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vs 알파고, 주사위는 던져졌다

역사에 기록될 세기의 대국 눈앞

인터넷입력 :2016/03/08 16:45    수정: 2016/03/08 16:51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펼칠 세기의 대국은 어떻게 결판 날까?

구글 딥마인드와 이세돌 9단 모두 대국을 위한 준비태세를 마치고 9일 오후 1시 첫 대국을 기다리고 있다. 사람과 인공지능의 대결인지라 이세돌 9단과 딥마인드 관계자들 표정에는 긴장감과 자신감이 공존하는 듯 하다.

바둑을 잘 모르는 이들도 대국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이번 대국은 월드컵 결승전을 방불케하는 전국민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알파고 "강철체력으로 승부"

그동안 바둑은 인공지능이 뛰어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무한대고, 무작위 계산보다는 직관과 느낌이 주로 사용되기 때문에 컴퓨터가 쉽게 정복하기 힘들었다.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

이를 감안해 구글 딥마인드는 신경망에 기반한 접근방식을 사용했다. 신경망은 알파고 시스템의 핵심이다. (관련기사☞). 알파고는 두 개 신경망(가치망+정책망)과 몬테카를로 트리 검색(MCTS)을 결합했다. MCTS는 다양한 경우를 감안해 가장 적합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알고리즘이다. 알파고는 이 MCTS를 함께 활용해 어디에 바둑알을 놓을 지를 골라낸다. 이때 각 검색 트리의 위치 정보에는 행동가치, 방문 횟수, 그리고 사전 확률 등이 담겨 있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알파고 초기 버전 테스트에선 495전 494승을 거뒀고, 지난해 10월 유럽 대회를 우승한 판 후이 2단과의 대국에선 다섯판을 싹쓸이했다"면서 이번 대국도 선전을 자신했다.

판 후이 2단과의 대국은 인공지능으로서는 처음 호선( 같은 조건 아래서 진행되는 대국을 뜻하며, 서로 흑백을 번갈아 두는 방식)으로 프로기사에게 승리한 케이스다. 전문가들이 예상한 것 보다 10년을 앞당긴 결과란게 딥마인드 설명이다.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왼쪽)과 이세돌 9단

하사비스 CEO는 강점으로 알파고의 체력을 뽑았다. 인간과 비교했을 때 겁먹지 않으며 피로를 느끼지 않는 것이 장점이라는 것이다. 그는 바둑에서 직관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알파고가 인간의 직관을 모방할 수 있도록 강도높은 테스트를 거쳤다는 점도 강조했다.

약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사비스 CEO는 이번 대국을 통해 알파고의 약점을 발견하겠다고 말했다.

이세돌 9단이 몇 판 이기더라도, 이를 바탕으로 알파고가 스스로 학습 해 이세돌을 이길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그는 하룻밤 사이에 새로운 법칙을 터득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스스로 트레이닝 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그는 "1번의 대국으로는 데이터가 충분치 않으며, 수천 개 데이터가 있어야만 학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세돌 9단 "인공지능 시대, 바둑의 가치는 변치 않을 것"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판 후이 2단과의 대국 이후 알파고의 기량은 급상승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확하게 어느 수준으로 올라섰는지는 베일속이다. 그래도 이세돌 9단이 체감할만한 기량 상승이 이뤄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세돌 9단은 지난달 2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승리를 확신한 바 있다. 알파고와 판 후이 2단의 대국을 분석해 본 결과, 자신과 대적할 수준은 안된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지금은 분위기가 좀 달라졌다.

이날 이세돌 9단은 8일 기자간담회에선 알고리즘에 대한 하사비스 CEO의 설명을 듣자 "5:0으로 이기는 것은 안 될 것 같다"고 말하여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숱한 대국을 해왔지만, 이런 생소한 느낌은 처음"이라며 "새롭고 기분이 좋지만, 아무래도 대국 상대가 사람이 아니니 준비하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과의 대국이면 상대방의 기운이나 기세 등을 읽는 것이 중요한데, 이번 대국에서는 그런 것을 읽을 수 없기 때문에 혼자 두는 느낌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세돌 9단은 하루에 한 두 시간 정도 가상훈련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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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패할 경우, 바둑은 인간이 아닌 컴퓨터가 가장 잘하는 게임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 그는 "물론 질 수도 있지만, 바둑의 아름다움이나 인간의 아름다움은 컴퓨터가 이해하고 둔 것은 아니다"며 "그런 것들을 지켜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알파고가 이겼을 때 바둑계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지금 같은 시대에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닌가?"하고 반문하며 "언젠가는 인공지능이 이길 것이다. 이걸로 인해 바둑의 가치가 없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