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글로벌 전기차 업계 격전지 되나

업계 관심 후끈...사후서비스망 확보가 숙제

카테크입력 :2016/03/23 15:37    수정: 2016/03/24 10:21

“제주도에 생산공장을 만들겠다.”(미첼 메나커 미국 로컬모터스 부사장)

“제주도는 전기차 시장의 대표 지역으로 생각한다.” (심양 중국 JAC 해외 판매 총괄)

“한국은 전기차 개발에 필요한 두뇌가 모여있다. 제주도는 적절한 전기차 환경을 갖췄다.” (기욤 베르띠에 르노그룹 전기차 영업총괄 이사)

제주도가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의 미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지난 18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국제전기차엑스포에서 제주도를 중심으로 한 사업 전략을 잇달아 발표했다. 판매 증진을 위해 기존 전기차 판매가를 낮춘 곳도 있다.

업체들의 잇달은 제주 진출 선언은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탄소제로섬 정책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제주도는 올해 4천여대, 내년부터 1만5천여대가 넘는 전기차를 보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30년 전기차 보급률을 10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제주도의 목표다.

중국 FDG사의 프리미엄 전기버스 e-boss (사진=지디넷코리아)

■전기버스 중심으로 공략하는 중국 업체

FDG, BYD 등 중국업체들은 관광산업이 발달된 제주도에 전기버스 판매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FDG와 BYD는 전기차엑스포 기간동안 컨벤션센터 주변에 체험형 공간을 마련해 자사의 전기 버스 홍보에 나섰다. FDG는 한번 충전으로 최대 240km까지 주행가능한 25인승 럭셔리 버스 e-BOSS를 내세웠고, BYD는 한번 충전으로 최대 250km까지 갈 수 있는 저상버스(CK612LGEV)를 전시했다.

이들은 이미 자사 전기버스 판매를 위해 국내 업체와 판매법인 협약을 맺었다. BYD의 판매는 국내 운송 분야 전문 업체 썬코어가 전적으로 담당하며 FDG사의 한국총판은 에스유모터스 측에서 담당하게 됐다. 이들은 올해말부터 제주도 중심으로 전기버스를 판매할 예정이다.

이들은 품질만큼은 그 어느 누구보다도 자신있다고 말한다.

BYD 관계자는 “전기버스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총 4천회 이상 충전 및 방전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정상적인 사용조건하에서는 배터리를 교체할 필요가 없으며 차량 내에 스마트관리시스템을 탑재해 손쉬운 정비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제주 중문관광단지 일대를 주행하는 BYD 저상 전기버스 (사진=지디넷코리아)

FDG 측은 국제전기차엑스포 개막 전, 사전에 제주도 주요도로에서 전기버스 주행 테스트를 거쳤다고 밝혔다. 산악지형이 많은 제주도에서도 무난하게 달릴 수 있다는 것이 FDG사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다. 바로 애프터서비스 망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선롱버스의 영향으로 중국 버스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많다. 지난해 열린 서울모터쇼에서는 선롱버스 운전자들이 버스 품질 문제를 개선하라는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FDG 한국총판 에스유모터스 관계자는 “선롱버스로 인해 국내에 중국버스에 대한 안좋은 인식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걱정이 많이 되기는 한다”며 “제주도에 있는 현지 업체와 협력을 애프터서비스 망 확충에 전념한 후 품질 문제 등 이외 지역 판매 방향에 대해 천천히 고민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전기버스 뿐만 아니라 전기 SUV를 판매할 예정인 업체도 있다.

중국 10대 자동차 메이커로 알려진 JAC는 올해 말 국내 업체 쎄미시스코와 손잡고 중국 최초 전기 SUV iEV6S를 제주도에 출시할 예정이다.

iEV6S는 JAC 출시 차량중 최초로 삼성SDI 원형 배터리가 탑재된 모델이다. 한번 충전으로 최대 251km까지 주행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는 비슷한 크기의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최대 주행가능거리 180km보다 약 70km 가량 길다.

제주국제전기차엑스포에 전시된 중국 최초의 전기 SUV JAC iEV6S (사진=지디넷코리아)

■공장 세우는 로컬모터스, 제주도로 CTO 보내는 테슬라

중국 뿐만 아니라 테슬라, 로컬모터스 등 미국 업체들도 제주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첼 메나커 로컬모터스 판매담당 수석부사장은 20일 열린 전기차엑스포 EV프리뷰 행사에서 제주도 공장 설립에 계획을 깜짝 발표했다. 제주모터스라는 국내 판매 총괄법인과 손잡고 제주도 내에 생산공장을 짓겠다는 것이 로컬모터스의 계획이다.

로컬모터스는 지난해 울산에 아시아 첫 생산공장을 만든다는 계획안을 발표한바 있다. 메나커 수석부사장은 “울산공장은 오는 2017년 준공될 예정이며 그 이후 제주도에서 생산공장을 세울 계획”이라며 “두 곳에 있는 공장의 성격은 서로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위치한 로컬모터스는 3D프린터로 전기차를 생산하는 업체로 알려졌다. ‘오픈 소스 플랫폼’을 중시해 외부 전문가들과 차량 개발에 대한 논의를 지속하고 있는 개방형 업체로도 유명하다.

국제전기차엑스포 'EV 프리뷰' 행사에 참석한 미첼 메나커 로컬모터스 수석 부사장(사진=지디넷코리아)

제주모터스는 메나커 수석 부사장 덕에 전기차엑스포 현장에서 대중앞에 첫 선을 보이게 됐다. 제주모터스 관계자는 “지난해 말 회사를 설립한 후 로컬모터스와 제주 공장 신설을 위한 논의를 이어나갔다”며 “이같은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기 위해 회사의 존재를 숨겨왔다”고 밝혔다. 메나커 수석 부사장과 제주모터스는 향후 제주 전기차 시장 동향을 살펴본 뒤 공장 부지에 적합한 곳을 찾을 예정이다.

전기차엑스포에 참여하지 않은 테슬라는 오는 5월 JB 스트라우벨 CTO를 제주도로 보낸다. 그는 오는 5월 25일 열리는 제주포럼에서 특별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스트라우벨 CTO의 국내 방문은 지난 11월 경기도 일산 킨텍스 에너지포럼 이후 7개월만에 이뤄진다. 업계에서는 그의 제주도 방문이 그 어느 때보다 의미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도의 전기차 정책과 보급형 모델 3 공개 이후 이뤄지는 방문이기 때문이다.

스트라우벨은 지난 11월 일산에서 테슬라의 한국 시장 진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한국 시장 진출은 말할 수 없다”며 충전 시장의 확충을 중요시하게 간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포럼 행사 현장에서 테슬라의 운영 현황과 향후 국내 시장 진출 계획등을 밝힐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가 주행거리가 짧더라도 제주도 한바퀴를 충분히 돌 수 있다”며 “테슬라가 전기차 보급 정책을 강화하는 제주도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있다는 증거”라고 전했다.

2015 대한민국 에너지대전 포럼 기조연설에 나선 JB 스트라우벨 테슬라 공동창업자 겸 CTO (사진=지디넷코리아)

■완성차 업체 전기차, 제주서 신화 이룰까

현대차, 르노삼성, 한국닛산 등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이들은 아이오닉, SM3 Z.E., 리프 등 주력 제품을 내세워 제주도 전기차 시장의 우위를 넘보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아이오닉은 제주도 전기차 1차 민간공모에서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전체 민간공모 신청차량 500대 중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65% 이상 차지한 것이다. 제주도 2차공모, 대구, 부산, 대전 등에서도 선전을 보이겠다는 것이 현대차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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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누적판매량(1천767대)을 기록한 SM3 Z.E.의 마케팅을 강화해나간다. 르노삼성은 올해 4천대의 전기차가 보급되는 제주도에서 총 1천대의 SM3 Z.E. 전기차를 판매한 다음, 전체 지역에서 총 2천대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닛산은 리프의 트림 다양화 전략을 택했다. 한국닛산은 18일 국제전기차엑스포 개막식 현장에서 리프의 저가형 트림 ‘S'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S 모델의 판매가는 4천590만원이다. 기존 SL 모델은 5천480만원에서 300만원 떨어진 5천180만원에 판매된다. 이를 통해 세계 전기차 판매 1위 리프의 우수성을 알리겠다는 것이 한국닛산의 목표다.

아이오닉 일렉트릭 (사진=지디넷코리아)
SM3 Z.E.(사진=르노삼성)
타케히코 키쿠치 한국닛산 사장이 전기차 리프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한국닛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