 차량 전체 가격을 피해보상액으로 부과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것이었다.

■ 구글-페북, "남의 일 아니다" 판단한 듯

이번 소송에서 구글, 페이스북 같은 IT 기업들이 삼성 편을 드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대법원이 애플 손을 들어줄 경우 자신들도 ‘디자인 특허 괴물’의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디자인 특허권에 대한 과도한 보호 문제는 미국에서도 계속 이슈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싱크탱크 중 하나로 꼽히는 링컨연구소는 특허 소송 남발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좀 더 과감한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일부 디자인 특허는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폐지까지는 아니더라도 과도한 보호 문제는 쟁점이 될 가능성이 많다. 삼성이 상고 신청서에 적시한 대로 양탄자와 스푼처럼 간단한 제품과 달리 스마트폰 같은 복잡한 제품은 디자인이 제품 구매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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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 잘 빠진 스푼과 역시 디자인이 잘 나온 스마트폰이 소비자들에게 소구하는 강도는 현저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결국 삼성은 이번 상고 신청을 통해 “일부 디자인 특허 침해 때 전체 이익을 환수하는 것이 논리적인가?”란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셈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