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가 싸졌다고? 그래도 디스크엔 안 돼"

피터 오코너 님블스토리지 APJ 부사장 인터뷰

컴퓨팅입력 :2016/02/01 16:52    수정: 2016/03/17 16:50

기업용 스토리지 장비에 탑재되는 플래시미디어 가격은 하락세다. 플래시 기반 스토리지 제품의 가격경쟁력 우위를 주장하는, 올플래시스토리지 업체들의 주요 근거다. 그 일부는 이미 디스크보다 플래시를 탑재한 스토리지로 같은 용량을 더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이브리드 플래시스토리지 업체 님블스토리지가 이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저장매체 시장에서 플래시의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디스크의 가격 역시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플래시가 아무리 저렴하더라도, 디스크 수준엔 못 미친단 얘기다.

최근 방한한 피터 오코너 님블스토리지 아시아태평양일본(APJ) 지역 담당 부사장이 이런 견해를 제시했다. 그는 지난 1월 20일 서울 강남의 IT솔루션업체 필라테크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본사의 기술 경쟁력과 올플래시스토리지 업체들과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님블스토리지는 2008년 설립돼 2010년 기업용 스토리지 시장에 첫 제품을 내놨다. 제품에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와 플래시 기반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혼용한다. 상대적으로 디스크 대비 고가인 올플래시 장비보다 가격과 성능의 균형을 잘 맞췄다고 자부한다.

한국지사는 지난 2014년 설립됐고 현재까지 약 21개월간 활동해 왔다. 그간 온라인 유통업체 쿠팡과 서울시 버스카드 결제인프라 제공사 한국스마트카드 등 20여곳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구성원을 한 손에 꼽을 수 있는 한국지사 규모 대비 괜찮은 성과라는 게 회사측 판단이다.

님블스토리지코리아가 경쟁사 대비 소수 인력으로 운영되는 배경은 아시아권에서 일본, 중국, 호주에 이어 4번째라는 한국 시장 규모 때문으로 보인다. 회사측은 대신 30곳에 달하는 국내 파트너를 뒀다. 파트너를 통해 자체 운영 인력 부족에 따른 약점을 상쇄하려는 모습이다.

오코너 부사장에 따르면 일부 올플래시스토리지 업체들의 '디스크보다 저렴한 가격' 메시지는 특정 전제조건을 숨긴 마케팅 기법에 불과하다. 디스크와 플래시를 혼용한 님블스토리지의 하이브리드 스토리지가 시장의 고성능과 용량에 대한 요구를 더 잘 충족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마케팅보다 현업 사용자들의 호응을 바탕으로 점진적인 시장 확대를 달성할 계획이다. 국내서 소규모 조직으로 단기간에 괜찮은 성적을 얻었고, 올해 더 잘 대응할 수 있는 기술과 파트너망을 갖췄다고 자평했다. 더불어 시스코 UCS서버 파트너십에 따른 기회도 기대했다.

피터 오코너 님블스토리지 APJ 담당 부사장

다음은 오코너 부사장과의 1문 1답이다.

-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같은 대형사와 일부 올플래시스토리지 업체들이 '용량당 가격' 경쟁 우위를 강조하는 추세라, 하이브리드 플래시를 공급하는 님블스토리지에겐 사업하기에 불리해 보인다

SSD가 저렴해지고 있는 건 사실인데, HDD 가격도 역시 떨어지는 중이다. 아무리 SSD 가격이 떨어지고 미디어 크기가 커져도, 항상 HDD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SSD가 HDD를 앞질러 더 저렴한 용량당 가격으로 제공될 수 있다는 얘기는 허구다. 마케팅일 뿐이다.

올플래시스토리지 전문업체들이 이런 얘길 할 때 '중복제거 기능을 사용할 경우'라는 단서를 붙인다. 가상데스크톱환경(VDI)에서나, 잘해야 10배 가량의 중복제거 비율을 달성할 수 있다. 그런데 다른 범용 애플리케이션 운영 환경에선 절대 이 정도의 용량 절감 효과를 못 얻는다.

(편집자주: ㅋ(링크)에 따르면 IT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이런 견해를 지지하는 데이터를 제시했다. 현재 소비자들이 HDD를 기가바이트(GB)당 9센트 정도 가격에 구매하는데, SSD는 GB당 38센트 수준이라는 내용이다. SSD가 HDD 가격을 따라잡기엔 멀었다는 지적이다. 조셉 언스워스 가트너 SSD리서치 부사장은 "2019년까지 SSD 가격대는 어떤 등급에서든 기가바이트(GB)당 14~17센트로 형성될 것"이라며 "이런 SSD의 가격은 2025년까지 HDD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을 듯하다"고 전망했다. 물론 이 관측을 기업 시장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남는다.)

- 올플래시 업체들이 단위 저장매체의 용량당 가격만으로 경쟁우위를 주장하는 건 아니지 않나. 그들은 전력과 상면비용 절감도 함께 강조한다

일견 타당하지만, 그 메시지는 EMC, 넷앱, IBM같은 업체들의 전통적인 디스크 기반 스토리지에나 적용되는 얘기다. 님블스토리지의 솔루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우리는 HDD를 쓰면서도 기성 스토리지보다 전력과 상면을 적게 쓴다. 기성 스토리지들처럼 고성능을 내기 위해 디스크를 많이 꽂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3U 크기 장비 한 대로 15만IOPS라는 고성능을 낼 수 있다.

- 본사 기술력에 자부심이 대단한 것 같은데, 그간 한국 시장에서의 성과는 어땠나

진입한지 21개월밖에 안 됐다. 2년 안 되는 기간동안 소수 팀의 결과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 괜찮다. 고객사 20곳을 확보했다. 물론 더 발전해야 한다. 한국 시장 규모는 아시아에서 4번째다. 일본, 중국, 호주, 한국 순으로 크다. 지사 인력 규모는 작지만 공식 리셀러 파트너들은 제대로 갖춰졌다. 네트워크, 가상화, 마이크로소프트(MS) 솔루션 등 분야별 크고 작은 파트너 30곳과 계약했다.

점진적으로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술적으로도 한국 시장 여건에 더 잘 맞춰 가고 있다. 초창기 iSCSI 방식만 지원했지만, 한국에서 주류인 파이버채널(FC) 방식을 지원한지도 꽤 됐다. 작년말부터 한국 시장에서 큰 HP-UX 및 솔라리스 등 유닉스 환경도 대응하고 있다.

- 한국시장에서의 대응 메시지라면, 퓨어스토리지보다 우위를 점하긴 어렵지 않을까. 퓨어스토리지는 국내에도 대형 벤더 못잖은 자체 기술지원 인력을 보유했다고 자랑하고 있고, 그들도 작년말 HP-UX를 지원한다고 밝혔는데

퓨어스토리지처럼 업력에 비해 많은 기술지원 인력을 두는 업체들의 경우는 이런 것이다. 대형 고객사에게 제품을 공급한 뒤 (실제 운영환경에서)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기술지원 인력을 많이 고용해 대응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어떻게든 작동되게 해야 하니까.

그쪽이 마케팅이나 영업을 잘 하더라도 기술면에선 우리가 밀리지 않는다. 업계에 이름이 많이 알려진 경쟁사들은 PoC나 BMT 거치면서 기술적인 문제를 많이 노출하는 경향이 있다.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유리할 것이다.

우리는 요란한 마케팅보다는 현업에서의 호응을 얻으며 천천히 가기로 했다. 실제 사용자들이 님블스토리지 제품을 써보니 좋더라고 지인과 동료들에게 얘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쿠팡은 우리 제품을 메인DB에 사용하고 있고, 삼성SDS는 우리에게 제품 공급 요청을 점차 늘리고 있다. 다른 한국 고객들에게도 널리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 올해 주력할 영역이나 기대하는 목표가 있다면

이제까진 안정적으로 교육과 의료 업계에서 공급사례를 확보했다. 올해 고객군을 서비스프로바이더, 금융 및 통신 산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공공 쪽은 아직 우리가 접근하기에 시간이 더 필요한 영역이다. 업종 특성상 규모가 크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핵심 전략은 파트너를 통해 실행된다. 파트너들과 확고한 관계를 다질 것이다. 대규모 프로젝트의 경우 시스템통합(SI) 파트너를 통해야 하는데, 이는 앞으로 강화해야 할 부분이다.

제품 관점에서는 시스코 x86 서버 UCS와의 궁합이 좋다는 점을 활용할 계획이다. 본사간의 협력을 통해 국외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한국에선 시스코 파트너들과 관계를 다져서 토털플랫폼, 서버와 스토리지와 네트워크를 함께 제공하는 과제를 목표로 삼고 있다.

- 시스코는 이미 IBM, 넷앱, 퓨어스토리지와 협력 중이라…님블스토리지의 UCS 파트너십이 시장에서 눈에 띌지 모르겠다

인정한다. 다른 스토리지 업체들도 시스코와 파트너 관계다. 그 중에서 퓨어스토리지는 그렇지 않은데 공식 UCS서버 파트너처럼 언급되는 거지만. 우리는 EMC, IBM, 넷앱보다 대응할 수 있는 솔루션 폭이 넓다. SAP HANA, 오라클DB, MS익스체인지 등 UCS서버와 가장 광범위한 솔루션 전략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 작년에 시장에서 다들 올플래시 얘기할 때, 님블스토리지는 하이브리드를 강조했는데… 올해도 마찬가지인가

올플래시스토리지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건 분명 사실이다. 하지만 시장에는 비즈니스요건 때문이라기보다 (다들 올플래시가 대세라고 하니까) 감정적인 판단에서 구매를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 올플래시스토리지를 필요로 할만한 영역은 전체 시장의 5% 정도로 보인다.

나머진 그렇지 않다. 올플래시스토리지가 아니더라도, 시장에서 필요로하는 충분히 빠르고 저렴한 기술을 우리의 제품으로 제공할 수 있다. 업계에는 우리가 올해 올플래시스토리지를 내놓을 거라는 소문이 돌던데… 지금은 말 못하지만, 기다려 보면 곧 알게 될 것이다.

- 하나만 더. 요즘 유행하는 TLC낸드플래시 채택 예정이거나, 준비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경쟁사에서 도입 고려한다는 삼성전자 3D V낸드 TLC 낸드플래시를 우린 이미 쓰고 있다. 하지만 님블스토리지 입장에서 TLC를 쓰느냐 마느냐는 별로 중요치 않다. 타사는 좋은 낸드플래시를 탑재한 SSD를 써야 하지만 우린 꼭 그럴 필요가 없다. 핵심 기술의 차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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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블스토리지의 장비는 데이터 기록시 SSD를 1천번에 1번정도밖에 쓰지 않는다. 기록하는 위치도 분산시킨다. 이 방식으로 SSD와 HDD의 수명을 늘린다. 반면 타사(올플래시스토리지)는 저장 시점마다 1번씩 기록한다. 이 경우 SSD의 수명을 늘리려면 높은 내마모성이 필요하다.

올플래시스토리지 제품을 내놓고 있는 경쟁사들은 이전까지 내마모성이 높은 SSD를 써야 했다. 요즘 SSD의 수명을 늘리는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이전만큼 내마모성이 강하지 않은 SSD를 쓸 수 있는 수준이 된 것이다. 그래서 저렴한 용량당 가격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