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공정위 결정 동의 못 해…항소할 것"

절차 무시·업계 라이선싱 관행 무너뜨리는 결정 맹비판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6/12/28 14:31

정현정 기자

세계 최대 모바일칩 업체 퀄컴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혐의로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한 데 대해 “수십 년 간 문제가 되지 않았던 라이선스 관행에 대한 전례 없는 결정”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이 회사는 또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퀄컴은 28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공정위 결정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면서 “해당 결정은 사실관계 및 법적 근거의 측면에서 모두 부당할 뿐만 아니라 절차상의 문제가 있고, 한미 자유무역협적(KORUS)에 따른 보장된 ‘적법절차에 관한 미국기업들의 권리’에도 반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정위는 퀄컴이 표준필수특허(SEP)의 독점력을 바탕으로 이동통신의 핵심 부품인 모뎀칩셋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혐의로 사상 최대 액수인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퀄컴이 표준필수특허권자의 독점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특허이용자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라이선스를 제공하겠다고 보장하는 FRAND 확약을 어기고 ▲표준필수특허 라이선스 제공 거절 ▲부당한 라이선스 계약 체결 ▲부당한 계약 강요 등 행위를 했다고 봤다.

퀄컴은 이번 공정위 결정에 대해 ▲경쟁법 위반 판단의 논리가 일관되지 않고 ▲경쟁을 제한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칩셋 제조사나 휴대폰 제조사들 간의 경쟁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증거에 대한 완전한 접근권, 심의기일에서의 반대신문에 대한 권리 등 한미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미국 기업들에게 보장된 절차상의 보호조치들이 적용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공정위 결정이 ▲수십 년간 이동통신산업 전반에 걸쳐 삼성, LG, ETRI 등 주요 특허 보유자들 사이에서 널리 인정되었던 라이선싱 관행을 무너뜨릴 수 있으며 ▲원천 기술에 투자하고 이를 산업 내에서 공유하도록 촉진하는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퀄컴은 과징금 액수 역시 한국 시장의 규모에 비추어 근거도 없고 합리적 관련성이 없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퀄컴은 통상 4~6개월이 걸리는 서면 의결서가 나온 이후 세부적인 사항들을 확인하고 시정명령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하는 동시에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과징금 액수와 그 산정 방식에 대해서 법리 다툼을 벌이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퀄컴은 의결서가 나온 뒤 60일 이내에 과징금을 일단 납부해야하고 과징금에 대한 조정 및 환급은 소송절차를 통해서만 가능하도록 돼있다.

돈 로젠버그 퀄컴 총괄부사장은 “퀄컴은 공정위의 이번 판단 결과가 사실과 전혀 다를 뿐만 아니라 시장의 경제적 현실을 무시한 것이며 나아가 경쟁법의 근본적인 원칙들을 잘못 적용했다고 생각한다”면서 “퀄컴은 모바일 원천기술에 대한 막대한 R&D 투자를 해왔고 휴대폰 제조사들을 포함한 다수의 사업자들에게 광범위한 라이선스를 제공함으로써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이동통신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에 기여했으며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편익이 대폭 증진되었으며, 모바일 생태계의 모든 단계에서 경쟁이 촉진됐다”고 말했다.

또 “퀄컴은 지난 수십 년간 무선인터넷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한국기업들과 긴밀히 협력해왔으며 퀄컴의 기술 및 비즈니스 모델은 한국기업들이 이동통신산업의 글로벌 선두주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여했다”면서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퀄컴과 한국기업 간의 윈-윈(win-win) 관계를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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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공정위의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퀄컴은 사건기록에 대한 접근권, 증인에 대한 반대신문권 등 적법절차에 관한 기본적인 권리들을 보장해달라고 반복적으로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면서 이러한 권리들은 한미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미국기업들에게 응당 보장되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공정위는 이러한 기본적인 절차상의 보호조치들마저 그 적용을 거부했다"고 날을 세웠다.

퀄컴에 따르면 2016 회계연도 기준으로 한국에서 판매된 휴대폰과 관련해 퀄컴이 받은 로열티는 해당 기간의 전체 퀄컴 라이선스 수입의 3% 이하다.