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비, 美-日 'SW라이선스 감사' 중단...한국은?

컴퓨팅입력 :2016/08/23 09:16

어도비 소프트웨어(SW) 제품을 쓰는 기업들의 전통적인 '라이선스 리스크'가 줄어들 전망이다. 어도비가 세계 각지에서 SW라이선스 감사(audit) 활동 중단을 예고했거나 이미 중단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장기적으로는 각국 공통 정책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들이 단기간 내 변화를 체감하긴 어려울 수 있다.

SW라이선스(사용권)는 실체가 없는 추상적인 개념이다. 제품 구매자와 판매자간 계약을 통해 구체화한다. 구매자가 제품을 계약한 '사용 범위' 안에서 쓰고 있는지, 판매자가 확인하는 행위가 바로 'SW라이선스 감사'다. 사용 범위는 해당 제품이 설치되는 시스템의 규모, 사용자 수, 사용 기간 등을 가리킨다. 이같은 요소가 제품의 공급 가격을 결정한다.

판매자의 SW라이선스 감사 결과, 구매자가 당초 계약한 범위를 넘어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면, 판매자는 저작권법을 근거로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추가 구매 합의를 유도할 수 있다. SW 라이선스 감사를 받은 사용자 입장에선 손해배상 대응이든, 추가 구매 합의든, 뜻하지 않은 지출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이게 바로 '라이선스 리스크'다.

SW라이선스 감사는 제품 구매자가 계약한 범위 안에서 사용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판매자의 행정적인 활동을 가리킨다. [사진=Pixabay]

22일 현재 어도비는 "전통적인 SW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감사) 으로부터 변화하고 있다"며 "이는 어도비가 고객들과 관계를 맺는 방법에 대한 전략적 변화의 일환이며, 가능한 가장 좋은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밝혔다. SW라이선스 감사 활동을 중단하기로 했다는 본사 방침을 확인해 준 것이다.

다만 감사 중단 일정은 지역마다 다르다. 어도비 측은 "그간 북미, 남미 지역 그리고 일본에서 감사를 중단해 왔다"면서 "현재는 유럽, 중동, 아프리카(EMEA)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감사 전환 과정을 이행 중이며, 아태지역의 경우, 시장의 성숙도와 복잡성에 따라 전환 과정에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어도비 SW라이선스 감사는 미국과 일본에서 이미 중단됐고, EMEA와 아태지역에서도 중단 수순에 들어갔으나, 아태지역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SW라이선스 감사 활동이 상대적으로 오래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은 아태지역에 포함된다. 즉 한국의 어도비 제품 구매 조직들이 변화를 체감하기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IT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어도비는 SW제품 판매자 가운데 "가장 활발한 감사 활동을 벌여 온 상위 5대 업체"에 해당했다. 어도비의 기존 감사 활동 중단이 수입 일정 부분을 포기하려는 듯한 것처럼 비칠 수도 있지만, 알고 보면 구매자의 사용 범위를 파악하는 방법을 클라우드 시대에 맞게 바꾸려는 시도란 해석이 있다.

스테판 화이트 가트너 리서치 디렉터는 이미 이달초 공식 블로그를 통해 어도비의 감사 중단 움직임을 언급하면서 "이 회사의 공격적인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서브 스크립션 전환 움직임 및 '어도비 인증SW 통합 서비스'를 포함한 모니터링 서비스의 구현을 고려한다면 (감사 중단이라는 변화가) 엄청나게 놀랄 일도 아니다"고 평가했다.

그는 "어도비의 클라우드 전략이 기업들의 SW불법복제나 컴플라이언스 리스크를 상당 수준 해결해 주긴 하지만, 고객사는 여전히 특정 컴플라이언스 리스크에 대응해야 한다"며 "어도비는 일반 계약조항에 여전히 고객사에게 (SW제품의) 설치 및 배포 데이터 제공을 요청시 30일 이내에 응해야 한다는 컴플라이언스 확인 권한을 남겨뒀고, 이는 어도비SW의 오용을 검증하는 활동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참조링크: What does an end to Adobe auditing and license compliance activity really mean?]

어도비는 전통적인 SW라이선스 감사 활동을 주요 시장에서 축소하고 있지만, 이는 해당 지역에서 제품 라이선스의 불법 사용을 묵인하겠다는 얘기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달라지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의 일환이다. 어도비는 지난 수년간 SW제품의 영구 라이선스를 파는 방식에서 클라우드 SaaS 스타일의 서브스크립션 과금 방식으로 사업 모델을 바꿔 왔다.

실제로 어도비 측은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는 고객들이 어도비 SW를 관리할 수 있는 툴을 제공한다"며 "이미 아태지역의 많은 고객들이 이를 활용해 SW 배포 및 라이선스 니즈를 최적화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아태지역에서 앞으로도 SW불법 복제 수준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에 따라 감사를 비롯해 라이선스 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SW 업계에서는 감사 비중으로 세계 5위권내 업체인 어도비의 이같은 움직임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가트너 측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4월 자사 파트너 프로그램 가운데 SW자산관리(SAM)와 관련된 항목을 변경한 것도, 어도비의 접근방식과 닮은꼴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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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IT미디어 더레지스터에 따르면 기업용 SW 전문업체 오라클의 움직임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 매체는 영국, 유럽, EMEA 등 지역마다 차이는 있으나 오라클이 클라우드 부문 영업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기존 '컴플라이언스 및 최적화 라이선스 서비스(COLS) 사업부' 인력을 축소 내지 전환 배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참조링크: Oracle to shutter License Services division ? sour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