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알파고와 튜링테스트의 기억

유진 구스트만과 차원 달라…사람같은 컴퓨터 가능할까

데스크 칼럼입력 :2016/03/09 11:46    수정: 2016/03/09 12:59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진짜 인공지능 고수가 전 세계를 향해 자기 솜씨를 맘껏 뽐낸다. 불과 2년 전 ‘깜짝 쇼’에 가까웠던 튜링 테스트와는 차원이 다르다.

구글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세기의 바둑 대결에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바둑 강국 한국은 이번 행사로 전세계 인공지능 최대 이벤트 장소가 되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이번 행사를 앞두고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사람 같은 컴퓨터’에 대한 기대감에 벅찼던 2년 전의 해프닝이다.

지난 2014년 6월. 영국 런던에서 깜짝 뉴스가 들려왔다. 1950년 이래 난공불락이던 ‘튜링테스트’가 해결됐다는 소식이었다.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면서 전 세계를 흥분시켰던 유진 구스트만.

당시 유진 구스트만이란 컴퓨터가 심사위원 33%를 속이는 데 성공한 것. 전 세계는 60년 만에 ‘인간처럼 사고하는 컴퓨터’의 등장에 아낌 없는 박수를 보냈다.

■ 확 달아올랐다 사그러졌던 튜링테스트 해프닝

튜링테스트는 영국 과학자 앨런 튜링이 1950년 철학 저널 '마인드'(Mind)에 발표한 '컴퓨팅 기기와 지능'(Computing Machinery and Intelligence)란 논문에서 제시한 개념이었다. ‘5분간 대화한 뒤 30% 이상 속일 수 있다면 인공 지능 컴퓨터’란 게 튜링 테스트의 기준이었다.

그 동안 수 많은 컴퓨터들이 이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 도전장을 던졌다. 하지만 그 때까지 인공지능 수준에 도달한 컴퓨터는 없었다.

그 어렵다는 시험을 통과한 유진 구스트만에게 박수가 쏟아진 건 그 때문이었다. 당시 앨런 튜링 60주기 기념으로 행사를 주관했던 레딩대학 역시 “컴퓨터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의미 부여했다.

하지만 ‘13세 소년’ 유진에게 쏟아진 찬사는 잠깐이었다. 알고리즘으로 구성된 튜링테스트의 허점을 교묘하게 찌른 것에 불과하다는 혹평이 뒤따랐다. 미국 디지털 문화 전문잡지 와이어드는 아예 “30%를 속인다는 건 F학점이나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앨런 튜링

확 달아올랐던 인공지능 컴퓨터에 대한 기대는 한 순간에 사그라들었다.

이세돌 9단과 승부를 펼칠 알파고의 인공지능은 이미 지난 해 10월 추리 능력을 검증받았다. 유럽 바둑챔피언인 판후이 2단과 대국에서 완벽하게 승리한 것.

그렇다면 알파고는 ‘사람처럼 사고하는 컴퓨터’란 오랜 꿈을 실현해줄 수 있을까?

■ 알파고, '사람같은 컴퓨터' 오랜 꿈 실현해줄까

일단 알파고는 바둑 과제 해결 능력면에선 어느 누구보다 뛰어난 능력을 자랑한다. 구글이 과학저널 네이처에 논문까지 발표하면서 알파고를 홍보하는 건 오랜 꿈을 실현했다는 자부심과 관계가 있다.

하지만 튜링테스트로 알려진 ‘사람 같은 컴퓨터’와는 관계가 없다. ‘사람처럼 대화하는 컴퓨터’는 또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구글을 비롯한 내로라하는 IT 기업들이 최종 목표로 삼고 있는 건 바로 그 지점일지로 모른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고하는 컴퓨터가 아니라 진짜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컴퓨터. ‘스타워즈’를 비롯한 수 많은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로봇이나 컴퓨터.

구글 알파고와 판후이 2단이 대국을 하는 장면. 알파고가 수를 놓으면 맞은 편에 앉은 사람이 대신 바둑판에 놔주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사진=유튜브 캡처)

구글이 ‘알파고 프로젝트’를 멋지게 성공한다면 그 목표를 향해 가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덧글)

튜링테스트는 잘못 알려진 측면이 많다. 튜링이 기고한 논문에서 ‘튜링 테스트’로 알려진 부분은 실제로 이렇게 서술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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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뒤엔 모방 게임을 해서 일반인들로 구성된 질문자들이 5분 동안 대화를 한 뒤 컴퓨터의 진짜 정체를 알아낼 수 있는 확률이 70%를 넘지 않도록 프로그래밍 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으로 믿는다.”

적어도 저 부분만 놓고 보면 현재의 컴퓨터 기술은 앨런 튜링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린 얘긴 아닐 것 같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